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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리뷰) 《일상의 무기가 되는 논리 수업》 by 마이클 위디 : 오답 통한 하의상달식 정답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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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회사 동기 형에게 연금저축 펀드와 irp계좌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아직은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서 다른 내 동기가 그 형에게 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 보는 앞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내 주변 사람들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일까? 나는 선천적으로 남에게 설득력이 없게 태어난 것일까?

매번 사람들은 내가 말을 했을 때에는 비판하고 받아들이지도 않더니, 다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니깐 수긍한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와이프나, 우리 엄마조차도 그렇다) 내가 설득력이 없는 것일까? 지난번 설득의 디테일을 통해 이런 나의 고민을 해결하려고 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열 가지 디테일한 감각은 하루아침에 습득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고, 나라는 사람이 갖는 설득력 자체가 부족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리스토 텔레스는 수사학에서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 세가지 측면의 설득 요소를 논한 바 있다. 나는 그중 로고스적인 측면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래서 '논리'라는 키워드에 꽂혀서 논리 관련 책을 읽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나는 논리적으로 말하고 싶어서 책을 골랐던 것인데, 막상 읽어보니 이 책은 비논리적으로 말하는 오류의 유형들을 다루고 있다. 내 의도와는 다른 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독서의 즐거움이란 내가 예상치 못한 배움을 얻는 것 아니던가. 나는 무척이나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일상의 무기가 되는 논리 수업 표지

 

2. 구성상 특징을 통해 제안하는이 책을 읽는 방법  

 

좋았던 점 : 해당 오류의 논.리적 허점을 찾아주고, 대응법까지 알려주는 친절함

책에서 제시되는 모든 유형의 오류들은 모두 논리적 오류 유형의 예문, 유형, 뜻을 설명해 주고, 사례, 논리적 허점, 대응 방법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피장파장의 논증(대인적 논증, 비형식적 오류)의 설명을 예로 들어보자.  담배를 피우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는 것을 두고 당신도 피우지 않냐며 반론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오류이다. 논증 자체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행동을 비추어서 반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것은 이 반론에 대한 대응방법을 제시해주는 장면이었다. "아빠도 나약한 사람이라서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이란다"라고 대답함으로써 자신의 논증이 옳음을 증명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었다. 나라면 "아빠도 못 끊기 때문에 너에게 피우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강해질 수 있어"라는 말을 덧붙여서 설득할 것 같다.

이처럼 해당 오류 유형에 대하여 그저 딱딱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례, 허점, 대응법, 더 생각할 것까지 알려주는 친절한 구성으로 인하여 내용에 대해 깊이 있고 활용가능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아쉬운 점 : 지나친 병렬적 구조로 인한 지루함

이책에 등장하는 잘못된 논증의 종류는 무척이나 많다. 병렬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느낌을 준다. 무려 61가지나 되는 오류 유형을 설명해주고 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한국 충청도 방언에 관한 정보를 위하여 충청도 방언 국어사전을 읽는 느낌이랄까. 물론 앞에 좋았던 점에서 말했던 친절한 구성 덕분에 더욱 잘 이해가 되진 했지만, 백과사전식 구성이라는 특징을 강조하고 싶다.

너무 많은 오류들을 일일이 열거하는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나는 컴퓨터가 아니기 때문에 집중력에 한계가 있게 된다. 책을 읽는 3~5시간 동안, 61가지의 유형을 모두 읽었다고 치자. 이것들이 머리에 온전히 남아있을 수 있을까? 상황에 따라 찾아서 읽는 방법이 유익할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나 역시 이 책을 읽다가 중간에 지쳐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안 : 필요하거나 생각 날 때마다 찾아 읽기

필요에 따라서 유익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구성 방법은 몰입과 집중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구성적 특징을 통해 저자의 의도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저자는 논리에 대하여 어떤 주장이나 정보를 논리적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 그때 필요할 때마다 찾아서 보고 습득하라는 의도에서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중요한 내용 요약

