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이 글은 주식투자의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지혜를 얻고자 공부하는 과정에서 쓰인 글이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였으나 아직 상장폐지가 되지 않아서 차트를 볼 수 있는 종목들, 알파홀딩스와 국일제지, 한국테크놀로지의 차트를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작업을 통하여 상장 폐지 전에 보이는 공통적 전조 현상을 찾아보고, 숙지하는 것을 1차적 목표로 한다. (위 종목들이 상장 폐지가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는 않았음을 밝혀둔다)
"절대 선물은 하지마라", "몰빵 하지 마라", "싸다고 무조건 사지 마라", "급등주 추격매수 하지 마라" 등, 우리는 투자 선배님들이 알려주신 교훈과 격언들을 이미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애정 어린 잔소리는 가볍게 흘려듣고 실컷 개고생 하고 나서야 결국 '엄마 말을 들을걸'하고 깨닫는 존재 아니던가?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느냐"는 말이 있다는 것은 결국 진짜 안먹어보면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다. 사실 필자가 그렇다. 어린 시절 눈 덮인 소똥 더미에 달려들어 보고서야 그것이 소똥인 것을 알고 울었던 기억이 있다. 선풍기에 손가락을 넣어봤다가 살점이 뜯겨나간 적도 있다. 성인이 되어서는 사기를 당했는데 한 사람한테 두 번 당했다.(지난 포스팅에 적었다)
아무리 많은 투자 관련 책을 읽고 정리하여도, 실제 매매에서 내 것으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또 글로 쓰면서 머리에 새기고자 이 글을 써 보게 되었다. 오늘은 세 종목으로 하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분석 글을 써 볼 생각이다. 관련 분석 자료와 경험이 쌓인다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투자에 있어서 반드시 피해야 할 NOT-TO-DO 행동 리스트를 스스로 작성해 나가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다. 하인리히의 법칙(최악의 사고는 반드시 수십, 수백 번의 전조 현상을 보여준다)을 잊지 말자.
상장 폐지가 최악인 이유, 차트 중심으로 분석하는 이유
주식 투자를 하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나는 상장폐지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주가가 하락해도, 투자 기간이 정해져서 꼭 써야하는 돈이 아니라면, 손절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다. 5년이고 10년이고, 자식에게 물려준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배당금 받으면서 버티고, 인내하면서 기다리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 시장의 도움을 받아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상장폐지를 당한다면? 순식간에 내 투자금이 전부, 실낱 같은 희망 조차 사라진다.
얼마 전 포스팅했던 사경인 회계사님의 "재무제표 모르면 절대 주식투자 하지마라"의 내용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어떤 종목을 샀든 간에, "상장 폐지만 안 당했어도 평균 200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살아남은 종목을 보유한 사람들 모두가 수익을 얻는데, 나는 모든 투자자금을 날리게 된다는 점에서 상장폐지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2000년 이후 2019년 6월까지 20년간 상장 폐지 된 종목이 1,111개라고 하니, 생각보다 많아서 놀랍다.
이러한 상장폐지는 되도록 한 번도 마주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재무제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한 '감사보고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다만 지난 사경인 회계사님의 책을 리뷰하면서 어느 정도 내용이 중복될 수 있고, 또한 지면과 시간상의 문제로 오늘의 포스팅에서는 '차트 상 전조 현상'을 찾는데 집중하고자 한다.
상장폐지의 요건과, 재무제표를 통해서 상장폐지 종목을 피하는 방법은 "재무제표 모르면 절대 주식투자 하지마라"에 정말 자세히 나와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혹시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신 분을 위해서 필자의 포스팅 링크도 첨부한다^^;
2023.03.26 - [책 리뷰] - (책리뷰)《재무제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마라》는데, 얼마나 알아야 하는 걸까?
특징 1: 폭락이 있을 땐 이미 늦었다. 계단식 하락 이후의 폭락
알파홀딩스 월봉 차트를 보면, 최고가가 38650이다. 그리고 상장폐지 직전의 가격을 보면 800~1600원대이다. 1/30토막이 났다. 마찬가지로 국일제지를 보면 최고가가 8300원, 최저가가 800원이다.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해서 이렇게 많이 빠진 것이 당연한 것일까? 아니다. 두 종목의 공통적이 특징이라면 상장폐지 사유 발생 전 6개월 평균 가격이 이미 손절할 수 없을 만큼 가격이 하락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알파홀딩스를 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하락추세를 그리며 주가는 1/4토막이 났다. 그리고 막판에 살짝 반등하는 척하더니, 더 큰 폭락이 일어나면서 1/12토막이 나버렸다.
