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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신지수,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 리뷰 : 같은 경험을 한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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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
대학병원의 평범한 점심시간, 임상심리학자 신지수는 빈 검사실에 들어가 충동적으로 주의력 검사를 실시한다. 컴퓨터 화면에 뜬 결과는 “저하”. ADHD 의심 결과를 확인한 후 정신과에 내원해ADHD 진단을 받는다. 그는 서른에야 진단받을 수 있던 원인을 찾고자 책과 논문을 뒤졌지만, 관련 도서 대부분이 ADHD가 있는 유아기와 아동기 남자아이, 성인의 증상만을 다루고 있었다. 여자아이와 여성 환자에 대한 의학적 정보를 찾아 고군분투하던 그때, 그의 인생을 바꾸는 중요한 사실을 마주한다. 지금까지 여러 이유로 여자아이들이 ADHD 진단에서 배제되어왔으며, 치료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된 그들이 제 발로 병원과 센터를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임상심리학자로서 다시는 자신과 같은 환자를 놓치지 않겠다고 결심한 저자는 여자아이와 여성이 ADHD 진단에서 배제되어온 원인을 탐구한다. 과잉행동/충동형, 부주의형, 복합형으로 다양한 ADHD의 유형 중 과잉행동/충동형만 강조된 심리학·정신의학적 배경, 발견되기 어려운 부주의형의 특성, 진단 기준과 진단 도구에서의 문제, 정신건강 전문가와 양육자·교육자의 성 고정관념과 사회가 강요하는 성역할, 대중매체가 ‘ADHD=천방지축 남자아이’만 조명한 이유, 젠더 편향 이슈가 지속되는 정신건강계의 구조적 문제를 살핀다. 또한 ADHD 여자아이가 성인이 되어 겪는 일상적·정신적 문제를 전하며 조기 진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임상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ADHD 치료 과정, 일상관리법, 직접 쓴 약물 일기 등을 소개함으로써 여성 환자의 일상 회복을 기원한다. 이 책은 ADHD 증상을 의심하고 있거나 이미 진단받은 이, 자신 외의 ADHD 여성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알고 싶은 여성, 자녀에게서 ADHD 증상을 발견하고 걱정하는 부모 들은 물론 의료계 젠더 편향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
신지수
출판
휴머니스트
출판일
2021.06.21

시작하며 

 어릴 때부터 나는 물건을 자주 잃어버렸다. 잠깐 사이에 둔 물건도 까맣게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한 번은 책가방을 잃어버려 집에서 쫓겨난 적도 있었다. 그저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나는 중요한 순간마다 실수를 반복하곤 했다.

수능 시험 답안지를 밀려 썼던 기억,  양동근 노래 가사처럼 탄띠를 실제로 잃어버린 일, 입사 최종 면접장에서 회사 이름을 잘못 말했던 기억, 잠신중학교 대신 잠실중학교를 가서 내 수험번호를 찾아 헤매던 기억, 장례식장을 잘못 찾아가 절하고 조의금을 냈던 기억, 주차 위치를 잊어 1시간 동안 내 차를 찾아 헤맨 기억..

바로 떠오르는 것들만 적어봤다. 이 정도면 바보 아닌가? 심각하긴 해 보인다.

내 인생의 검은 역사들은 10년, 20년이 지나도 생생하다. 

가만 보면 이 블로그 글조차도 완성하지 못하고 자꾸 중단하며 다른 행동을 하고는 한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그리고 '나는 왜 이토록 부주의할까?'이 두 질문은 평생 나를 괴롭혀 왔다. 항상 자책하며 지내던 중, 우연히 유튜브 쇼츠에서 성인 ADHD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었고 많이 놀랐다.

맙소사, 모든 게 나의 증상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바로 병원을 찾아가기는 망설여졌고, 급히 ADHD 관련 책을 몇 권 찾았다. 이 책은 그중 제일 먼저 읽은 책이다.

책 표지
책표지 (출처: yes24)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한 저자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ADHD라는 사실을 30살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치료 과정을 이 책에서 담담하게 전해준다. 전문 지식을 전하는 책이라기보다는 저자의 경험담과 의견이 담긴 에세이에 가깝다. ADHD 같지만 막상 병원을 찾기는 망설여지는 현재 나의 상황에서 읽기에 적절한 책으로 보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도, 부주의로 인한 크고 작은 실수를 하는 증상이 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엄청 게으른 줄 알았다. 말과 행동의 일관성도 없는 게 나였다. 그런데, 내 삶을 돌이켜보면 조금 억울하다. 나는 남들보다 노력을 더 하면 더했지 노력을 덜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노력파이지만 '영리하게' 노력하지 못한다는 자격지심이 있었다. 

위 내용은 그동안의 나 자신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저자도 나와 비슷한 경험과 생각을 하고 있었음이 놀라웠다. 그녀는 자신이 평생 자책하며 살아온 자신의 특성이 ADHD 때문이었음을 깨닫고, ADHD가 아닌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고 싶어 했다. 약을 먹으니 이 맑은 정신이 정상이었구나 하고 억울했다고도 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도 병원을 한번 가볼까 생각이 들었지만 여전히 망설여진다. 비록 실수는 많지만, 나는 그럭저럭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의 마지막 파트에 실린 약물 복용 일지는 ADHD 치료 과정에서의 컨디션 변화 등을 세세하게 기록해 두었다. 이 부분을 통해 ADHD 치료 과정에서의 부작용, 약물에 의존하는 태도 등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직접 병원을 찾기 전에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책 속의 이야기는 '여성' ADHD에 비중을 두고 진행된다.