1장. 논점을 흐리거나 피해가는 오류들

피장파장, 정황논리, 연좌제, 조롱하기(논리 자체보다는 상대방 인신공격에 목적이 있음), 훈제청어(전혀 상관없는 얘기 하기-소위 물타기), 사용과 언급의 혼동 등

피장파장(내로남불), 훈제청어(물타기) 등의 용어는 신문이나 뉴스에서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용어들 아니었나? 국정감사나 정치 관련 토론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여기에서 발견되었다.  대한민국의 국정을 논하고 미래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는 뒤로하고, 서로 상대방 흠집 내는 데에만 집중한다는 생각이 떠올라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2장. 잘못된 근거를 제시하는 오류들

논세퀴터(인과관계 없음), 잘못된 유비, 후건긍정(관계없는 결과를 제시하면서 증거로 삼는 것), 논점을 참으로 가정하기(beg the question), 비존재의 증명(없음을 증명해라), 순환논증, 열반의 오류(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함을 이유로 비판하는 것), 루딕오류(쉽게 제거되는 근거에 기인하는 것) 등

beg the question(논점을 참으로 가정하기)가 기억에 남았다. 과거 영어 숙어 공부를 할 때 공부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논점을 참으로 가정함으로써 책에서는 이 오류에 대응하는 방법은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질문을 계속하면 저절로 논점을 참으로 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한다.

한편 루딕오류는 내가 주식 투자를 하면서 여러 번 행했던 오류이다. '실적이 좋았으니까 앞으로 주가는 상승할 것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매수하면 여지없이 '매출액 및 손익 15% 이상 변동'공시가 뜨면서, 실적이 나빠지고, 주가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실적에 의하여 쉽게 제거되는 요인에 근거하여 결정하는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이러한 오류의 대표적 사례가 나심 탈레브의 《블랙 스완》에도 나온다고 한다.

 

3장. 함정을 가지고 있는 오류들

애매한 표현, 다의어 사용, 골대 옮기기(기준을 바꾸어버리는 행동), 귀류법(논증 결론의 부정을 부정하여 참임을 주장하는 것 ), 거짓 딜레마(남자친구가 없으시면 저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허수아비 논증(상대방의 논증을 엉터리로 상정한 후, 그 주장을 공격하는 것), 미끄러운 경사면(대상을 확대하여 해석하는 것) 등이 있다.

책에는 재미있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그중 '골대 옮기기'와 관련한 사례를 이곳에 소개한다. 사례에는 스코틀랜드 남자라면 귀리죽에 설탕을 넣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상대방이 '옆집 아저씨는 스코틀랜드 남자인데도 그렇게 하는데요?'라고 반박한다. 그러자 화자는 "'진정한 스코틀랜드 남자'라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 며 은근슬쩍 기준을 바꾸어 대답해 버린다. 

이에 대한 대응법으로는 제시한 것이 더욱 재미있다. '상대방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라며 "얼간이, 악당이라고 마음껏 비난하라"고 조언한다.

 

4장. 논리를 가장한 교묘한 속임수 오류들

성급한 일반화, 분해의 오류(전체를 나눈 일부도 전체와 같다), 거짓 딜레마(남자친구가 없다면 저에게 번호를 주세요), 체리피킹(전체에서 필요한 부분만 내세워 근거로 삼기), 결합의 오류(부분의 합은 전체와 같다), 통계적 거짓말(거짓된 수치를 제시하는 것), 결합 질문(이제는 아내를 안 떄립니까?) 부정확한 통계(남자는 6초마다 섹스 생각을 한다), 다중 비교의 오류, 기저율(특정 상황에서의 확률을 논하면서, 전체적 상황 하 확률을 무시하는 오류), 편향된 표본, 가짜 정확성 등

