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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by김초엽 : 여운을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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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에서 이제는 소설을 쓰는 작가 김초엽.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의 세계를 특유의 분위기로 손에 잡힐 듯 그려내며,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온 그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관내분실》로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동시에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신인소설가로서는 드물게 등단 일 년여 만에 《현대문학》, 《문학3》, 《에피》 등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작품으로 펴낸 첫 소설집으로, 근사한 세계를 그려내는 상상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저자
김초엽
출판
허블
출판일
2019.06.24

 

와이프가 소설 책을 사왔다.

단편소설집은 정말 오랜만에 읽어 볼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기대했던 이상이었다.

단순히 재미로 읽으려고 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된 책이었다.

 

 

설정과 필력으로 단편소설의 한계를 극복하다

 

 나는 장편 소설보다 단편 소설을 쓰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지면에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시공간적 배경을 압축해야 하고, 장면과 사건을 풀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상상력과 필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단편소설 중에는 sf소설이 많은 것 같다. 현실의 구애를 받지 않고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현실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비추면서도 미래의 모습을 그려냈다. 작품 속 세상에서도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이 마치 거울처럼 비추어져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의 문제를 그대로 그려내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공감대 형성이 쉽고 짧은 표현으로도 이미지를 전달하기에 좋은 전략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단편소설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단편소설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정말로 미래에 이렇게 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도를 넘지 않으면서도 조밀한 상상력 이  부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로 읽기에는 서글프고, 막막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단편 소설 속에서 '모성애의 상실' , '사회적 차별의 문제' 등을 은유와 비유적 표현으로로 그려냈다. 대부분의 작품 속 미래에서 여성, 장애인, 비혼모, 이주민 등의 사회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아직 빛의 속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작중 인물의 말처럼, 작품 속 미래의 기술은 사회문제를 모두 해결할 정도로는 발달하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 사회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까?

 

어쩌면 작가는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는 미래에도 해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이 책의 제목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인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 본다면, 아쉬움 혹은 허무함의 감정을 겪게 될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해피엔딩을 좋아하고, 또한 정답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비슷한 분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저출산 문제와 아동학대 문제, 성별 및 세대 간 갈등 등, 우리 사회는 늙고 병들어가고 있다. 나는 책을 읽어가면서 그 문제에 대한 어떤 해결방법이나 아이디어를 기다린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런 것 같다. 

사실 그 점이 아쉽다. 작가로서의 문제인식은 작품에 충분히 나타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 해결책에 대한 치열하고 구체적인 고민과정이 작품에 나타나고 있지 않다. 작중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은 결국 떠나거나, 사라지거나 하는 결말로 그려낸다. 어두운 현실만 보여주고, 독자들에게 질문만 던지고, 자기는 답을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여운은 많이 남지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이계 내 한계이다)

 

마치며 - 반성하자

 

어쩌면  작가 역시 그 해결책을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에 대한 치열하고 구체적인 고민의 부재를 내가 작가에게 말할  자격이 있을까? 문득 부끄러움을 느낀다.

어쩌면 글쓴이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사회는 지금 괜찮은가, 고민과 사회적 논의의 계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아니었던 것일까? 

저출산,고령화, 사회갈등, 차별 문제, 미래 먹거리 문제 등은 우리가 다같이 해결하기위해 생각을 모으고 니편 내편 할 것 없이 토론을 해야 할 문제이다. 정작 정치권에서 여기에 큰 관심을 쏟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아쉽다.

그런데 소설가에게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기대했다는 것이 얼마나 과도한 것이었던가. 반성하게 된다. 김초엽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이미 물음표와 느낌표를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작가로서는 최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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