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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박용철, "감정은 습관이다" 리뷰 : 큰 스트레스는 작은 즐거움으로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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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습관이다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존 드라이든은 이런 말을 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 흡연이나 음주, 짜게 먹는 습관 등을 생각해 보면 어느 한구석 틀린 말이 없다. 처음에는 크게 인식하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짜게 먹기 시작한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면 이제는 완전히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렇게 습관이 되어 버리면 원래대로 되돌리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감정도 이와 마찬가지로 습관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아는가? 혼자 사는 데 익숙해진 사람은 누군가 함께 지내게 되면 낯설고 불편하게 느낀다. 평생 살가운 말보다는 화를 내듯 말하는 게 익숙한 중장년의 남성은 슬픈 일이 생겨도 안타까움의 말을 하기보다는 버럭 화를 내게 된다. 이런 감정들은 뇌가 필사적으로 익숙함을 유지하려고 하기에 느끼게 되는 ‘습관적인 감정’이다. 저자는 의사로서 많은 이들을 치료하면서 행동뿐만이 아니라 ‘감정도 습관이 된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그리하여 이 책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벗어나 감정을 조절하고, 나아가 긍정적이고 행복한 감정습관을 만드는 방법을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두었다. 감정습관의 속임수에 속지 않는 법부터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법까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정적인 감정이 지속되는 이유를 ‘습관’으로 재해석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내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끌어내고 위로를 건네며 희망이 되었던 《감정은 습관이다》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출간되었다. 왜 어떤 감정은 오래가고 어떤 감정은 금세 사라질까? 책은 감정습관의 정체에 대해 알아보고, 뇌가 그동안 우리를 어떻게 속이고 있었는지 알려주며 시작한다. 감정습관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하기에 우리의 감정 조절을 어렵게 만드는지 살펴보고, 나쁜 인간관계가 반복되는 것도 감정습관의 한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후반부에서는 감정습관을 바로잡는 5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또한, 긍정적인 감정습관을 어떻게 확고하게 굳히는지 7가지 방법도 함께 안내한다. 이 책을 통해 우울, 걱정, 불안, 슬픔의 감정이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으며, 또 어떻게 이 습관을 벗어나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을지 알게 될 것이다.
저자
박용철
출판
유노책주
출판일
2023.01.25

시작하며

이 책은 습관의 강력함을 알려주고, 감정조차 습관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우리는 습관과 무의식에 조종받는 존재들이다.

1장과 2장에서는 감정 습관의 강력한 힘과 그 작동 방식을 설명했다. 3부에서는 대인 관계에서의 감정 습관의 모습을 알려준다. 이후 4장과 5장에서는 나쁜 습관을 고치고 좋은 습관을 익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커다란 감정에 익숙해지다 보면 작은 감정에는 무뎌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큰 감각은 대부분 부정적인 감각이다. 우리는 결국 부정적 감정에 익숙해진 습관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작용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한다.

긍정적인 감정을 못 느끼는 것도 습관이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기 않기 위해서는 결국 '소소한 행복'의 감정을 느끼는 습관을 만들어 두어야만 한다. 삶 속에서 발견한 작은 감정들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 

나는 습관과 관련한 책을 상당히 많이 읽었다. 이곳에는 "습관이 답이다"라는 책을 포스팅했었다. 하지만 '뒤로 미루는 습관' 덕분에 나는 습관을 만드는 일을 게을리하고 있었다. 뒤로 미루는 습관의 가장 나쁜 점은 가장 중요한 것을 뒤로 미룬다는 것에 있다.

그동안 나는 불안과 걱정의 감정에 휩쓸려 실수를 하고, 꾹꾹 참아왔던 분노를 터뜨리면서 관계를 망쳐왔다. 그러던 내게 이 책은 감정 영역에서 어떻게 습관을 들여야 할지 가르침을 주었다.

 

감정습관의 힘은 강력하다.

생존 본능에 의해 우리 뇌는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습관이 된 감정은 인지 편향에 의해 점점 강해진다. 선호 감각을 유지시키고, 익숙하지 않은 감각을 빠르게 망각하게 만든다. 이것이 '뇌의 속임수'다.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 vs '물이 절반이나 남았네'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결국 우리의 인지 편향에 의한 반응인 것이다.

