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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오태민 님의 "더 그레이트 비트코인" 리뷰: 고양이 상자는 정말 열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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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레이트 비트코인
비트코인을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지적 현상이라고 강조해 온 오태민 작가가 비트코인의 완전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신간을 내놓았다. 이 책 《더 그레이트 비트코인》은 비트코인의 탄생부터 2024년 반감기를 앞둔 현재까지 이어진 비트코인의 거시적인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비트코인이 가치를 입증해 온 역서를 서술하고, 정치와 기업과 얽힌 세부적인 이벤트를 통해 비트코인이 가진 잠재력을 일깨워준다. 대한민국 비트코인 최고권위자이자 탁월한 이야기꾼인 오태민 교수의 설명이 더 특별한 이유는 비트코인을 단순히 기술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 과학, 경제학을 통합한 인문학적 사유로 분석하는 데 있다. 총 6개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제대로 읽는다면 화폐, 경제는 물론 국가를 중심으로 한 문명사를 바라보는 당신의 시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아울러 암호화폐 침체기에 독보적으로 주목받는 프로젝트가 되어버린, 그가 창안한 비트모빅의 화폐현상 재현 실험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저자
오태민
출판
거인의정원
출판일
2023.10.26

 

시작하며: 거부감의 정체는 게으름이었나?

비트코인에 있어서 2024년은 의미 있는 해이다. 세 번째 반감기가 도래하여 채굴할 수 있는 코인이 줄어든다. 이는 공급의 감소로 해석되어 지난 반감기 때마다 시장은 폭등해 왔었다. 또 한 가지 호재는 2024년 1월에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금융권에서 그동안 음지에 있던 비트코인이 양지로 올라서는 해가 된다. 이제 코인을 거래소가 아닌 ETF를 통해서도 매매할 수 있게 되었다.

공급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수요는 크게 늘어나니 2024년에 비트코인의 가격은 상승할 확률이 높아졌다. 이 글을 쓰는 현재 비트코인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더 그레이트 비트코인"이라는 책 제목이 눈길을 끌어 읽게 되었다.

저자인 오태민 님은 2014년부터 비트코인을 보유중이라고 한다. 블록체인 학과 교수로서 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기도 하고, 경제 신문에 칼럼을 쓰셨고, 유튜브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첫장
저자의 친필 글귀가 실려있다.

 

이 글을 읽으며 뜨끔했다. 나는 사실 비트코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투기자산으로 정의해놓고 쳐다도 보지 않고 있었다. 워낙 변동성이 커서 주변에 손실을 본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작 나는 비트코인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 노력한 적이 없이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비트코인'을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 한 번 조차도 해 보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난 이제야 비트코인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물론 비트코인에 대해 내 언어로 명확히 정의하고 설명하기에는 책 한 권만으로는 지식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 책은 깊이 있는 사고와 자세한 설명으로 이 책을 읽으며 화폐, 금융에 대한 지식까지도 얻을 수 있었다.

 

비트코인의 정체는 대체 뭘까? 

온라인 송금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은행 등 제3자를 거쳐야 한다. 이를 '이중 지불' 문제라고 한다. 비트코인은 이러한 이중지불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2008년에 제안되었다. 제삼자 없이 개인 간의 연결을 통해 거래하되, 누군가에 대한 신뢰 없이 그 자체로서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수많은 컴퓨터에 분산식으로 거래 이력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산식 거래 장부 자체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공공의 거래이력을 기록하기 위해, 작업증명을 사용하는 P2P 네트워크를 사용한다. 이 작업 증명(PoW) 이란 방식이 핵심이다. 10분 단위로 장부를 업데이트한다. 지난 10분간의 거래 기록을 묶은 것이 바로 블록이다. 그리고 그 블록들을 연결 한 것이 체인이다. 이를 두고서 '블록체인'이라고 말한다.

비트코인에는 익명성과 투명성이 공존하고 있다. 비트코인 지갑은 공개 주소와 암호키로 이루어져 있고, 공개 주소는 추적이 가능하지만, 암호 키는 오직 본인만이 알 수 있다.