국일제지 또한 고점을 찍고 고점 박스를 그리며 서서히 팔다가 하락추세를 그리며 1년 넘게 흘러내린다. 주가가 이미 1/4토막이 난 뒤에야 마지막에 반등이 일어나는 듯했으나 폭락을 앞둔 설거지였다. 결국 1/10토막이 나버렸다. 두 종목의 폭락 직전 하락한 수치가 비슷하다. 우연의 일치일까?
일반적으로 -75% 상태에 놓이게 되면, 손절해봤자 절반도 건지지 못한다는 마음에 그냥 두고 기다리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그때를 기다리다가, 추가 물타기 돈도 들어오지 않을 때(더 쥐어짜 낼 돈이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마지막 설거지 폭락이 나타나는 것이다.
유튜버 방송을 하시는 '심플 관심종목 TV'님께서는 계단식으로 하락할 바에는 '차라리 투매가 나오는 그림이 더 좋다'라고 하고는 했다. 또한 "주식시장의 승부사들" 책에서도 '계단식 하락'을 최악의 하락으로 꼽는 장면이 있다. 그 이유로는 어디까지 빠질지도 모르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기회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분석한 결과로 따져보면, 계단식 하락의 끝은 상승이 아니라 폭락인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위 두 차트를 통해 최고점에서 주가 부양 세력이 물량을 1~3차에 걸쳐 정리하고 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추가적인 큰 손이 들어오지 않으니 주가가 흘러내리는 것이다. 긴 시간 흘러내린 뒤에는 막판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다. 아래에 나올 한국테크놀로지 차트를 보면 더욱 끔찍하다. 로그차트로 해두지 않으면 차트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길고 깊은 하락이 있었다. 무려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본전을 주지 않고 99.89% 하락했다.
특징 2 : 전 저점 대비 평균 800% 이상의 대 시세가 발생했다.
한국테크놀로지를 보면 2만 원이던 주식이 22만 원이 되었다. 1000% 이상 급등을 한 이후에 절대 그 가격을 주지 않았다. 국일제지는 77원이던 것이 8300원이 되었다. 가장 상승률이 낮은 알파 홀딩스도 400% 이상의 상승을 보여줬다. 세 종목을 평균하면 800%가 넘는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역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주가를 급등시키는 세력들 입장에서는 작전이 성공하여 400%~1200% 정도의 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회사를 그냥 통째로 상장폐지 시켜버릴 정도의 유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 2차 전지 관련주들의 상승률이 엄청났다. 이를 보면서 필자는 신기하게 구경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또한 걱정되는 마음이 컸다.(부러운 마음이 가장 크긴 했다)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위 종목들과는 달리 회사와 산업의 구조적 성장에 의한 상승일 것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만약 해당 기업들 중 실적이 뒷받침해 준 것이 아닌 것이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할 것이다. 만약 실적이 적자이거나 재무제표가 이상한 상태인데도 폭등한 것이라면, 수년 내 상장폐지될 확률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주식 투자 관련 유튜버 '종목왕 김정수' 님은 피해야 하는 패턴을 설명하면서 '앞 폭탄' 패턴이라는 것을 설명하신 바 있다. 그분께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바닥 대비 200% 이상 올라간 종목은 쳐다도 보지 마라"라고 말씀하시며, 세력의 설거지를 당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특징 3: 신저가를 깬 후 반등하나, 고점을 높이지는 못한다(하락 추세 형성)
하락 추세 형성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저가갱신, 매물대 돌파 실패 이 두 단어는 많은 차트 분석가들에게 매도신호로 알려져 있다. 이는 투자 심리를 이용하여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상우 님의 "이것이 진짜 주식이다" 책에서는 주식은 심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차트에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분석해 내는 것을 담고 있는 좋은 책이었다.(이 또한 전에 포스팅 한 바 있다.^^;;;)
그 책의 내용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일단 주가가 신저가를 깬다면 손절 물량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2000원에 산 종목이 하락중일 경우, 1500원까지는 버틴다는 심리인 것이다. 그 이상의 손실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손절 주문을 하게 된다. 이를 이용하여 대량 물량을 가지고 있는 '큰 손'은 고의로 신저가를 깨 버린다. 특히 시장이 하락장일 경우에 더욱 쉽게 이루어진다. 신저가 하락 돌파와 함께 싼 가격에 던지는 물량을 밑에서 받는다.
그리고 시장이 다시 회복될 기미가 보일 때, 주가를 20~80% 정도 급등시켜 버린다. 그러면 기존의 보유했던 사람들은 본전이 오지 못했기 때문에 매도하지 못하고, 그동안 물타기로 돈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추가 매수도 하지 못한다. 이때 들어오는 진입자들은 신규 단기 트레이더들이다. '큰 손'은 이들에게 물량을 넘기고 나가버린다. 그 결과 주가는 다시 흘러내리고, 단기 트레이더들은 손절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기존 보유자들의 본전이 되기 직전에 주가는 다시 하락하게 된다.
