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직장에 매우 꼼꼼한 선배가 있다. 세세한 것까지 확인하고, 준비하시고는 한다. 그런데 일이 많아지면 그 빈틈없는 스타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병원을 다녀온 회사 선배가 말했다.
"꿈꾸자요씨처럼 대충대충 해야 하는데~ 그게 안돼."
나는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하지 마세요~" 라며 웃어넘겼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충 일한 적이 없는데...?' 이 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배 중 한 명이다. 항상 세심하게 후배를 배려해 주시고 너그러운 분이다. 그래서 내가 좀 편하게 대하고는 한다.
그런데 정말로, 일을 대충 한 적은 없었다. 나름 열심히 했는데.. 나를 돌려 까는 말이었던 것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다. 결국 나는 일을 대충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인 것이다. 사실 이 선배처럼은 꼼꼼하게 일하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는 못 한다. 그걸 알기에 조금 더 성실하게 일하면서 갭을 메우려 하는 편이다.
직장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동료일까?
잠들기 전 일기를 쓰면서 내 인간관계는 어떠한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나는 ISFP라서, 적을 만들지는 않는 타입이다. 그런데 막상 많이 친한 사람도 거의 없다. 그냥 먼저 다가가지 않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받아주면서 원만하게 유지하는 편이다. 사람들은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일까?
'인간관계'로 검색을 해 보았다. 이런 저런 글을 읽다가 인사혁신처에서 나온 "나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 책 PDF파일을 얻을 수 있었다. 공무원들을 상대로 무슨 인간관계 개선 공모전을 한다는 내용으로, PDF 책 파일을 주면서 읽고 참고하라는 것이었다. 이것을 다운로드해서 읽어 보았다.
책 소개 및 인상깊은 내용
이 책은 직장생활을 함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에 관한 책이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관계, 경청, 피드백, 협업, 리더십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념들에 대해 어떤 것인지 짚어주고, 왜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간략히 설명한다. 그리고 그 내용에 맞는 사례를 들려주면서 이해를 돕는다.
분량은 250쪽 정도로 많지는 않다. 이해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당장 떠오르는 것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내가 책의 내용을 적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어쩌면 뻔한 말들이 많았다. 그 뻔한 말을 어떻게 내 삶에서 찾아내느냐가 문제가 될 것 같다.
사례 중에 후배들에게 정성 어린 조언을 해 주었다가 사내 평가에서 꼴찌를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었다. 피드백의 조건을 어겼기 떄문이다. 피드백이 되기 위해서는 공적인 영역일 것, 사생활 영역을 건드리지 말 것, 목적이 명확할 것, 시기가 적당할 것, 개인의 특성에 따라 맞춤으로 할 것, 등이 있었다. 좋은 말도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것을 느꼈다. 이처럼 바람직한 기준들을 따르면서 해야 한다. 쉬운 일이 없다.
모범 답안 같은 글, 하지만 사례와 실전 내용이 아쉽다.
인사혁신처 공무원들이 펴낸 책 다웠다. 글이 무척 깔끔했다. 모든 장의 구성이 핵심 개념, 중요성, 구체적 방법, 사례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수험생 시절 행정고시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봤기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수험생의 답안이었다면 만점에 가까운 모범적인 글이다. 짧은 문장으로, 정답에 가까운 말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실천을 위한 어떤 기술을 전해주는 책은 아닌 것 같다. 직장 내 인간 관계와 관련된 중요한 개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론서에 가깝다. 그래서 조금 아쉬웠다. 나는 이론서보다는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딱히 리뷰할 만한 내용적 특징을 잡아내기가 어렵다. 경청, 리더십, 의사소통 등에 관한 이야기였다. 경청이 무엇이고, 리더십이 무엇인지, 의사소통이 왜 중요한지 등을 알려준다. 어떤 유형의 리더십이 있고, 몇 단계를 거쳐서 자아가 실현되고,, 등등
어떤 느낌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책 일부 내용을 캡처해서 첨부해 보았다.
위의 이미지 캡처 내용을 보면 "긍정적 피드백 VS 부정적 피드백"이라는 소제목 밑의 내용을 보면, 기준을 충족할 때 칭찬하는 게 긍정적인 피드백이고, 미흡한 결과를 비판하고 충고하는 것이 부정적 피드백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긍정적 피드백이 듣기 좋다고 설명한다.
이미 '긍정적 피드백'이라는 용어 자체만으로도 알 수 있는 내용을 저렇게 설명하고 있다. POSITIVE FEEDBACK 이라는 영어 표현도 알려준다.
아쉽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 정답만 말하려고 하는 느낌이 컸다. 저자가 '인사혁신처' 라서 그런 것일까?
저자 자신의 경험도, 주장도, 목소리도 없었다.
다른 내용 챕터의 내용도 비슷한 구성과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
이미 아는 내용이거나, 그 내용을 알아도 막상 실제로 실천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기 어려운, 그런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만 부분적으로라도 수록된 역사 속 사례와 직장 내 사례 이야기들은 공감이 되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전체 책 대비 비중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나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전혀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책 제목임에도 그에 대한 대답은 결국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마치며: 물음표는 아직 남았지만, '잘 읽히는 글쓰기'를 배우다.
역시나 구체적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써먹을 만한 내용은 없었다. 경청하기, 배려하기 등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제시해 주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답의 모색 과정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게다가 초점도 최소 과장급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부서의 장으로서 부서원들을 '관리'하고 '이끄는' 쪽에 집중되어 있다. 막내 혹은 하급 직원의 입장에서 어떤 인간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사혁신처에서 내놓은 책이 이런 내용이라니, 9급 공무원들이 줄줄이 퇴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게다가 개념과 이론적 측면에 집중했다고는 해도 깊이와 출처 제시도 부족했지 않나 싶다. 경청하고, 리더십을 갖추고, 배려하고, 이런 개념이나 유형에 대한 내용은 인터넷 검색해서 찾아보면 나오는 그런 내용 이상의 것을 싣지 못했다. 아마 이 책의 저자도 분명히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공모전 같은 것을 여는 것이 아닐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와 실천에 관한 내용은 독자들의 경험을 통해서 소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가르침은 많이 얻었다. 분명한 목차로 구성하고, 짧은 문장으로 딱딱 짚어서 설명했다. 설명을 들으면서 막히는 부분이 없었고, 눈에 잘 들어오는 글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글을 읽으니 책을 모두 읽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이 책으로 인간관계에 대한 어떤 깨우침이나 다짐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다른 책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우선 오래도록 책장에 꽂혀있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다시 꺼내 읽어봐야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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