어떤 감정 습관이 들었는가에 따라, 사람들은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 결과 불평이 습관이 된 사람은 불평만 하게 되고, 불안이 습관이 된 사람은 불안한 것만 보게 된다.

왜 그런 것일까?

우리의 교감신경이 부정적 감정의 악순환을 만든다. 활성화된 편도체는 스트레스 민감성을 높이고, 과도한 흥분을 표준화해 버린다. 그리고 이 교감신경 민감성은 어려서부터 친구처럼 붙어 다닌다. 항상 스스로를 몰아붙이게 된다(내재화).

책에는 '행복 거식증'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행복한 일을 겪어도 행복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거부한다. 불행한 점만을 찾아 그것에 집중하는 습관이 들어버린 것이다.

책 표지
책표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 스트레스는 작은 즐거움으로 풀어야 한다.

파괴적 습관은 자극을 먹고 산다. 이를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 파괴적 자극을 끊어내는 것이 우선이다.  다른 감정도 흥분시키는 '뇌의 속임수'를 경계해야 한다. 도파민 기전의 자극과 세로토닌 기전의 자극을 구분하자.

즐거움(도파민 기전): 쾌감, 희열, 흥분 -> 신바람, 의욕, 단기
세로토닌 기전: 은은함, 감사, 만족 -> 안정, 햇빛, 걷기, 오래 씹기

 

소소한 행복(세로토닌)과 자극적인 행복(도파민)을 구분하자.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자극적이지 않은 행복이다.
교감신경 흥분에 의한 행복은 우울과 불안 등으로 쉽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은은하고 소소한 감정은 오래 지속된다. 감정을 느끼는 능력을 세분화하고 풍부하게 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객관적 감정과 실제 감정도 구분해야 한다. 두 감정을 비교하면서 매 순간 자기감정을 인식해야 한다. 저자는 '감정 수첩'을 활용하라고 말하며, 이를 '불씨'라고 표현했다. 불씨를 살려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작은 보상, 취미, 재미, 작은 행복을 잊지 말고 누려야 한다.

한편 경쟁이나 돌발 상황 등, 큰 감정을 겪는 순간을 대비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 과정 자체를 즐기기 (결과에 대한 과한 욕심을 버리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습관화)
  • 수면과 식사 규칙적으로 하기 (불규칙은 뇌가 위협으로 인식해버린다)
  • 다음날 떠올리며 계획하기 (뇌가 스스로 대처한다)

 

감정습관과 대인관계

감정 습관은 나 자신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며, 대인관계도 습관적으로 맺게 된다. 

넷플릭스에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베이비 레인디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와이프는 주인공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해자에게 철저하고 단호하게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 주인공이 겪었던 과거 경험들 중에는 내가 겪었던 경험과 비슷한 것들이 많았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소름 돋았던 이유는, '나만 이런 줄 알았는데'라는 감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나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 왜 단호하게 행동하지 못하고 계속 반복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대인관계를 맺는지 그 이유가 나온다. 

그것은 '우리는 익숙한 사람을 찾기' 때문이다. 대인관계를 맺는 것도 습관이다. 나쁜 습관은 인생의 덫이 된다.

친밀감은 뇌 입장에서 생존의 문제이다(관계 지향 본능). 아무리 고통스러울지라도, 뇌 입장에서는 낯선 것보다 익숙한 관계가 생존에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책에서는 그러한 관계를 유형화했다. 친밀감 폭식형, 포기형, 거식형(욕구 부정) 등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나쁜 관계는 무엇일까? 자책을 반복하게 하는 관계가 대표적인 나쁜 관계다. 자책은 분노다. 스스로를 향한 그것이 넘쳐서 밖으로 향할 때, 폭발하게 된다. 모두가 나를 안 믿는 것 같다면, 자신이 아무도 못 믿는 것이다(투사한 것이다). 중요한 관계를 맺은 사람은 그 자체가 습관이 된다. 

도움 되는 새로운 관계에 익숙해져야 한다. 나를 아껴주고 도움 되는 사람을 스스로 선택하자. 무엇보다 자신과의 관계가 타인과의 관계를 결정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도 내 인격을 폄하하면 안 된다.

