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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꿀벌의 예언 리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상상력과 역사인식, 그리고 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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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1
전 세계 3천만 부, 한국어판 누계 3천 쇄를 돌파한 신화적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 『꿀벌의 예언』. 꿀벌이 사라지고 인류 멸종의 위기가 닥친 30년 뒤의 지구를 목격한 르네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을 떠난다. 인류를 구할 방법이 적힌 고대의 예언서 〈꿀벌의 예언〉을 찾아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르네와 그 일행은 과연 예언서를 찾아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한국 독자들을 만난 지 30년이 되는 특별한 해에 펴내는 『꿀벌의 예언』은 그간 천재적 이야기꾼으로서 진화를 거듭해 온 베르베르의 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독특한 작품이다. 특유의 독보적인 과학적 상상력에 과거와 미래를 성찰하는 역사적 사유 또한 더해, 한층 확장된 스케일의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표지에도 30주년에 걸맞은 특별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앱을 통해 표지를 촬영하면 표지의 이미지가 움직이며 완성도 높은 모션 그래픽을 선보인다. 내용은 물론 디자인까지, 이번 소설은 오랜 팬은 물론, 처음으로 베르베르를 만날 독자들도 만족할 뜻깊은 30주년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2023.06.21

시작하며: '베르나르 장르'를 또다시 경험하다.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은 학창 시절 '개미'를 통해서였다. 이후 뇌, 타나토노트, 파피용, 나무, 고양이 등 꽤 많은 작품을 읽었다. 한 사람의 작품을 이렇게 많이 읽은 적이 있을까 싶다. 이렇게 보면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애독가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그의 글을 많이 읽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발한 상상력과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감각적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다른 소설에서는 느끼기 힘든 그의 작품만의 느낌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나는 '베르나르 장르'라고 부른다.

그는 단편소설같은 장편소설을 쓰는 작가다. 이 작품 역시 800쪽 가까이 되는 긴 소설이지만 순식간에 읽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최면을 통한 시간여행을 중심 소재로 삼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상상력,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욕망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며 시간을 초월하는 집중의 힘을 느꼈다. 마치 한 편의 재미있는 게임을 클리어한 기분이다. 성전기사단이 등장하고 과거로 이동한다는 설정이 게임 '어쌔신크리드'와 일부 겹치기도 했지만 분위기와 핵심 내용은 전혀 달랐다.

책 사진
책 사진

스포일러 위험을 피하며 간략히 작품 줄거리를 전하면 다음과 같다.

최면술사이자 역사학자인 주인공 르네는 최면을 통하여 미래의 자신을 만난다. 그리고 미래에서 본 인류 멸망을 막기위한 단서를 찾아 전생으로의 최면 여행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역사적 인물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예언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주변 인물들과의 전생을 걸쳐 엮인 관계도 인식하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과거의 콘텐츠화:유대인과 기독교의 역사와 전통

유대인들은 우리 한국인들과 비슷한 고난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연속되는 커다란 어려움의 과거 그 자체가 엄청난 콘텐츠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역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들을 이 곳에 글로 남기기도 했다. 기독교의 역사를 알게 된 것은 재미에 더불어 큰 소득이었다. 이 책의 내용대로라면 기독교와 가톨릭은 뿌리가 같은 종교이다. 더 근원으로 올라가면 유대인들과 이집트인들의 종교까지 연결된다.

이 작품은 '지금의 내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작가 나름의 대답이 아닐까? 최면을 통한 전생 체험이라는 계기를 통하여 선조들의 역사를 생각하고, 자신의 '뿌리를 찾는 과정'이 이 작품의 숨은 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유대인들의 음식 관련 기념일이었다. 그들은 역사를 기리기 위한 교육수단으로 음식을 사용하고 있다. 히로세트(모세를 기억), 소금물과 파슬리(이집트의 박해 시기의 눈물을 상징), 효모없는 빵(문명의 망각을 경고) 등을 통하여 미각적 기억의 기술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림절의 과자, 식목일의 과일, 성전 파괴를 기억하는 달걀 등.. 실로 다양하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전혀 모르고 있던 내용들이다. 나는 기독교의 '부활절', '크리스마스'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역사를 생활 속에서 '먹으면서' 현재화하고 있었다. 

