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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고소한 향이 도는 비빔밥 같은 책 : 데일 카네기의《자기관리론》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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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담은 비빔밥 같은 책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불행(걱정)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알려주는 책이다.

약 20년 전에 읽었던 책과 내용이 흡사해서 찾아보았는데 역시 같은 책인 것 같다. 그때는 "데일 카네기 행복론"이었다. 그런데 제목이 바뀌어서 "자기 관리론"으로 다시 출판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전자가 더 맘에 드는데, 왜 이름을 바꿨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더 인기있는 책인 "인간관계론"에 대응되도록 "자기관리론"으로 펀치라인을 맞춘 것 같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이 책에서 데일 카네기는 매우 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해 준다. 저자가 직접 말했듯이, 이 책에는 무엇인가 새로운 지식을 전해주지는 않는다. 그저 우리들의  '정강이를 아프게 걷어차 주고', 알고 있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여지껏 이 책만큼 많은 '걱정'과 관련된 사례가 수록된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그만큼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였음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자기관리론 책 표지
책 표지 출처 : 구글 도서검색

이 책을 다시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나는 비빔밥 같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나는 분식집 아들이었다.

중학생 시절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어머니께서 운영하던 분식집에 밥을 먹으러 찾아가곤 했다. 라면, 떡볶이, 돈까스, 제육덮밥 등을 좋아했지만 어머니께서는 항상  비빔밥을 해 주셨다. 왜 어머니께서는 비빔밥만 주셨을까? 그 이유는 나의 편식에 있다.

나는 참 밥을 안 먹었다. 고3때까지 반에서 나보다 가벼운 사람은 남녀 통틀어 한두 명뿐이었다. 군 입대 당시 간신히 50킬로그램이었다. 군 전역 후 60킬로가 되었고, 지금은 70킬로대까지 늘어났다. 어릴 때 밥만 잘 먹었어도 키가 훨씬 컸을 텐데, 왜 그렇게 안 먹었는지 모르겠다. 이상한 식감, 이상한 비주얼, 낯선 향과 맛이면 무조건 안 먹었다. 심지어 맛있는 회도 안 먹었고, 육회도 안 먹었다. 꽃게탕은 껍질이 딱딱해서 안 먹었다. 알탕은 물고기 뇌와 비슷하게 생겨서 역시 안 먹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안 먹는 음식이 참 많았다. 그런 당시의 내가 나물 반찬을 먹을 리가 없었다.

이런 아들의 건강을 염려하신 어머니의 사랑과 지혜를 담은 음식이 바로 비빔밥이었다.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비빔밥에 골고루 들어가는 나물과 채소류 먹게 하고 싶어하셨다.  반찬으로 나오면 절대 먹지 않았지만, 비빔밥은 맛있었다. 그렇게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비빔밥을 먹고 나는 뒤늦은 폭풍성장으로 겨우 170을 넘겨 성장할 수 있었다. 

왜 비빔밥 이야기냐고?

데일카네기의 《자기관리론》이 바로 비빔밥 같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사실 이미 다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들을 한다. '원수를 사랑하라' '걱정하지 마라' '감사하는 삶을 살아라' 이런 뻔한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 요약이다. 나는 이런 뻔하게 옳은 좋은 이야기가 '나물'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몸에는 좋지만, 썩 맛은 없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이야기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버전으로 전해준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비빔밥 같은 책이라고 평하고 싶다. 이 책에는 등장하는 사람들과 이야기가 굉장히 많다. 정말 사례로 시작해서 사례로 끝나는 책이다. 심지어 마지막 장에는 아예 사례들만 수십 개 모아놨다. 