이 장에는 평소 많이 접했던 오류들이 많아서 읽기가 편했다. '기저율' 오류에 대해 살펴보자면,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확률을 무시하고, 특정 상황 하의 확률만을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특정 사이비 종교에서 20명의 암 환자를 치료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암 환자는 5%확률로 완치된다. 그렇다면 전체 암 환자가 몇 명이냐에 따라서 사이비 종교 집단의 기도의 효과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기저율의 오류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통계적 지식으로 무장하는 것이 해답이 된다.  암 환자의 평균 치료 비율을 알고 있는 것 하나만으로, 상대방의 주장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5장. 아예 논리가 없는 오류들

원천 봉쇄적 논증(자기완결적 주장), 내가 말했으니까 그렇게 해라(just because), 가능성에 호소(그럴 수도 있으니까) 히틀러 들먹이기, 달 착륙 들먹이기, 영적 오류, 반증 불가능성(신이 없음을 증명하지 못하니까 신은 존재한다), 특별대우 요구 등

이 장에서 나오는 오류들은 크게 어려운 내용이 없었다. 그저 상대방의 논리를 파악하여 똑같은 오류의 주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허점을 지적할 수 있다.

'가능성에 호소'라는 오류 유형이 기억에 남는다. 소위 '머피의 법칙'의 오류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 상황이 오리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주식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시절, 소위 전문가에게 종목 상담을 하였더니  "이대로 하방으로 계속 가면 상장 폐지일 수도 있다"라는 말에 주식을 최저가에 팔아치웠던 기억이 난다. 씁쓸한 기억이다. 

 

6장. 감정에 휘둘리게 하는 오류들

공포심 이용하기, 동정심 유발하기, 분노에 호소하기, 절박함을 강조하기, 매몰비용 강조하기 등

이 장에서는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들이 나온다. 감정에 대한 고민은 개인적으로 계속 되고 있다. 평소에는 온순하지만 '욱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당황하면 '아무것도 생각을 못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감정적 공격에 취약하고는 한다. 우리 집안 내력이다.

이러한 감정에 휘둘리는 오류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제시해주고 있는 것에 집중해서 읽었다. 다만 책에서는 이러한 방안이 큰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한다.  양심에 호소하기, 두려움이 없음을 내보이기, 팩트 체크를 요구하기, 누가 이익을 얻는지 추적하기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7장. 좋은 것인 척 하는 오류들

자연적 오류(강자가 약자를 먹는 거야), 전통에 호소하기, 자연스러움에 호소하기, 도덕주의, 마술적 사고, 정상적인 상태에 호소하기 등

8장. 맹목적인 믿음에 기반한 오류들

익명의 권위자(여러 유튜버들이 좋다고 추천해 주었다), 맹목적 믿음(그분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어야 한다), 유명인 들먹이기(유명인사인 xx도 ~라고 한다더라), 신의 뜻이라고 말하기(내가 그를 죽인 것은 신의 뜻이었다), 일반에 호소하기(다들 주식을 사니까 나도 사야 한다)등

 

4. 마치며

애초에 이 책을 읽었던 이유는 '로고스'적 측면에서의 말하기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였고, 궁극적으로 내 설득력을 높이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일단 책을 골랐던 나의 의도는 달성된 것 같지는 않다.  "논리적으로 말하는 방법"을 배우기에는 저자의 의도와 나의 의도가 약간 방향이 어긋나 있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잘못된 논리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우연한 독서로 인하여 사람들이 내게 해 대는 '헛소리'들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 만족하고자 한다. 다만 얼마나 이 책의 내용을 내가 흡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책에서 제시되고 있는 오류의 종류가 너무 많고, 그것들을 일일이 암기하거나 해서 대화와 토론에 적응하기에는 긴 시간과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실제로 내가 경험한 부분의 내용은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아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면서 읽어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전혀 겪어보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 이 경우 나는 공감 및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한 번에 독파하여 이해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오류 유형들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그때 그 때 경험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찾아서 읽어보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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