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실수를 반복했던, 부끄러운 면접 실패의 기억
7명이 면접을 한 번에 보았다. 면접관들은 한 명씩 호명하며 질문을 했다. 앞사람들이 받은 질문들 모두가 내가 착실히 준비한 질문들이었다. 바이오시밀러란 무엇인가? 아프리카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우리나라 제약 영업 환경의 특징은 무엇인가? 해당 회사의 주력 상품 등.. 면접 질문들은 나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게다가 다른 지원자들은 내가 준비한 대답보다 수준 낮은 답변을 하고 있었다. 이거, 승산이 있겠는걸?
10분여 시간이 지난 뒤, 드디어 내게도 질문이 들어온다.
"지금 자기 자신을 팔아보세요"
응?
나는 어버버... 하며 잘 대답하지 못했다. 체감상 10분과도 같았지만 아마 1분 30초 정도였지 않을까. 나는 면접관들과 다른 지원자들의 소중한 시간을 잡아먹었다. 한동안 기다리더니, 면접관은 "그럼 한번 생각해 보세요" 라며 내 순서를 넘어간다. 그리고 약 10분 간, 아무도 내게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망했다!... 진짜 망했다!.." 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받는 질문과 대답을 더 이상 경청하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 면접을 마친다고 한다.
'아, 이렇게 끝났구나'
수고했다며, 면접 결과는 문자로 알려준단다. 그런데 갑자기, 나에게 아까 못 한 대답을 할 기회를 주겠단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려 시도했지만..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1차 면접이 끝났다. 제일가고 싶었던 회사였다. 완전히 망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내가 면접을 통과했다는 점이다. 2차 면접일정 문자가 날아왔다. 나는 그날 일기에 적었다. 어쩌면 면접관들은 대답 내용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사람됨을 중점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정작 내가 해야할 복기와 반성은 하지 못했다. 사실 또 다른 회사들 면접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운 좋게 1차 면접이 합격이 끝났어도, 반드시 저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마무리지었어야만 했다. 며칠 뒤, 2차 면접장에 도착해서는 인적성검사를 먼저 했다. 그리고 면접이 시작되었다. 전 지원자에게 공통질문이 들어온다.
"지금 자기 자신을 팔아보세요"
나는 2차 면접에 또 망했다.
경험은 저절로 내 것이 되지 않는다.(복기의 중요성)
헛웃음이 나기도 하고, 또 부끄러움으로 가득 찬 기억이다. 나는 갑자기 왜 또 오래전 기억을 떠올렸을까? 이 이 경험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기억이다. 굳이 여기에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험을 무조건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너무 뒤늦게 알았다.
나는 글쓰기를 통하여 내 삶을 돌이켜보고, 이 블로그에 다시 채워나가기로 했다. 일본의 카피라이터이자 작가인 미우라 다카히로는 《언어화의 힘》에서 말한다. 최고의 콘텐츠는 당신의 삶이라고. 내 콘텐츠를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기억을 재해석하고, 정보를 추출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을 위해서도 복기는 무척 중요하다. 김작가님의 《럭키》에서는 단순히 실패를 반복하기보다는 복기를 통해서 현명하게 반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 하루의 경험을 오늘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성장할 수 있다. 나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기를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오늘 하루만은 내 것으로 만들고 잠들어야 한다.
이 포스팅을 통해서, 내 지난날의 실패를 복기해 본다. "자신을 팔아 보세요"라는 면접 질문은, 영업사원 면접장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었다. 당시에는 패닉이었지만, 면접관들은 나에게 두 번의 기회를 주었다. 아니, 1차 면접 합격 후 2차 면접까지, 무려 세 번의 기회를 주었다. 그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면 나는 회사에 합격해서, 정사원이 되어서 면접관님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할 수도 있었다.
내가 제대로 실패를 복기했다면, 2차 면접장의 그 누구보다도 유리한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연히 누려야 할 기회를 누리지 못했다. 그저 나의 실패에 좌절하고, 또한 뜻밖의 행운에 기뻐했을 뿐이다. 나는 냉철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감정적으로 그저 '반응'하기에 급급했다.
