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엘리자베스 콜버트
- 출판
- 쌤앤파커스
- 출판일
- 2022.11.19
시작하며:진짜 대멸종이다
지난날 접해왔던 소설과 영화들을 상기해 보면 꽤 오랜 기간 많은 작품을 통하여 인류 멸망의 위기를 다루고 있었다. 소행성 충돌, 대홍수, 좀비, 또는 외계인의 침공을 그린 많은 영화들… 하지만 이 작품들은 대놓고 픽션임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실감 나는' 영화일수록 재미가 있었고 흥행에도 성공하곤 했다.
그런데 '실감난다'라는 표현 자체에는 이미 진짜가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진짜가 아닌데 진짜처럼 그럴듯한 위기감을 느끼게 해 주고, 또 그것을 주인공이 극복하기 때문에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픽션이 아니라 '팩트'다. 저자가 직접 탐사를 통하여 보고 겪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차별된다. 물론 처음에는 단순한 재미로 읽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두려움과 조급한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 책은 기행문이자 그와 동시에 지질학, 고생물학 교양서로도 볼 수 있다. 지구 곳곳을 찾아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전해주면서, 동시에 현 상황에 대한 생물학적·지질학적 지식도 함께 정리하여 전해주었다. 내가 직접 가 볼 수 없는 곳에 작가가 대신 가서 생태계의 붕괴 실태에 대하여 직접 취재한 것을 전해주고 있는데 무척이나 생생하고 또한 구체적으로 전해주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몰입하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지질학, 고생물학, 고대생태학 교양서 수준의 지식을 전해주는 책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는 지질시대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빙하기’, ‘간빙기’ 정도, 그리고 공룡이 살았던 ‘쥐라기’, ‘백악기’ 정도밖에 알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누대-대-기-세’로 나누는 용어들을 시작으로, 각 시대 별 구분이 어떠한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각 시대 말에 어떤 대사건들이 존재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과거 지구의 시대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이 바로 생물 화석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화석들을 연구하면서 밝혀진 지구 역사상의 거대한 대 멸종이 총 다섯 번 존재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지금 바로 여섯 번째 대멸종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저자는 '인류세'라는 용어가 이제는 많은 학자들로부터 인정되고 있음을 알리며, 공식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참고로 기존의 지구 역사 분류에서는 오늘날은 '신생대'의 '제 4기'의 '홀로세'이다. 홀로세는 약 1만년 전부터 현재까지를 의미한다.(참고로, 공룡시대는 고생대-중생대-신생대 중 중생대이다) 그런데 그 홀로세 1만 년의 뒷부분, 구체적으로 산업 혁명 시기를 기점으로 새롭게 '인류세'로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인류세라는 용어는 지구 생물학의 역사에 있어서 그만큼 인류가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 전해주는 ‘멸종’의 원인을 파헤치면 결국 궁극적 원인은 인간이었다. 예컨대 북미 지역에서 발생한 개구리의 멸종은 아시아에서 이주한 이민자들과 함께 전해진 곰팡이 균에 의해서 벌어졌다. 또한 최근 수 만년의 역사상 인류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대부분의 거대동물은 멸종했다. 인류 외의 다른 유사 인류들도 모두 멸종했다. 그리고 산호초는 이산화탄소로 인해 산성화 된 바닷물에 의해서, 거대 우림의 나무들은 높아진 기온에 의해서 사라지고 있다.
지구의 역사상 대멸종이라고 부를만한 대사건은 총 다섯 번 있었다. 40억 년 동안 단 다섯 번의 대멸종이지만, 이들 사건이 갖는 가장 큰 공통점은 먹이 사슬의 최상위 계층에 존재하던 종은 언제나 반드시 멸종했다는 것이다. 현재 지구의 최상위 종은 다름 아닌 인류이다.책에서는 지난 다섯 번의 대멸종의 원인과 그 진행 과정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이해하기 쉽게 전해주었다. 어떤 때에는 지구의 기온이 너무 낮아져서, 어떤 때에는 소행성 충돌로, 그리고 어떤 때에는 지구의 기온이 너무 높아졌다는 이유로 모두 멸종해 버렸다. 그리고 오늘날의 지구는 기온이 너무 높다는 것이 핵심이다. 화석연료의 사용량이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한 것이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멸종위기 동물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다
고백하자면 그동안 머나먼 지구 반대편에서 수많은 생물체 중에서 몇몇 종이 사라진 게, 그리고 평생 한 번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동물이 멸종했다는 사실이 내 삶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었다. 먹고 자는 데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전해주는 현지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이미 현지인들에게 해당 생물체들의 멸종은 눈에 확 뜨일 정도로 급격하게 이루어졌다. 환경운동가들과 생물학자들은 멸종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쏟았다. 그런데도 불과 몇 년 사이에 아예 해당 생물이 지구에서 사라져 버렸다.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면서 지구에서 생존해 왔던 생명체들의 역사가 우리 대에서 끊어져 버린 것이다. ‘종’ 자체의 멸절이라는 사건이 얼마나 허무하게,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는지를 느꼈다. 생물체의 멸종은 현재 인간의 능력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막상 벌어지면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 더 무서운 것 같다.