ADHD는 크게 주의력 결핍형, 과잉행동-충동형, 혼합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주의력 결핍형(ADHD-I, Inattentive type):
    •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거나 세부 사항을 놓치는 경향이 있음
    • 집중력이 부족하고 쉽게 산만해짐
    • 지시나 규칙을 따르기 어려워함
    •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음
    • 계획을 세우고 조직하는 것이 어려움
  2. 과잉행동-충동형(ADHD-HI, Hyperactive-Impulsive type):
    •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몸을 자주 움직임
    • 차례를 기다리기 어려워하고, 대화 중 상대방의 말을 끊는 등 충동적인 행동을 보임
    • 지나치게 말이 많거나,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는 경향이 있음
    • 앉아 있는 상황에서 계속 몸을 움직이거나 손발을 떠는 경우가 많음
  3. 혼합형(ADHD-C, Combined type):
    • 주의력 결핍형과 과잉행동-충동형의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유형임

그런데 부주의형과 혼합형은 처음엔 인지되지 못했다. 그저 과잉 행동만이 질환으로 인정된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아동 환자들은 90% 이상이 남자아이들이라고 한다. 여자 아이들의 경우, 어려서부터 '여성스러움'이라는 젠더 역할이 압력으로 주어진다. 그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과잉행동이 통제된다. 결국 자신의 문제를 '숨긴' 채 성인이 되어서야 ADHD 판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adhd의 세 가지 유형

저자의 글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진단도 받지 못해왔다는 저자의 억울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도 느껴졌다. 나는 책을 읽으며 저자에게 직접 질문하거나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저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내 얘기도 전하고 싶었다. 나는 남자지만 저자보다 10년 더 늦게 알게 됐다고..

ADHD가 진단받기 어려운 것은 다른 질환과 겹치는 부분이 많고, 단순히 성격이나 성향으로 착각하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젠더 편향의 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이 많이 바뀌었을 뿐이지 여성에 대한 차별은 극심했고,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것은 분명하다. 저자는 많은 비중을 들여 ADHD 여성 환자들이 그동안 진단받지 못했던 원인을 분석하는데 힘썼다.

방송 화면
검색해보니 유튜브에도 저자는 상당히 많이 출연한 것 같다.

ADHD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점은 많지만 결국 한 줄로 요약하면 그것은 "ADHD는 완치가 불가능하다"라는 사실이다.

절망적이다.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 결과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다른 경험담도 많이 나온다. 대부분 힘들어하고 있었다. 스스로가 '불량품' 같은 생각이 든다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ADHD는 자존감 하락, 자신감 상실, 우울 등을 불러온다.

그녀는 1년 넘게 약을 복용하고 있다. 마치 안경을 한번 쓰고 나면 안경 벗고는 물건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약을 먹을 때와 안 먹을 때 차이가 크다고 한다.

그리고 ADHD를 없애려고 하는 시도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ADHD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ADHD를 거부하지 말고, '나에게서 분리된 친구' 로서 또 다른 나로 대하라는 표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ADHD 성향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다양한 시도들을 해 왔고, 그것을 책에서 소개해 주었다. 정리 정돈하기, 규칙 만들기, 작업 기억력 훈련하기, 메모하기, 구체적 목표 설정하기, 계획 세우기, 마음 들여다보기, 성공 경험 상기하기, 롤모델 찾기, 음악 듣기, 뽀모도로 타이머 등..

다른 책이나 블로그에서도 많이 읽었던 내용들과 중복된다.놀라운 것은 내가 시도하고 있었던 방법들도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똑같은 생각을 했고 놀랐다고 한다. ADHD가 뭔지도 몰랐지만, 살아오면서 본능적으로 내 주의력 결핍 성향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며

이 책의 매력은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인 저자가 나와 비슷 행동과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는 데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엔 저자의 억울함에 공감하며 읽었다. 그동안 노력으로도 고치지 못했던 나의 단점들이 결국은 내 뇌 이상 때문이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저자의 노력 과정을 모두 읽어갈 즈음, 결국 ADHD는 맹장 수술이나 염증 제거처럼 쉽게 고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쉬움이라면 이 책 한 권으로 ADHD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다는 점이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기준, 약물 치료 외 다른 치료는 어떤 것이 있는지, 구체적인 상담 내용은 어떠한지 등의 정보에 대한 갈증이 남아 있었다. 젠더 문제에 대한 비중을 조금 줄였으면 어땠을까?

나는 책을 읽고 나서도 다른 책을 찾았고,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행적이 ADHD 증상과 일치한다는 영상은 매우 흥미로웠고, ADHD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브런치의 글 등은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설령 내가 싫은 것이었다고 해도, 결국은 나의 삶의 일부다. 거부하거나 피하기만 하기보다는 오히려 받아들여야 한다. 데일 카네기의 "자기 관리론"에서 배운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인생이 나에게 신 레몬을 준다면, 나는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면 된다. ADHD 성향으로 인한 치명적인 실수를 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고, 오히려  나만의 강점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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