 

책에서 제시한 다양한 방법들 

책에서는 좋은 습관을 굳히고 나쁜 습관을 없애는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된다. 이곳에는 필기한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히 적어봤다. 이 부분은 꼭 직접 책을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상상 노출법
무대공포증이 있다면, 상상 속에서 발표하기를 연습해 보자. 쉬운 단계부터 시작하여, 부정적 습관 유발하는 자극을 찾자.

생각 습관 수정하기
인지 편향 극복, 뇌가 무시하는 다른 생각들을 놓치지 말기.
무력감과 공포, 거절감, 좌절감 -> 적절한 생각으로 대체하고, 새롭게 습관화하고 상상 노출하기 -> 소중한 자신감 습득

회피 요법
특정 상황, 환경, 자극을 조절 (예: 술). 단, 그 자극을 계속 회피해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때

자극 통제법
자극을 적절히 줄이는 것. 예를 들면 침대에는 다른 일과 관련된 것이나 핸드폰 등, 어떤 것도 가져가지 않는 것.

감정 스위치
감정 습관을 유리하게 이용, 순식간에 기분 나빠지는 것처럼, 순식간에 기분 좋거나 편안해질 수 있다. -> 기분 편해지는 이미지, 언어적 자극, 신체 감각을 활용해라. 확신을 갖고, 꾸준히 하면 습관이 된다.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
자기감정을 못 느끼는 것도 습관이다. 마음과 몸의 미세한 변화를 관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열린 집중 (몸 감각) -> 일상 확대 -> 감정 확대

자주 돌아볼수록 좋은 일이 늘어난다.
하루 세 번 마음을 체크하라. 먹을 때마다, 과거 4시간 복기. 걱정은 걱정하는 시간에 몰아서 하기.

부정문과 극단적인 표현을 삼가고, 긍정적인 내용을 반드시 소리 내어 말하라.

밝은 표정을 습관화하라

의미 부여하기
의미 있는 것은 기억된다. 의미를 찾으면, 매 순간은 지루하지 않다. 모든 순간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자.

비전설정하기
행복한 감정 습관의 완성, 가장 중요한 가치를 찾기. 소소한 즐거움과 일상의 의미들에 방향성을 부여해라.

 

마치며: 너무나 감사한 순간을 놓치지 말자.

이 책을 읽고 난 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의 내용  구성이 알차고 간결했다. 무엇 보다 매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의사들의 책은 읽기 전에는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읽으면 의외로 술술 읽힌다. 수많은 환자를 대했던 실제 임상 사례가 많고, 또한 환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던 가닥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내 감정과 인지 능력까지 습관이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습관의 무서움을 새삼 되새겼다. 이 강력한 힘을 가진 습관을 제대로 다룰 수만 있다면 나의 삶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명심하자. 작은 감정들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

이제는 연습만 남았다. 앞으로 소소한 행복의 감정 기록을 남기는 감정일기를 써 나가고자 한다.

어제는 연차를 내고 서울로 올라가 어머니와 병원에 다녀왔다. 어머니의 CT촬영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도 걱정했던 결과는 아니었다. 마음이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다. 어머니께서는 걸어가자고 했다. 나는 택시를 타자고 했는데 이미 어머니는 앞장서 걷고 있었다. 나는 불평하면서 따라갔다. 비가 많이 와서 발은 이미 다 젖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길가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있었다. 엄마는 이런 꽃들을 보면서 걷는 게 좋다고 하셨다. 꽃들은 비바람에도 넘어지지 않고 그저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문득 중학생 이후로 약 30년간 엄마랑 같이 비를 맞으며 걸었던 적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한민국의 40대 직장인들 중에 비 오는 날 밖에서 엄마와 비 맞고 떠들며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어제는 그 어떤 순간보다 행복한 날이었다.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선물이었음을 모르고 나는 짜증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주식 투자, 게임, 그리고 직장생활... 나의 감정 습관은 크고 부정적인 감정에만 반응하면서 형성되어 왔다.  앞으로는 소소하고 잔잔한 감정에 집중하여 내 습관을 다시 만들어 보고자 한다.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면서 살아가는 대신, 풍부한 감정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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