이러한 패턴을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주가는 흘러내리게 된다. 특히 마지막 폭락 직전에는 항상 어느 정도 급등이 나타났다는 점이 주식시장이 정말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직접 당한 사람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특징 4 : 갭 상승 후 장대음봉의 존재
전일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갑자기 주가가 상한가를 가거나 5%이상 상승한다. 당연히 다음날 시초가는 갭 상승 출발한다. 이러한 갭 상승 후 장대음봉이 나타나면 절대 팔지 못한다. 필자가 직접 경험해 보아서 안다. 20% 수익이었는데 3%로 만족할 수 있겠는가? 한번 갭이 나왔기 때문에 뭔가 세력이 들어왔다고 생각하여 보유하다가 손실로 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지금 보유 중인 종목 하나가 계속 그 짓을 하면서 하락하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
한국테크놀로지의 경우 최근 3년 간 3번의 '상승 갭 음봉'이 있었다. 국일제지의 경우 2회, 알파홀딩스의 경우 6회 있었다. 이러한 행위를 분석해 보자면, 주로 시간 외 단일가나 장전 단일가 때 상대적으로 적은 총알로 기습적으로 주가를 올려놓은 후, 하루종일 희망고문하면서 주가를 조금씩 매도했다. 그리고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주가는 하락한다. (정말 좋은 종목은 오히려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수익을 줬다 안 줬다 하면서 막히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훅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보컬님은 본인의 저서 "실전투자의 비밀"에서 갭상승 음봉 패턴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갭을 띄워서 쭉 하락시키면서 그동안의 사람들이 모두 익절 하게 만들어, 마지막 잠재적 매물을 매집하는 패턴이다. 그 갭상승 음봉패턴과 이 세 종목의 갭 상승 음봉 패턴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발생 위치의 차이이다.(하락추세 도중 단기 고점에서 발생 vs 상승 추세 중 신고가 위치에서 발생) 비교를 위해 작년 휴림로봇 차트를 가져와 봤다.(좋은 기억이 있는 종목이다) 20~30일 동안의 고점을 돌파해 주는 신고가 상승 갭이 발생하고, 음봉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틀 뒤 한번 더 발생하면서 300%이상 상승하는 랠리가 시작되었다.
마치며
세 종목이지만 상장폐지 전의 차트상 전조 현상들을 찾아보았다. 요약하자면 1) 계단식 하락 이후 폭락, 2) 앞 폭탄의 존재(엄청난 급등), 3) 하락 추세의 형성, 4) 시초가 갭상승 후 음봉의 출현의 네 가지 공통적 특징이 있었다. 사실 더 많은 특징을 찾고 싶었는데, 아직 필자의 내공이 부족한 것 같다.
상장폐지 종목의 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하락추세를 벗어난 종목을 매수하고, 계단식 하락의 조짐이 2~3일 있을 시엔 즉시 손절하기, 수백% 오른 종목은 관심 끄기, 하락추세 도중 음봉갭 발생 시 깰 경우 함께 매도하기 등의 기준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따르기보다는, 경계해야 할 모습으로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사실 상장폐지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20년 장기투자의 경우에는 연금저축 계좌를 이용한 ETF를 활용하고 있다. 상장폐지가 있긴 하지만, 특정 금액이 보장되므로 0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득공제도 해 주고, 추천하고 싶다. 3000개 가까운 종목들 중에서 겨우 세 종목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아직 데이터가 많이 부족하다. 과거 상장 폐지 종목들의 차트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특이 종목이 눈에 뜨일 때마다 기록해 두었다가 분석해서 글을 올려볼 계획이다.
공자 할아버지는 백성을 생이지지(生而知之), 학이지지(學而知之), 곤이지지(困而知之)를 구분하셨다. 태어나면서부터 알고 있는 사람, 배워서 아는 사람, 그리고 직접 고생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사람이 있다는 다는 말이다.
인생의 경험을 통틀어 돌이켜보면, 필자는 '곤이지지'가 분명하다. 배우기 전에는 알지 못하고, 글이나 책으로 배워도 머리로만 알지 깨우치지 못한다. 직접 몸으로 겪고 고생해야 그 뜻을 알아듣는다. 하지만 주식 투자에 있어서는 직접 당하고 나서 배운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과 고통을 가져오게 된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나마, 배움을 계속해 나가고자 한다. 혹시라도 또 다른 통찰을 나누어 주시는 분이 계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비록 아둔한 '곤이지지'이지만, 열심히 배우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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