무엇보다 경각심을 갖게 했던 사실은, 과거에도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로 인하여 대멸종이 일어난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식물성 미생물의 지나친 광합성으로 인하여 이산화탄소가 부족하여 빙하기가 오기도 했으며, 반대로 화산폭발로 인한 지나친 탄소 농도로 인하여 온난화가 급격히 일어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때 보다 오늘날의 이산화탄소 배출 및 지구 온난화는 더욱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인류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 이러한 지구적 재앙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최근 호주의 거대했던 산불이 그러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바닷물의 온도가 2도 올라갔을 뿐인데, 옆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는 엄청난 가뭄이 일어났다. 그로 인하여 어마어마한 규모의 원시림이 모두 불타버렸다. 특히 호주의 원시림은 20억 년 이상에 걸쳐서 형성된 소중한 자산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타버렸고 수십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죽은 것으로 기록된 대참사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바다와 관련한 것이었다. 지구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질수록, 바다가 엄청난 양의 탄소를 흡수하게 된다. 그로 인해 점점 바닷물은 산성화 된다. 그런데 바닷물의 산도가 올라가면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생물이 바로 산호초들이다. 산호초들은 이미 상당히 사라져 버렸고, 멸종 직전에 이르렀다. 나는 바다의 산호초가 산도에 취약하다는 것도 전혀 몰랐지만, 그 산호초에 의지하는 수많은 생명체들도 생존이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알고는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처럼, 하나의 환경 사건은 결국 또 다른 환경 사건을 야기한다. 그 파급효과는 결국 전 지구 생명체에도 미칠 수 있다. 상상력이 아닌 진짜 ‘나비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며, 허무하게 멸종할 수 있을지 떠올리다
그동안 나는 환경 문제가 중요하긴 하지만 당장 내일 일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 등의 이유로 외면하고 있었다. 한편으론 내가 멸종시킨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멸종시킨 것이라는 책임 회피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당장 내가 피해를 보고 있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책이 전해주는 생생함과 급박함은 ‘대멸종’이 실제로 지금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금 당장 인류가 영향을 받아도 이상할 게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벌써 수년이 지났지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 파도 한 방에 의해서 일어났다. 전 세계에서 미국, 독일과 함께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나라였다. 그런데 그 일본이라는 국가가 존망이 위태로워질 정도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만 보아도 대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지구적 천재지변이 발생 시, 인류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알게 해 준다.
이제 나름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조차도 최근 단 며칠 동안의 폭우로 인하여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가. 자연의 힘은 이처럼 굉장히 강력하다. 어쩌면 우리는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러한 점에서 "여섯 번째 대 멸종"이라는 책은 우리에게 경각심과 두려움을 불러일으켜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핵심은 멸종이 얼마나 순식간에 일어나며, 막상 벌어지면 지금으로선 절대로 막아설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마치며: 몰랐던 지식과, 경각심과, 글쓰기를 배웠다
사실 책을 읽는 처음에는 열심히 읽을 생각도 없었고 리뷰를 쓸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된 게 무척 신기하다. 아마도 내가 가 보지 못한 지구 곳곳의 자연 생태계를 마치 내가 직접 보는 것 같은 생생한 필체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은 글쓰기에 있어서도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특히 장면 묘사가 뛰어났던 것 같다. 현장에서 맞이했던 자연경관의 묘사가 훌륭했고, 대화 전달이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했다. 또한 저자가 느끼는 깊은 안타까움이 그대로 전해져 내 안에서 울림을 만드는 글을 썼다.
나는 이곳에 '빌 게이츠가 쓴 책 리뷰'를 리뷰한 적이 있다. 그 책을 소개하면서 빌 게이츠는 '오버뷰 이펙트'라는 말을 했다.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조망 효과' 정도였는데,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봤을 때 느꼈던 깨달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하루하루 먹고 사느라 지구를 생각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거꾸로 지구적 관점에서 큰 그림을 보는 관점을 갖는다면, 어쩌면 하루하루 우리가 겪고 다투는 문제들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막아낼 수 없는 멸종 진행의 단계가 되기 전에 빨리 무언가 행동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수많은 다른 사람들도 나랑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이해가 간다. 일단 떠오르는 가장 큰 원인은 지구 온난화와 이산화탄소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지는데, 확 떠오르는 것은 없으니 답답하고, 안타깝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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