얼마 전 포스팅한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에 의하면, 우리의 뇌는 컴퓨터보다 뛰어난 예측 능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 뛰어난 예측 능력은 과거의 기억을 기초로 작용한다. 지난 면접의 기억은 나에게 '부끄러움'의 감정을 자아낸다. 이 감정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는 무엇일까? 그것은 뇌가 나를 꾸짖는 것이다. 나는 하루의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나는 태만했고, 감정의 사치를 누리기에 바빴다. 리사 펠드먼 배럿의 말한다. "행복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는 것이다. 자신만이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을 직역하면 '하루를 새롭게, 또 하루를 새롭게'라는 뜻이다. 줄여서 표현하면 '나날이 새롭게'라고도 할 수 있다. 원래의 문장은 日新 日日新 又日新(일신 일일신 우일신)이라고 해서 거듭 세 번을 강조한다. 중국의 고대 국가인 상나라의 탕왕이,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해 자신의 물건에 위 문구를 새겼다는 데에서 유래한다. '일신일일신우일신'은 문장이 너무 길기 때문에 '일신우일신'이라고 줄여서 사용하는 것 같다. '매일매일 새롭게', '항상 새롭게'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새롭게'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생각건대 한자 新은 'new'라는 의미보다는 'better'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새로움이라는 말은 '기존의 것과는 다른' '보다 나은', 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문맥상 기존의 것보다 더 나빠진다기보다는 더 나아지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일신우일신이란 말은 '나날이 발전하는'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또 우(又)자가 갖는 의미가 중요하다. 나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또', 즉 반복이 축적되어야 한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반복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루틴'을 지켜야 하고 루틴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한 목표의식과 열정, 인내심이 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강조가 바로 또 우(又)에 있다. '부단히 노력하여 나날이 발전하는 것', 그것이 일신우일신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이다.
갑자기 웬 일신우일신 타령이냐고?
눈치채셨겠지만 '일신우일신'은 사실 이 블로그 제목과도 같은 의미이다.(매일 오늘이 어제보다 더 나아지도록 노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마지막 원칙, "끊임없이 쇄신하라"가 바로 '일신우일신'과 그 궤를 같이하는 말이다. '끊임없이'라는 것이 곧 '매일매일'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 포스팅에서 솔개의 수명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비록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는 일화이다.
2022.12.30 - [책 리뷰] - 스티븐 코비의 마지막 일곱 번째 원칙
글쓰기, 오늘 하루를 내 것으로 만드는 의식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나는 매일같이 일기를 쓰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그리고 일기처럼 포스팅을 하는 사람들을 더욱 존경한다. 일기는 나만 보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 가는 대로 적을 수 있다. 하지만 블로그 포스팅은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차례 퇴고의 작업을 필요로 한다. 그만큼 에너지와 시간 소모가 더 크다.
그러한 소모를 감수하고서도 멈추지 않고 해 나간다는 것은 정말 '부단한 사람'이다. 그 부단한 모습을 보며 일신우일신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부단한 사람은 아름답다.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 그것이 인간이 가진 위대한 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아의식의 거울을 통하여 스스로를 마주해야 하고, 상상력을 통하여 더 나은 내 모습을 떠올릴 수 있어야만 한다. 또한 그것을 실현하기위해 끊임없이 행동해야한다. 이는 분명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능력이다.
몇몇 이웃 분들의 블로그를 구경할 때마다 많은 자극을 받는다. 무엇인가를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성실함은 최고의 미덕이다. 그분들의 블로그는 정말이지 일신우일신이다. 하루하루 다르게 새로워지고 있다. 어떤 분은 이곳과 비슷한 시기에 블로그를 개설하셨는데, 엄청난 포스팅으로 이미 비교불가의 블로그가 된 곳도 있다. 필자 또한 부지런히 글을 올리고 싶지만, 에너지 소모가 커서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혼자 보는 일기장에 만큼은 매일같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교훈을 얻고 싶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여러 분들과 나누고, 또 배우고 싶다. 우리에게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성장과 발전을 꿈꾼다. 하지만 마음만 앞설 뿐,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티스토리 블로는 내게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이지 찬란하고, 아름답다. 비록 늦게나마 블로그를 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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