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 세계적 투자 거장의 친절한 이야기
피터린치는 워낙 유명한 분이다. 주식 투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그의 책을 대부분 읽었을 것이다. 이 책에는 투자 기법이나 전략 같은 이야기는 거의 실려있지 않다. 그 대신 친절한 문체로 투자의 바탕이 되는 기초 지식을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어째서 주식시장의 역사에 관한 것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지 비판하며, 금융 시장의 역사와 투자의 기초에 대한 내용에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고 있다. 이를 읽는 과정에서 풍부한 사례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책 전체적으로 미국의 자본주의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느껴졌고, 기업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느껴졌다. 투자의 장점과 본질을 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느껴졌다. 마지막 장의 회계에 대한 설명 부분은 초보자 용이지만, 정말 이것만 알아도 되겠다 싶은 핵심 이야기들만을 담고 있다.
의외인 것은 유튜브 등에서 그토록 중요하게 이야기해 주는 경제 환경 분석(매크로 분석)과 시장 수급 흐름 등에 대한 내용은 살짝 언급하는 정도로만 다루고 넘어갔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배울 수는 없지만,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지식을 가르쳐 주는 교과서 같은 책이었다.
대학 수준의 교양 지식을 중학교 수준으로 쉽게 설명하다.
이 책을 읽으며 놀라웠던 것은 매우 쉽게 읽힌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얕은 것도 아니었다. 미국 금융 제도의 역사 이야기를 들으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회사 이름들이 수도 없이 나왔다. 그래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미국인이라면 당연히 알 만한 기업들이라고 생각하고 설명을 하지만, 나는 지구 반대편의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설명이 무척 친절하고 쉬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제 강점기 시기부터 이어지는 기업들과 제도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것인데, 웬만한 대학 교양수업 수준의 지식이 담겨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 없었다. 번역이 잘 된 것일까? 블로거로서 이 분의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쭉쭉 읽어나가며 저자가 말하는 큰 서사를 이해할 수 있었고, 왜 미국 금융제도 역사를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다루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투자라는 행위의 본질을 설명해 주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미국이 세계1위 국가가 된 것은 1등 기업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업들을 키워내 준 것이 바로 투자였다. 피터린치는 투자를. 통하여 국부를 증가할수 있고, 나와 이웃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것들: 기업의 생애, CEO의 경영 등
투자는 위험을 분담하는 것이다. 기업의 생애가 투자에 있어 중요한 이유는 시기별 위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생 기업은 5년 내에 절반이 사라진다. 그 이유는 위의 이미지에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성숙기에 다다른 기업은 신뢰를 검증받았다. 안정된 수익을 거두고, 이익을 배당으로 돌려준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비싸게 거래된다.
CEO들의 전략이 어떻게 주가에 연관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유익했다. 코카콜라를 비롯해서 수십 개 회사의 사례를 통해 설명해 주었기 때문에 내가 직접 겪은 것이 아님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ceo들이 추진한 전략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고, 그 결과 회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려준다.
한편으로는 미국이 부럽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부자라고하면 시기하고 욕하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부자들을 존경한다. 미국인들에게 부자란 용기와 도전 정신으로 가치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다. 미국에는 부자들이 사회를 향해 만들어낸 가치에 비례해 부자가 되어 마땅하다고 보는 문화가 존재한다.
사회에 대한 기업가들의 기여도를 인정해 주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자리 잡는다면 진정한 투자 정신과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 터 잡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편 피터 린치는 진짜 장기투자자인지는 폭락장에서 드러난다고 말한다.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면 초심을 잊게 된다. 주가가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는 사람은 모두 장기 투자자가 아닌 추세매매자이다. 시장의 폭락을 2번 이상 맞춘 사람은 없다고 말하며, 시장을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운이 없는 게 아니라,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10개 종목이 수익이 좋지 않아도, 한두개 정도의 대박 종목을 가지고 있다면 투자 걱정은 사라진다고 하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피터 린치는 시장 변동의 예측에 힘을 들이기 보다는, 좋은 기업을 찾는 데 힘을 더 쓰고 되도록 오래 보유하기를 권유하는 것 같다.
마치며: 투자라는 행위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책을 덮고나서 풍부한 간접 경험과 지식을 얻어은 것 같았다.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내면의 나는 계속해서 투자 거장에게 "그래서 뭘 사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투자 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종목 선정과 매매 타이밍에 대한 확고한 기준을 갖고 싶다는 기대와 욕심을 품는다. 하지만 매번 그런 기대는 충족되지 않는다.
이 글을 쓰면서 이 책에서 매수와 매도 기준이 수록되지 않았고, 손절 등에 관한 내용도 없음이 의아했다. 그런데 피터 린치가 과연 사고 파는 타이밍을 중요시하는가 하면 대답은 '아니요'이다. 그에 따르면 매수와 매도는 투자 행위의 일부일 뿐이다.
그는 오히려 투자의 본질을 기업의 가치 창출능력에 있다고 보고 있다. 치열한 경쟁의 결과 가장 싼 비용으로 가장 큰 가치를 만드는 회사들만 살아남으며, 그들이 시장을 차지하고 이익을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투자는 그 과정의 위험을 분담하는 행위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최고의 발명품이고, 투자는 자본주의의 핵심을 이룬다. 신대륙 발견도 공동 위험 분담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시대를 바꾸는 기술 혁명은 항상 금융제도가 가장 발전한 나라에서 발생했다. 최근의 플랫폼 기술과 AI 혁명 또한 미국이 선도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거대한 서사에 대한 생각 없이 '수익'만을 생각해 왔음에 부끄러워진다.
이 책은 '투자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서 해 줄 수 있는 말들은 모두 해 주었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누리는 편리하고 풍족한 삶은 모두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 최고의 투자 거장의 친절하고 편안한 수업을 들은 기분이다.
앞으로 10년 후 쯤,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만한 기업을 찾아내어,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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