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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이상의 소설 "날개" 리뷰: 깨어나 갈망을 외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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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한국문학을 권하다 10)
한국 근현대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보는 「한국문학을 권하다」 제10권 『날개』. 문학으로서의 읽는 즐거움을 살린 쉬운 해설과 편집, 단행본으로 출간된 적 없는 작품들도 수록한 총서 가운데 한 권이다. 자유분방한 형식과 역설의 재치, 독특한 난해함으로 한국문학을 새로운 경지로 이끈 이상의 작품 16편을 수록하였다. 저자의 첫 소설이자 자전소설로 인간 존재의 그 가치에 대한 질문을 담은 장편소설 ‘12월 12일’, 주인공의 일상을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으로 묘사하며 작품 구성과 기교 측면에서 한 단계 올라섰다고 평가받는 ‘지도의 암실’, 저자의 소설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여전히 문제작인 ‘날개’ 등의 작품을 통해 저자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저자
이상
출판
애플북스
출판일
2014.06.16

시작하며:이 작품을 다시 읽은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오랜만에 이 작품을 다시 읽었다. 어린 시절 나 역시 이상처럼 멋진 작품을 써 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내 멋에 취해 쓴 습작들은 지금 보면 엄청난 졸작들이었다. 어쩌다가 이상의 날개를 리뷰하게 되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 작품을 다시 찾아 읽은 것도 충동적이었고, 그것을 이렇게 포스팅하는 것도 충동적이다. 하지만 알 수없는 이끌림으로 책을 읽어 나갔고, 결국 이 글도 쓰게 되었다. 이는 우연이면서, 필연일 수도 있는 일이다.

2023.10.05 - [잡담] - 인생은 우연을 가장해 필연적 결과를 돌려준다.

이 작품은 듣는 사람 없이 주인공의 혼잣말로 이루어진 소설이라는 점에서 무척이나 인상적인 작품이다. 혼자만의 망상과 혼자만의 행동이 갖는 특이한 설정이 묘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타인과 주고받는 대화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화자가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도 밝혀지지도 않고 등장하지도 않는다. 

결국, 혼자만의 생각을 중얼거리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작품의 주인공의 행동 역시 다른 인물과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다. 독자들은 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데, 그것은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세세하게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날개>에 나타난 주인공의 현실 인식의 변화 과정이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책 표지
책 표지

인지 부조화 상태의 주인공

작품 초반부 ~ 중반부까지 주인공은 무능력, 무기력, 무의미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중에서 주인공은 아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아내의 직업을 모르는 것이 이상하다.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진작에 알아챌 수 있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무기력한 상태다. 굳이 깊이 있게 관심을 갖지 않고, 아내의 화장품을 만지작 거리며 자신만의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낸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 같다는 생각도 든다. 

주인공은 아내가 주는 돈을 아무렇게나 모아두었다가 변소에 버리는 행동을 하면서 돈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한다. 하지만 정작 그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서,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을 버리는 행위는 결국 현실을 부정하는 행위였다. '인지부조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내이고, 자신은 그러한 아내의 기둥서방으로 빌붙어 지내고 있을 뿐임을 과연 화자는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 하루종일 방 안에서 자거나 뒹굴거리기만 하던 주인공이 중간 부분에 외출을 하기 시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계기가 또 돈이다. 아내가 준 돈을 모은 것을 가지고 나가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모든 문제는 '돈'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돈과 관련된 무기력이 바로 이 소설의 주제가 아닌가 싶다. 

현실 인식의 고통과 혼란

현실을 자각하고 외면하고 있던 문제를 마주하기 시작하는 장면이 바로 아내의 매춘 사실을 점점 깨닫고 고통스러워하고, 자신을 속였다고 의심하는 장면이다.

주인공은 결국 아내의 직업을 눈치챈다. 그리고 주인공은 밖으로 나가 방황한다. 그리고 돌아와 앓는다. 아내는 주인공에게 매일 알약 4알씩을 준다. 주인공은 그 약을 아스피린으로 알고 먹고, 잠을 푹 잔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알약이 수면제였음을 깨닫고, 분노로 인해 약을 한 번에 여섯 알을 먹어 버린다. 아내는 왜 주인공에게 수면제를 먹였을까? 아니면 그 또한 주인공의 오해일까? 어찌 됐든 오랜 잠에서 깬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가고, 아내는 어디 가서 어느 여자랑 붙었냐며 길길이 날뛰며 주인공에게 화를 낸다.

이 장면에서 아내 역시 주인공에 대한 마음이 강하고, 또한 상실할까봐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작 주인공도 외면하고 있던 현실을 깨달으면서 찾아오는 분노와 혼란으로 인한 돌발 행동이 고작 약 6알을 먹는 것 외에는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전히 주인공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는 이 장면이 주인공이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지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갈망을 발견하며 소설을 끝맺다.

"날자, 한번만 날아 보자꾸나"

옥상에 올라가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주인공이 내뱉는 이 대사. 사실 이번에 다시 읽기 전까지 다른 내용은 크게 기억하지 못했지만 이 마지막 대사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한 때 싸이월드의 메인 글로 써 놓기도 했다.

한동안 나는 주인공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옥상 장면이 나오고, 옥상에서 날아보자고 외치는 장면이 강렬하게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 읽은 것이었다.

마지막 3~5줄 정도를 읽어보면, 작중에서 주인공은 옥상에서 내려와 거리를 걷는다. 그리고 "절름발이로서라도 걸어가겠다"라고 다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이 작품을 조심스럽게 읽었다면 당연히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누군가에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극단적 선택으로 끝맺은 것이라면, 작품의 설정 상 이 소설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결국 '날아 보자꾸나'라는 저 유명한 대사는 고통스러운 현실 인식을 겪은 후, 자신의 내면에 남은 갈망을 발견하여 '한 번만' 더 우뚝 일어서고 싶다는 외침이 아닐까?

마치며:이 작품의 끝을 더 써보고 싶다.

일단 극단적 선택은 아니니 해피 엔딩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결국 강렬한 열망을 다시 불태우는 것으로 작품을 끝맺음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인공은 재기에 성공했을 수도 있고, 실패했을 수도 있다. 열린 결말이다. 이후의 이야기는 독자의 상상의 몫일 것이다.

다시 작품을 되새겨 보면, 주인공은 어떤 목표나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 내가 보기에는 아직은 마음만 앞서는 모습으로 보인다. 불안하다. 또한 작품 내내 나타난 주인공은 '돈'에 너무 얽매이고 있다. 그 외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어떤 목표나 가치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상태에서 그저 '한 번만 더 날아보자'는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꾀한다면, 내 생각엔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하지만 그러한 실패조차도 다시 딛고 일어선다면, 이 작품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며 나의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다. 나 또한 오랜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20대에 무기력함과 좌절감을 많이 경험했고, 눈 높이를 낮추어 도전했던 분야에서조차 처참한 실패를 겪었다. 이후 자포자기 하는 마음으로 지냈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나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랬기에 이 작품에 내 삶을 많이 투사하게 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도, 결국은 행복했으면 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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