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 꾸미는 것은 사람이되, 이루는 것은 하늘이라는 뜻이다. 소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사마의를 잡기 직전에 놓치고 나서 읊는 대사이다. 이 말은 아무리 노력하고 준비해도 운이 지독하게 나쁘다면 결국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슬픈 뜻을 담고 있다. 사실 운은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 확률과 인과율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이렇게 태어나고, 죽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도 운의 영역에서 선택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이 책의 저자는 '김작가 TV'로 크게 성공을 이루었다. 가끔 시청하면서 저렇게 많은 사람을 만난다면 분명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경험을 책으로 담아냈다니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흔히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나 '운빨'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또한 '오늘의 운세'를 읽기도 하며, 점쟁이를 찾아가 복채를 주고 운수를 살피기도 한다. 이 책에서 사용된 운은 이러한 표현들과는 약간 어감이 다르다. 앞의 말들에는 다소 '운명론'적인 관점이 존재하지만, 김도윤 씨는 운명론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가는 운을 이야기한다. 다른 말로 바꾸어보면 '일이 풀려가는 흐름'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흐름'이 나의 성공을 돕는 상황을 만드는 일곱 가지 방법을 이야기한다.
1. 사람 : 성장을 위해서 사람을 만나라
장사를 하는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사람이 진짜 중요하다"는 말이다. 옷 가게를 하는 친구는 어떤 직원에게 인센티브 포함 월급을 500만 원 이상 주고 있다. 다른 사람을 쓰면 장사가 안된다는 이유에서이다. 신기한 게 그 직원은 직접 가게를 차리면 꼭 망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의 동업이 유지되고 있다. 나는 미신 아니냐며 웃어 넘어갔지만 그 친구는 사뭇 진지한 태도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의 저자는 내 친구와는 다른 의미에서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굳이 사람을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이유는 김작가님 업이 성공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이라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운에 있어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 주변에 누가 있는가?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내 성장을 막는 사람을 끊어내야 한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을 만나 그 성공 과정을 배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배움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배움의 자격이란 무엇일까? 그 누구도 자신의 지혜와 경험을 알려달라고 한다고 그냥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배움을 위하여 돈을 지불하든, 도제로 오랜 기간 일하든 하면서 비법을 배워왔다. 이런 식으로 무엇인가 줄 것을 가지고 가서 배움을 청해야 한다. 결국 기브 앤 테이크인 것이다.
꼭 물질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큰 성공을 이룬 사람이라면 오히려 물질적으로는 부족함이 없는 상태이다. 나 역시 제약회사 영업사원 시절, 성실함과 어수룩함으로 자신의 옛날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함으로써 치과에서 첫 실적을 달성한 적이 있다. 한편 어떤 할머니 약사님은 첫 직장이라는 말에 자신의 손주 생각이 난다며 사주시기도 했다.
감동이나 재미(?), 참신함, 자극 등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가지고 가 배움을 청하자. 저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람들을 찾아 간 경험을 들려준다. 사람 만나는 것이 귀찮은 나로서는 책을 통하여 만나는 것도 차선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 관찰: 내면의 흐름과 세상의 흐름을 읽어라
한때 사주팔자의 재미에 빠진 적이 있었다. 만세력 사이트 등에서 내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결과가 나온다. 나는 공망살이 있다고 나왔었다. 공망살이 뭘까? '무슨 일을 최선을 다해도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아 결국 헛된 노력만 하게 되는 신살'이라고 한다. 수능시험에서의 답안지 밀려 쓰기 실수, 감정평가사 공부 5년 동안의 악전고투,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서의 몸부림 등... 내 인생의 공망은 정말 있는 것만 같다.
2장은 어쩌면 이러한 공망살의 해답을 제시해 주는 것만 같다. 돌이켜보면 나는 무작정 열심히만 하려고만 했지, 세심한 '관찰'을 하지 못했다. 저자는 내 목표와 관심사를 관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었을까? 난 그저 남들 하는 대로, 혹은 등 떠밀려서 살아온 선택의 연속은 아니었는가? 작은 나의 선택들의 결과물이 나의 운이 것이다.
한편 내가 듣고 보는 모든 것은 세상의 흐름을 이야기해주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게 보는 TV프로, 유튜브 알고리즘, 인터넷 서핑 등을 행하면서 세상의 흐름을 읽어내야 한다. 김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유튜브를 운영하던 중에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고, 그 열풍에 맞춰서 주식투자자들을 인터뷰한 것이 대박이 나면서 김작가 TV 시청자가 급증했다.
내면의 흐름과 세상의 흐름을 세심히 관찰하여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 그것이 나의 운을 만드는 비결이다.
3. 속도 : 구조를 만들어라
거리=시간*속도 공식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가야 할 먼 길을 위해서 우리는 노력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모두에게 시간은 똑같이 주어진다. 생활 형편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하루는 24시간으로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속도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속도를 위하여 '구조화'란 것을 제시한다.
애플의 모바일 앱 생태계, 유튜브의 크리에이터 생태계 등이 성공한 구조화의 대표적인 모습들이다. 이 책에서는 아마존의 모델을 소개한다. 또한 본인이 유튜브 방송을 준비하면서 고민하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전에 포스팅했던《투자의 본질》과 《부의 시그널》에서도 경제적 해자와 관련하여 구조화된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이 강조한바 있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도 사실 어떻게 내가 써먹을지에 대해서는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이 부분에서 좋았던 것은 구조화를 하기 위한 자신의 고민의 흔적들을 공유해 주고, 그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에 따르면 구조화를 위해서는 '핵심 키워드'와 '세부 질문'을 활용하는 것이 유용하다. '방문자 수', '콘텐츠 제공' 등의 핵심 키워드를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방문자들의 유입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어떠해야 하는가? 등의 세부 질문을 던져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리스팅 하고, 안 되는 이유 또한 적어 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강점으로 만들어 무기로 만든다.