마지막에 수록된 수십개의 사례들을 읽으면서 세뇌가 완성되는 느낌이 든다. 지난번 포스팅인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에서 배웠듯이 뇌에 회로를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읽다 보면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할지 예상이 된다. 다들 한결같은 이야기들이었다. 걱정을 하지 마라는 것. 불운을 받아들이라는 것. 가진 것에 감사하고 즐겁게 살라는 것. 이야기의 다음 내용을 맞히는 능력이 생긴 것인가?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잔잔히 귀기울여보면, 예상 외로 감동이 있으며, 또한 재미도 있다. 진짜 쓰잘데기 없는 걸 다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한 엄청난 불행을 겪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얼마나 힘들었고 또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쭉 읽다 보면, 결국 맛없는 '나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맛있는 비빔밥이 존재할 뿐이다.

나는 저자의 정성과 친절함이 고추장과 참기름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비빔밥만 먹고살라고 한다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다. 이 책 또한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책이다. 비록 내용은 뻔하지만 책은 뻔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은,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이 책의 핵심 키워드로 불행, 받아들임, 지혜를 들고 싶다. 셋 중에서 하나를 또 꼽으면 역시 '받아들임'이 이 책의 핵심 가르침이다. 그냥 받아들이라고? 최근에 읽었던 "세이노의 가르침"이나, "악인론"과 같은 책을 떠올렸다. 두 책은 오히려 거부하라고 말한다. NO를 외치고, 감사함 대신 분노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권의 책은 피를 끓게 하는 책이었다. 

반대로 이 책은 오히려 피를 식혀준다. 과열 상태가 되어버린 내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책이었다. 데일 카네기는 계속해서 말한다. '받아들여라'라고. 심지어 이런 말도 한다. "불행을 최대한, '우아하게' 받아들여라" 

받아들이면 받아들이는 거지, 이게 대체 뭔 X소리인가?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았다. 과거 우리 인생에 찾아왔던 수많은 불행의 순간들을 떠올려보자. 받아들이는 시간이 길고 짧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삶이 계속하는 한, 우리는 결국은 받아들이며 살아왔지 않은가? 어떤 아픔을 극복해 냈다는 것은, 그 아픔 자체를 없앤 것이 아니다. 나름의 방법으로 '받아들인'것이다.

이미 벌어진 사실을 바꿀 수 있을까? 절대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태도와 행동 뿐이다. 주어진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카네기는 그것이 행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좋은 일은 기꺼이 받아들이면 되기에,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나쁜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책에는 4단계의 프로세스가 나온다. 현실을 인식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중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실행하는 것. 단순하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이 4단계의 메커니즘이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불행을 받아들이는데 걸리는 시간을 어떻게 줄이고, 어떻게 생산적으로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불안과 걱정은 점점 우리를 좀먹는다. 저자는 태풍과 가뭄을 이겨낸 거목이 결국은 아주 작은 벌레에 의해 죽어가는 것을 빗대어 설명한다. 삶의 모진 풍파를 결국 우리는 이겨내면서 살아가지만,  스스로를 좀먹는 '걱정'이라는 작은 감정에 의해 죽어간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시간을 현명하고, 차분하게 보내는 지혜를 전해주는 책이다.  

그냥 순응하면서 살라는 것인가?

맞다.

그런데 순응이 나쁜 것은 아니다. 적자생존이라고 하지 않던가. 주어지는 세계의 횡포에 적응하고 순응할 수 있었기에 오늘날 인류도 존재한다. 물론 운명과 투쟁하는 것은 때에 따라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운명과 화해하는 것이 생존에는 더욱 유리하다. 

데일 카네기는 "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라고 말한다.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런 표현을 만들어내는 글을 쓰고 싶다. 이 말을 내 식으로 바꾼다면, "삶이 당신에게 똥을 던진다면? 그것을 비료 삼아 꽃을 키워내라." 정도가 될 것 같다. 

나는 지난 5월에 애드센스 제한을 당했다. 구독자 목록을 보면 애드센스 광고 게재 제한으로 블로그 이웃 여러 명이 포스팅을 멈추셨다. 사실 나 역시 의욕이 많이 꺾였었다. 구글의 결정에 단순 개인 블로거인 우리는 어떠한 통제력도 행사할 수 없다. 몇 달째 돌아오지 않는 이웃 분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느낀다. 

