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이 책은 유튜브에서도 유명하신 정선근 의사 선생님이 집필한 허리디스크와 허리 통증에 관한 매우 구체적인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이 책은 와이프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다. 첫 이미지는 매우 좋지 않았다. 일단 두 권짜리 책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충 훑어봤을 때 너무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내용들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동안 너무 특정 분야의 책만 읽었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억지로라도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하지만 첫인상과는 달리 반전이 가득한 책이었다. 저자는 좋은 의사의 조건으로 '아픈 이유-앞으로의 예후-예방법의 3요소'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 또한 이러한 관점에 충실히 쓰인 좋은 책임이 틀림없다.
2. 통증 기전의 소중함, 좋은 통증과 나쁜 통증
통증기전은 매우 소중한 시스템이다. 때때로 통증은 MRI보다도 정확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의사로서 본인은 환자의 통증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고 한다.
신기했던 점은 통증에도 좋은 통증과 나쁜 통증이 있다는 것이었다. 나쁜 통증의 예를 들어보면 디스크성 요통이 있다. 이 통증이 심해지면 곧 탈출증이 온다고 한다.(흔히들 우리가 '디스크'라고 하는 증상)
한편 디스크는 수핵과 섬유륜, 종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디스크 종판이 깨지면 안에 있는 수핵이 흘러나와서 신경뿌리에 염증을 만든다. 이때에도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또 다른 나쁜 통증의 예로 한쪽다리만 근육뭉침있는 경우, 혹은 3-4일 후 통증의 심화과 계속되는 경우를 설명해 주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서둘러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편 방사통 이후에 오는 통증은 오히려 허리가 낫고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즉, 좋은 통증인 것이다. 이는 상처를 다시 아물게 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3. 통증을 무시하지 말 것, 핵심은 디스크이다.
디스크 통증의 특징은 우울과 불안, 건강염려와 히스테리 등 정신적 고통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다만 신경 예민과 통증감각 예민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신적 문제가 아닌, 신체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신경 써서 그래 라면서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통증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실 '남자가 허리에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허리병x 혹은 남자구실 못하는 사람이 된다는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허리 통증이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생각보다 별 것 아닌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좋은 의사란 증세를 치료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안심할 정도로 믿음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정선근 선생님은 좋은 의사가 분명하다.
허리 통증의 핵심에는 디스크가 있다. 허리 디스크 탈출증과 흔히들 비교하는 척추관 협착증도 결국은 디스크가 원인이라고 말한다. 디스크 밀림 현상과 후방관절의 비대 등, 그 발생 기전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간헐적 파행, 파행거리 체크 등 진단 기준도 상세히 설명한다.
4. 왜 책이 지루하지 않았지? 유쾌하면서 친절한 설명
의학 관련 책이고, 질병과 진단, 치료에 관한 내용을 담았기에 나는 지루할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내 허리는 아직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 않았기에 잘 안 읽힐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의외로 책이 지루하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는 굉장히 유머러스 하고 유쾌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환자들이 의사를 만나면 대개 고압적이거나 설명을 잘 안 해주는 의사들이 많다. 그런데 이 분은 환자를 진료할 때처럼 책을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중간중간 비유를 곁들이면서 이해를 돕기 위해 애쓰고 계셨다.
예를 들면 "디스크 붕괴는 갓난아기와 같은 상태이다. 잘 키우면 건강해진다"라고 설명하거나, 디스크성 통증을 "새끼 호랑이라서 키우면 무섭다"라는 표현이 그랬다.
다만 아재개그 느낌도 적지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선을 넘지는 않고 있어서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 수준이었다.
5. 늦지 않았다. 성실과 끈기, 기다림으로 노력하라
자세와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척추위생을 관리해야 한다.
나는 이 문장이 이 책의 핵심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맥켄지 동작과 신전운동을 비교하면서 신전운동이 진짜 좋은 운동이고, 디스크 환자에게 앞으로 숙이는 자세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견갑을 붙이고 가슴을 열어라. 앉을 땐 무릎이 엉덩관절보다 낮게 위치해야 한다. 재채기와 기침은 하늘을 보고 할 것. 자동차에 푹신한 쿠션을 두어라. 허리 베개는 좋지만, 종아리 베개는 좋지 않다.
일단 허리를 앞으로 엎드리는 동작은 대부분이 나쁜 동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가며 각종 운동의 자세들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대부분의 운동은 허리에 나쁜 운동이다. 턱걸이 빼고는 거의 대부분의 운동이 나쁘다고 나와서 놀라웠다. 아마도 디스크 환자를 기준으로 그런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운동으로 좋아지는 허리는 없다. 허리는 자세로 좋아진다. 최고의 운동은 걷기, 그리고 엉덩이-활배근-종아리운동 순으로 좋다. 1,2차 자연복대가 활배근과 대둔근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운동은 이 부위를 중심으로 해야한다
.
6. 마치며
풍부하면서 간결한 책이었다. 유머감각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저자를 독자로서가 아니라 그냥 한 사람으로서 부러울 정도였다. 주제나 표지, 그리고 목차만 얼핏 봐서는 재미가 없을 줄 알았는데, 정보와 재미를 함께 갖춘 오랜만에 읽은 진짜배기 책이었다. 또한 내용상 각각의 사례가 중요한 내용인데 구성이 매우 잘 됐다. 의사들의 책은 역시 풍부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썼기 때문에, 그 설명력이 다른 책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실제 전문가의 말이라 더욱 알아듣기 편해서 좋았다.
더불어 나의 허리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흔히들 삐끗해서 디스크가 걸렸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잘못된 자세의 축적이 오랜 시간 진행되고 있다"라는 말이 무섭게 들려왔다. 신전운동(허리를 뒤로 젖히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앞으로 숙이는 동작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하면서 나도 100년을 쓸 척추위생 관리에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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