4. 루틴 : '많이 하기' VS'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기'
나는 스타크래프트를 만 판 가까이했었다. 그리고 나는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을 부정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부단히 게임을 했는데도 내 실력은 어느 순간부터 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게임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운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선천적 운, 관계적 운, 시대적 운, 개인적 운) 그중 재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운에 속한다. 나는 운이 없었다. 그래서 원했던 수준까지 가지 못했다. 나의 10대 게임의 열정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저자는 또 나를 뜨끔하게 한다. "그저 기회만 늘리는 것은 결국 제자리만 맴돌게 된다"라고 경고한다. '성실함'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으며, '스마트한 성실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광기란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내 방법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수없이 같은 게임을 중독된 것처럼 그저 '많이 했을' 뿐이다.
투입 대비 결과가 좋지 않다면, 투입의 방법을 바꿨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순간순간의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하느라 바쁘다. 실패했다고 좌절하고, 탓하고, 분노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이러한 감정적 소모에 에너지를 다 써 버리면 안 된다. 그러한 에너지를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데 써야만 한다. 이를 위하여 다음 장의 '복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5. 복기 : 한번뿐인 인생, 우리는 두 번 살 수 있다
'한번뿐인 인생'이니까,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 그런데 그 한 번 뿐인 인생을 두 번 사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일기를 쓰고, 복기하는 것이다. 나는 인생을 두 번 산다는 저자의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나도 오랜 수험생활을 하면서 복기하는 것이 거의 습관이 되었다. 하루를 돌아보고, 내가 잘못한 것을 떠올리며 다짐하는 일기를 쓰는 것은 나의 필수 루틴이다. (자책의 늪에 빠지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다)
앞의 4장에서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도 준비란 결국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어 자기 객관화가 되어야 한다. 경쟁상대를 신경 쓰지 말고 내게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표현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머니 혼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복기는 성공의 아버지"라고 표현하고 싶다. (검색해 보니 없다. 이건 내가 만든 말이다. 뿌듯)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될 수 없다. 그저 의기소침함과 두려움만 남겨줄 뿐이다. 복기를 통하여 실패의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6. 긍정 : 위기관리의 위기에서 벗어나라
살아가면서 위기나 어려움은 수시로 찾아온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어려움과 실패를 극복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위 '회복 탄력성'이 강한 것이다. 저자는 '긍정'을 운을 만드는 여섯 번째 항목으로 제시한다. 긍정이라고 하니 군 생활 읽었던 긍정의 힘이 생각났다. 소위 마술 같은 이야기였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고 모든 것을 정해 주셨기에 당연히 잘 된다고 믿으면 믿는 대로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긍정의 의미가 아니었다. 위기와 어려움 자체를 인정하고, 당분간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것을 의미한다. '위기관리의 위기'라는 표현이 와닿았다. 위기를 맞이해서 위기 자체보다는 그 위기를 대하는 태도로 인하여 위기에 빠진다는 말이었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개선을 노력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이러한 '긍정의 시간'을 가져야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자기 객관화 + 인정 = 성장' 공식을 떠올릴 수 있어야만 한다. 나는 긴박하거나 위험을 맞이했을 때, 시야가 극도로 좁아지고 멍해지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시험 때에는 답안지를 2번 연속으로 밀려 쓴 적도 있다. 저자는 위기를 맞이했을 때, 프레임에서 벗어나야만 한다고 말한다. 잘못된 프레임을 갖고 눈앞에 보이는 위험만을 피하려 급급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빠뜨리게 된다. 위기 자체를 긍정하는 것, 그것이 불운 속에서 행운을 찾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7. 시도 : JUST DO IT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모두가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시작하기가 어렵다. 저자는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설령 실패했다면 좌절하지 말고 '다음'을 생각하라고 말해준다. 끝없이 시도하는 만큼 행운을 잡을 확률도 커 지는 것이다.
혹시 아무것도 시도하지는 않고서 운 탓만, 세상 탓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한 사람이 바로 가장 먼저 끊어내야 할 사람이다. 혹시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조금 귀찮아 하긴 하지만, 이렇게 책 리뷰도 쓰고 나름 열심히 시도는 많이 하고 있다. 사람을 만나 배움을 얻는 것도 시도해 보아야겠다.
고 정주영 회장이 남긴 말씀들 중에서 "해 보기는 해 봤어?"라는 있다. '안 될 것 같다'라는 말이 나왔을 때 꾸짖었던 말이다. 무로부터 시작해서 대한민국의 산업을 개척한 사람다운 말이다. 무슨 일을 해 본 사람과 안 해 본 사람을 만나 해당 주제로 대화를 해 보면, 나눌 수 있는 대화의 폭이 전혀 다르다. 무엇인가를 시도해 본 경험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어릴 때는 알지 못했다.
마치며
평생 나는 행운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재능과도 거리가 멀었다. 나는 '운이 없는 놈'이라는 생각이 항상 나와 함께 했다. 운은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의 성공을 좌우한다. 하지만 운이 좋게 성공한 사람들이 정말 운만 좋았던 것은 아님을 알게 해 준 책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도 '시크릿'이나 '긍정의 힘' 같은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운을 불러오는 마음가짐이나 행운을 주는 태도를 이야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마음가짐이나 마술적 사고가 아닌 극도로 현실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징적인 것은 내가 책을 매우 빨리 읽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책이 잘 읽혔고, 기억에도 오래 남았다. 이 책을 읽으며 운을 얻어 성공하는 것과는 별개로, 글쓰기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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