1. 시작하며 : 나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주변에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라오스 좋더라. 꼭 다녀와" 등의 이야기를 하며 마치 전도하는 기독교인들처럼 여행을 권하고는 했다. 친구들은 항상 여행을 가자고 했고 몇 번 다녀오기도 했다
한 번은 오랜 수험 생활 도중 친구 한 녀석이 갑자기 만나자마자 나를 차에 태우고 2시간 이상을 달렸다. 그리고 자기 고향 인천 바닷가의 일몰 풍경을 보여주었다. 그 친구의 실망한 표정을 아직 잊지 못한다. 그 녀석은 나에게 '시간 뺏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내가 기뻐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이제 더이상 '여행 가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모두 포기했다. "내게 여행은 사치"라는 말을 하며 변명하고는 했지만, 사실은 게으름과 귀차니즘 때문이다. 여행 자체보다는 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의 과정을 싫어하는 것 같고, 더 깊게 들여다보면 익숙하지 않은 것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여성 여행 유튜버이다. '원지'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수십만의 구독자가 있다. 최근에는 공중파 TV에도 출연하고 있다. 이 책은 여행을 좋아하는 와이프가 가져온 책이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유튜버라기에 어떨까 하고 영상을 몇 번 보았는데 아무래도 여행에 큰 관심이 없어 나의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으로 읽으면 또 어떤 다른 느낌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읽게 되었다.
2. 유튜버 활동 이전의 이야기를 담다.
책의 전반부는 여행 유튜버가 되기 전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나왔다. 여행 유튜버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해외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돈 많고, 걱정이 없으며,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질투하는 마음도 있었다. "쟤네는 놀러 다니면서 돈도 버네"라는 옹졸한 심리였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일어섰다. 성공한 유튜버라는 결과 이전에 자신의 삶을 위하여 치열하게 살아오는 과정이 있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였고 노숙하던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던 순간을 기록해 놓은 부분에서는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씩씩함이 있는 사람이다. 어린 나이에 청년 지원사업에도 지원하여 창업에 도전하기도 했다.
나의 청년시절이 떠올랐다. 나 역시 수많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이것 저것 많은 시도를 했고, 대부분 실패했다. 그 실패들이 누적되면서 점점 자신감 없고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는 성격이 되어갔다. 20대 때 MBTI 검사를 했던 기록이 있는데, 당시에는 ESFP였다. 그런데 지금은 몇 번을 해 보아도 ISFP다.
당시로서는 나름 최선의 노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나는 무모했고 안일했다. 게다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만과 게으름이었다. '열심히 하면 될거야' 라는 막연한 도전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나와는 반대였다. 자신이 게으르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관심 없는 분야에 관한 것에 있어서다. 자신이 진심 하고싶은 분야에 있어서는 엄청난 열정과 노력을 쏟았고, 남들보다 치밀하게 준비하여 대부분 성과를 냈다.
3. 마음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책의 후반부에는 여행 이야기이다. 유튜브 영상에 있는 내용도 수록된 것 같다. 아프리카에서 지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의 제목인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를 처음 봤을 때, 그저 오늘을 즐기라는 메시지가 담긴 책, 혹은 '놀면서 돈도 버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보니 그것은 나의 오해였다.
왜 그런 오해를 했나 생각해 보니, '마음대로 산다' 라는 표현에는 부정적인 느낌이 있었다. '남 신경 쓰지 않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드라마나 영화에 보면 재벌집 사람들이 마음대로 사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사실 우리는 모두 마음대로 살아가고 싶어 하고 있다.
"머뭇거릴 시간에 질러 버리는 게 답" 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막상 저질러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독자들을 격려한다. 그런데 그녀의 '질러 버림'은 생각 없이 행동하고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그런 행동이 아니었다. 책에 나오는 저자는 즉흥적으로 행동하고 결정하기는 하지만, 치밀하고 집요하게 준비하는 사람이다.
방송이나 유튜브로 보는 모습과 달리, 책으로 만난 저자의 삶은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제목을 '마음먹은 대로 살아가겠습니다' 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단지 '먹은'이라는 표현이 더해졌을 뿐인데, 그 의미가 사뭇 달라 보인다.
나도 마음대로 살고 싶다. 하지만 마음 먹은대로도 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4. 마치며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로 여행을 너무 가고 싶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여행 유튜버들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물론 나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좋아하는 경험을 위하여 시간과 돈, 노력을 쏟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 나 역시 책 읽기, 먹기, 게임 등에 엄청난 시간을 쏟으니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읽었던 책 만큼의 큰 지식이나 깨달음을 주는 책은 아니었다. 이 책을 읽었다고 내가 앞으로 삶을 어떻게 바꾸겠다 이런 다짐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지난 세월을 비추어 보는 계기가 되었고, 열심히 살지 않는 나를 반성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며 읽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그런데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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