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의 서평들을 쭉 검색해서 읽어보다 보면 이 책이 재미는 있지만 뭔가 잘 안 읽힌다는 내용들이 많이 보였다.
주로 다루는 내용들도 굵직굵직한 내용만 다루고, 작은 내용들은 생략한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은 디테일이 생명인데? 왜 그런 걸까? 의문점이 들었다.
나는 그 이유가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이유는 실제로 영업사원으로 일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들이 읽기에 이 책은 너무 구체적이고 미묘한 이야기들을 해 주고 있다. (실제 경험이 있다면 감탄할 내용들이다.) 그렇기에 직접 경험 없이 책을 통한 간접 경험으로 얻기에는 매우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과 미국의 영업 환경이 판이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오늘 다루게 될 전화-협상-불편한 사람 다루기 부분의 내용들을 읽으며 '이건 좀 실제로 하기 힘들겠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많았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소위 '꼰대문화'와 '갑-을관계'가 강하기 때문에 영업에 있어서 협상이나 불편한 사람 다루는 것이 미국만큼 잘 이루어지기가 힘들다. 내가 잠시 몸담았던 제약회사의 영업만 생각해도 그렇다.
국내 제약회사의 경우 오리지널 제품을 보유한 회사가 거의 없다.(수천억~조 단위의 연구개발비, 임상시험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오리지널 제품은 외국계 제약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특허 기간이 만료된 성분을 이용한 제네릭 제품 판매가 대부분이다.) 감기약만 놓고 보면 약 200여 개 제품들 간의 차별성이 아예 없기 때문에, 회사 영업 조건(묶음, 환입, 할인)과 영업사원의 정성 등에 의한 차별성이 매우 커진다.
마지막 이유는 블로그의 매체적 특징 때문 같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한 지 이제 2주 정도 되니까 조금 알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30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한 가지 주제로 포스팅을 하려고 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다 보니 핵심 키워드만 넣어서 최대한 간단하고 가독성 있게 포스팅하려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사실 나도 조금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책 한 권 읽는 데 약 1주일, 쓰는 데 1주일이 걸렸다)
티스토리로 광고 수익을 얻으면 액수에 상관 없이 행복할 것 같다. 어제의 나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 티스토리를 시작했다. 독서와 사색, 글쓰기 연습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방문자와 조회수 같은 것들을 추가해도 될지 모르겠다. 효율성만을 추구하다가 더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일곱 번째 디테일, 전화
"제가 지금까지 불면증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잤는데요, 죄송한데 나중에 통화해도 될까요(시간은 오전 11시)"
"아 그러시구나~ 그럼 제가 최대한 빨리 설명드리겠습니다"
텔레마케터 혹은 그 비슷한 일로 전화하는 사람들에 꼭 이 부분을 읽혀 주고 싶다. 그들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묻지도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이어나간다.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이야기하다가, 답이 안 나온다 싶으면 전화를 끊어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운전중일 때, 혹은 자고 있을 때 전화 온 적이 매우 많았다(그리고 그때마다 전화를 쉽게 끊지 못했다). 제임스 보그에 의하면, 이들은 전화 마케팅의 가장 기본을 어긴 것이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의 상태를 캐치하는 것"이다.
물론 제약 영업에는 안 맞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전화로 뭔가를 설명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고객 분들은 전화로 뭘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설명을 듣고 싶은데 언제 올 수 있냐는 식이다. 이대, 홍대, 경기도 파주까지 적도 있다. 심지어 퇴사 후 2개월이 지나서 연락을 한 곳도 있었다.
"바쁘실 것 같은데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2분 정도 통화 가능하십니까?"
'나는 당신의 시간을 뺏을 생각이 아니다'라는 암시를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전화 통화 자체를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게 된다. 통화가 시작되었어도, 정보 전달보다는 정보 수집이 우선으로 행해져야 한다. 목소리, 억양, 톤, 주변에서 나는 소리 등에 집중해야 한다.