나 역시 며칠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검색하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했었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포스팅하기도 했다. 아마 해당 포스팅을 보시면 알겠지만, 그 과정에서 우연히 20년 넘게 운영 중인 블로그를 발견했다. 그리고 나 역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인생과 블로그를 함께 키워내는 블로거'가 되기로 결심했었다. 그렇게 이겨내고자 마음먹어 놓고서도 정작 마지막 멘트는 '걱정과 불안'을 표현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23.05.22 - [잡담] - 애드센스 광고 게재 제한..원인 분석 및 대응 전략 짜보기 시도 중..

 

꿈꾸자요의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

하루하루 조금씩 새로워지고 행복해지기 위한 독서 및 리뷰, 공부 및 투자, 일상의 이야기 등을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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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불행을 겪었는데 다르게 반응하는 분들도 계셨다.

그 분들도 억울함과 분노를 표출하시기는 했지만, 광고 제한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전보다 포스팅을 늘리고 부단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리고 지금 방문해 보면 그분들은 모두 광고 제한을 이겨냈다. 인생이 불행을 선사했지만, 그것을 가지고 오히려 꽃을 키워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데일 카네기가 말한 진정한 '받아들임'이라고 생각한다. 좌절하고, 분노하고 억울해하면서 포스팅을 멈추는 사람과, 부단한 노력을 계속하는 사람. 두 가지 사례 모두 불행을 나름대로 '받아들이는'태도였다. 물론  합리적인 '포기'도 해야 할 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좌절과 분노로 인한 포기는 피해야 한다. 현명하게, 불행이 나에게 오히려 도움이 되도록, 받아들이는 것. 너무 시어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레몬을 받았어도,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드는' 현명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마치며 : 결국 또 모사재인 성사재천을 떠올리다

불행을 우아하게 받아들이라는 데일 카네기. 예수의 이야기, 링컨의 이야기를 읽을 때 사실 혼잣말을 했었다. 나는 예수도 아니고, 위인도 아닌데 내가 왜 원수를 사랑해야 하는가? 내가 왜 적을 배려해야 하는가?

그는 또 호의에 감사할 불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 화내지 말고, 사람이란 원래 원래 그렇다고도 말한다. 좋은 책이지만, 역시 모든 내용에 동의하기는 쉽지가 않다. 전체적으로, 순응적인 태도를 강조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었다. 나물 반찬을 먹는 기분이랄까, 몸에 좋은 것은 알겠는데 먹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들을 정성스럽게 수집했고, 그것들을 전해주는 저자의 친절한 태도가 책을 계속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마치 어머니가 차려주셨던 비빔밥처럼, 저자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게 된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보면 오히려 불평과 불안, 분노와 좌절이 과연 그 정도 가치가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일어날 수 있는 현실과 통계적 확률을 분석하고 계산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을 바로 행하라고 말한다.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실행할 수 있는것은 실행한다면, 결과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꾸미는 것은 사람이되, 이루는 것은 하늘이다

이 책 리뷰를 쓰다보니, 또 내 삶에서 불행한 순간마다 가슴 속에 품었던 마음가짐을 떠오르게 한다. 이 책은 불행을 '받아들이는' 지혜로운 방법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서 가르침을 전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순응하고, 복종하고, 참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받아들임이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하여 판단하고,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해 보고, 그랬음에도 결과가 나쁠 경우에는 인정하고 승복하는 마음이다. 뜨거움과 차분함이 함께 있는 마음가짐이 곧 '받아들임'이다. 

우리는 살면서 항상 좋은 일만 생기지는 않는다. 좌절과 실패를 받아들여야만 또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다. 시간이 걸릴 뿐, 결국은 받아들이게 된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걸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막상 고통이 닥치면, 우리는 비명을 먼저 지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일어나지 않은 것이나, 이미 벌어진 것을 가지고 계속해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 만큼은 자제해야 한다.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불안을 없앨 수 있다. 그 결과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리스팅 하고, 선택하고, 실행해야 한다.(모사재인)그리고 그렇게 행했다면, 성공이든 실패든 감내하고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자.(성사재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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