비슷한 사례로는 일본의 한 가문의 기념일도 있다. 일본의 한 장수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에게 패한 뒤 도망쳐 미역만 먹으며 살아남은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미역만 먹는 날'이 가문 대대로 전해온다. 우리나라에도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등의 역사를 기리는 기념일이 있지만, 하지만 역사적 교훈을 위한 음식 기념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말이 가진 힘:생생한 경험의 힘

작중 주인공 르네가 또 다른 여주인공 멜리사에게 전생 체험이 가진 힘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세세하고 생생한 감각 정보"가 자신에게 확신을 준다고 말한다. '체험'이 갖는 의미를 크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는 것이 삶의 목적이며, 그 가능성을 깨닫기 위해서는 우선 겪어봐야 한다"는 대목도 나온다. 이는 작가의 가치관이 작품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베르나르 베르베르 본인도 새로운 경험에 대한 열망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소설 뿐 아니라 연극, 영화에도 도전했으며, 심지어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자 하는 태도가 다작의 비결일 수 있다. 나 또한 블로그를 하면서도 많이 느꼈다. 내 인생의 큰 경험, 그 중에서도 생생히 남은 강렬한 기억은 내 글의 핵심 주제가 되고 또 자신 있게 쓸 수 있었다.

소설가들의 성공 핵심 요인도 결국은 생생한 경험을 주는 능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독자들은 작가의 언어를 통하여 '간접 경험'을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에서 상상력에 기반한 감각 경험을 언어를 통해서 전달해주는 데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챗gpt를 통하여 만들어진 글들을 보면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정보는 부족하고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정보들만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느낀 적이 있다. 생생한 경험과 그것의 언어를 통한 전달은 아직까지는 인간이 AI보다 탁월하지 않을까?

작품 속의 말 처럼, 완전한 객관성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속성이다. 평생을 각자 살아오면서 느낀 경험과 시간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인해 오히려 AI에게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 인간만의 영역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낙관과 유머 감각:3보전진 2보 후퇴

인류의 여정이라는 책에 의하면 거대한 인류의 역사적 수레바퀴는 거대한 힘의 흐름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국 진보로 이루어진다. 이는 레이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계질서'에서도 언급되었다. 조금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정-반-합'을 이야기하는 헤겔의 변증법과 마르크스의 역사관이 나온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역사 인식 또한 위의 것들과 맥락이 같다고 느껴졌다. 그는 책의 서두에 삶의 의미에 대한 대답을 적어두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경험하고, 배우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 책 후반부에는 '3보 전진 2보 후퇴'라는 표현이 나온다.

작중 인물의 대사 중에는 "인간과 달리 동물은 실패에 발목 잡히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이 작품에는 '열정을 가지고 끝없이 배우며 도전한다면 결국은 성장할 수 있다'는 작가인식이 드러난다. 거의 베르나르 작품 대부분에는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 실수와 후회를 겪는 장면이 나온다. 꿀벌의 예언에서 르네와 알렉상드르는 서로 자신의 예언이 승리하기 위해 분노와 질투의 감정에 휘둘리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오해를 풀고 화해를 통해 보다 깊은 관계로 나아간다. 작가는 아픔과 실수를 겪으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이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아픔과 실수, 고난의 순간에도 유쾌함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또한 이 작품을 통해 배웠다. 총구를 겨눈 채로 "나는 유대인들만 보면 치가 떨려"라는 대사에, 작중 인물은 "유대인들은 당신을 깨어있게 하는 존재인가 보군요."라며 농담을 한다. 실제로 유대인들의 유머감각은 고난의 역사를 극복하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했다.

비록 어느 정도의 후퇴를 겪을 지언정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은 유지된다는 낙관주의와 유쾌함을 유지하는 태도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많았다. 나는 유머하고는 거리가 멀기에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마치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면서도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우연히도 이 책을 읽을 무렵에 이란-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역사적 배경을 깊이 있게 알면서, 국제 뉴스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한층 깊어졌다고 느꼈다. 세계 곳곳에는 그들 고유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존재한다. 이것을 알고 사건을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개인적 욕심이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국의 역사도 다루어서 소설을 써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말이다. 아마 이 작품은 본인이 프랑스인 작가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역사적 콘텐츠들이 매우 많다. 서양 문명보다 오히려 역사적 기록도 더욱 많이 존재한다. 유럽에 성전기사단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도 화랑, 사림, 신민회, 독립군 등의 비슷한 조직들이 존재했었다. 능력이 된다면 내가 쓰고 싶지만, 나는 읽는 법도 아직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에 누군가가 써 주기만을 기다려 본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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