코인을 거래 할 경우, 그 이동이 기록되기에 '거래의 최종성' 효과를 갖는다. 저자는 택배와 송금의 차이를 빗대어 설명한다. 이는 은행들 간 입출금시, 실제 돈이 이동하지 않았어도 거래 자체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아파트 계약을 예를 들면 계약금, 중도금, 잔금 중 계약금만 넣어도 거래가 완료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권리'의 유무다.  아파트 거래가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권'이라는 권리가 거래 당사자에게 귀속되는 효과를 갖는다. 비트코인은 어떤 권리가 아니다. 마치 현금처럼, 그 거래 자체가 소유권 이전 효과를 갖는다. 그런데 현금과 또 다른 점은 실제로 이동하는 어떤 물질적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화폐 현상이다

저자는 금융과 화폐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시간에 대한 선호 차이를 이용하여 개발된 것이 금융이다. 가족 제도는 세대에 걸친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금융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하왈라 전표, 화폐로 쓰였던 거대한 돌멩이, 디나르 화폐 등, 정부의 보증 없이 화폐가 통용된 사례들을 소개한다. 이와 관련 돈 대신 돈의 역할을 카지노의 칩, 온라인 게임 머니, 교도소의 담배나 우표 등이 떠올랐다. 이들은 모두 화폐 대신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화폐의 본질이 장부라는 주장은 새로운 시각이었고 나름 일리가 있었다. 그는 인류 최초의 기록이 회계 장부였다는 근거를 들어 부채의 변제를 위하여 화폐가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인간 고유의 능력인 추상화와 신뢰를 통하여 발명된 것이 바로 화폐이다. 하지만 신뢰 담보하고 거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권력을 중앙에 부여했다. 그것이 정부다.

그런 더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정부에 의하여 화폐와 금융이 망가진다고 말한다. 도덕적 해이와 정치적 이유, 지정학적 위기등에 의해 화폐는 엄청나게 발행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트코인은 그 발행량이 한정되어 있다. 비트코인은 중앙에 대한 본능에 역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앙이라는 매개체를 없앤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는 장점

이 책에는 정부가 화폐와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린다고 말한다. 실제로 대공황을 비롯하여 반복되어 온 각국의 금융 위기는 잘못된 통화 정책으로 촉발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우리나라의 IMF를 생각해 보면, 은행들이 단기로 달러 빚을 가져와 장기로 대출해 주는 예대 마진을 추구하다가 해외 시장 급변에 대응하지 못해 국가 전체가 흔들리게 되었다.

 

비트코인은 정말 약점이 없을까?

 

비트코인은 정부 및 은행의 정책과 통제로부터 자유롭다. 사장도 없고, 거래소도 없고, 담보 자산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골드 사태를 보면 보관 중인 금을 압류하자 와르르 무너졌다. 반면 비트코인은 압류할 실질 자산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생각에 이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잘못 송금한 비트코인은 되찾을 길이 없다. 보이스피싱 사기 등에 의한 송금의 경우에도 환수할 방법도 없다. 정말 '탈 중앙'이 그렇게 좋은 것일까 생각이 든다. 

저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온라인 도박이 완전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금융 자체가 리스크 선호 차이를 이용한 도박이라고도 말한다. 인터넷도 초창기에는 포르노와 도박에만 유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했음을 지적하며, 비트코인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

지정학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분석한 것은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그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 모두 비트코인이 반가운 상황이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타국의 환율 조작을 막는 수단으로, 러시아는 금융 제재를 피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반면 환율조작을 심하게 하는 중국 같은 경우에는 비트코인을 규제해야 하는 대상이다. 자국 국민들이 자국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선호하면 환율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치며: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이 많다.

비트코인은 현재 대부분이 채굴된 상태다. 이제 10% 정도가 남았고, 그것이 모두 채굴되기까지 앞으로 120년 정도가 남았다고 한다. 비트 코인 채굴이 모두 완료된 이후의 모습을 아마 나는 보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코인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금융과 화폐에 대한 배경 지식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 이렇게 글을 써 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다 보니 어떤 원리인지 확 잡히지 않는 것 같다.

저자는 비트코인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아직 확신까지는 아닌 것 같다.이 책의 저자는 '기-승-전-비트코인' 식의 논리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이 조금 거슬렸다. 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위대한 인류의 발명품이고, 인문학적 현상이다. 또한 화폐로서 국경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나 문제점, 위험성도 함께 이야기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비트코인이 갖는 강점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당연히 여기고 있는 평화는 천재, 지변과 전쟁, 초인플레이션 등으로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사회의 신뢰와 안정성이 추락하면 화폐 가치도 함께 추락한다. 이런 때에 비트코인은 현금이나 금보다도 안전한 자산이 되어 줄 수 있다. 아무도 빼앗을 수 없고 국경을 초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또한 발전소의 버려지는 전기를 활용하는 사례들을 읽으며 뜬금없이 들었던 생각은 어쩌면 전기 자체가 화폐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 전기 자체의 값을 매개하는 수단이 비트코인이 되지 않을까?

한국전력의 수익성 악화 해결을 위해 비트코인 채굴을 도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인터넷 거래가 아닌 실제 거래에서도 현금처럼 비트코인이 쓰이는 날이 올까? 

...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걸 보니 다른 책도 더 찾아 읽어야 할 것 갓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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