"2주 후에 전화 하겠습니다", "편하신 시간대가 언제입니까?"
통화가 불가능하거나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파악했다면, 최대한 빠르게 전화를 끊어야 한다. 이때 다시 통화할 약속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번 통화를 했을 때, 부채의식으로 인하여 상대방이 전화에 집중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여덟 번째 디테일, 협상하기
설득의 마지막 단계가 협상이다. 경쟁적 요소와 합의적 요소가 함께 존재하는 부분이기에, 전략적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임스 보그는 포지션 협상과 필요-이해 협상으로 협상의 유형을 둘로 구분하여 다룬다.
포지션 협상에는 권력과 자존심이 개입되고, 제로섬 게임으로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이런 협상에서는 되도록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이해 협상이 진정한 의미에 협상이다. 크고 작은 이익과 필요를 서로 교환하면서 그 조건을 수정해나가는 것이다. 이때 협상 전략에는 경쟁 - 수용- 회피- 공동 작업 등의 네 가지 유형이 있다.
상황에 따라서 전략을 선택해서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협상 상대방과 앞으로도 계속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혼자 다 할 수 있는 상황이더라도 공동 작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협상의 필수 과정이다 전제가 '동의'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협상에 있어서는 입장 차이와 목표 차이를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입장이 아니라, 이득과 필요를 협상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아홉-열 번째 디테일, 불편한 사람 및 MBTI 유형별 공략하기
저자에 따르면 갈등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원인은 기대와 경계의 차이이다. 차이를 없애는 쪽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상대방의 언어와 행동을 관측하여 유형을 분류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분류에 따라서 접근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책에 있는 유형별 접근방법은 다음과 같다.
Procrastinator(우유부단한 사람) : 난처함에 공감해 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기
Explosive (자기 혐오 있는 사람) : 자존감을 높여주고, 분노를 해결해 주기
Rigid (고지식하고 변화 거부하는 사람, 꼰대) : 숫자로 보여주기
Self-important (잘난 체하는 사람) : 거짓 연기에 속지 말 것, 명분을 주고 실리를 얻기
Untrustworthy (사기꾼) : 거짓을 들춰내거나 하면 도발하게 된다. 디테일로 승부할 것
Antagonist(적대자) : 이유와 근거를 정성스럽게 묻기
Dampener (반대를 위한 반대) : 입장을 이해해 주고, 대화를 중단해라.
Extrovert(관심법 걸린사람) : 과도한(?) 칭찬해 주기, 꼭 문서로 남기기(잘 까먹음)
MBTI - st 유형 :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내용으로 접근, 논리 강조
MBTI -sf 유형 : 체계적인 접근, 신뢰성과 친밀함 강조
MBTI -nf 유형 : 질문과 경청으로 접근, 새로움 강조
MBTI -nt 유형 : 다양한 선택권 부여하며 접근, 장기적 안목과 아이디어 강조
마치며-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대신 얻는 것이 경험이다.
영업의 꽃이 보험, 제약, 자동차 영업이라고 한다. 당시 입사 동기 36명 중, 아직 남아있는 동기는 아무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퇴사하며 나는 실패했지만 많은 경험을 얻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수년이 흘러 이 책을 읽고 나니, 세 가지를 다시 깨달았다. 첫 번째는 1년은 매우 짧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경험에도 후회만 남는 경험과 성공을 낳는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아주 작은 차이가 알고 보면 진짜 차이라는 것이다.
<설득의 디테일>은 설득에 있어서 그 사소한 차이를 전문적으로 파고들어 가는 책이었다. 사실 모든 일에는 큰 틀에 해당하는 부분과 디테일에 해당하는 부분들이 있고, 이들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큰 틀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지만, 디테일한 부분의 차이는 미묘한 감각이 있는 사람만이 알아차린다. 나는 영업사원의 경험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나갔고, 어느 부분에서 내가 부족했는지를 알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책 한 권을 통하여 내 인생의 실패를 다시 복기할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에, 이 행운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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