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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리사 팰트먼 배럿,《이토록 뜻밖의 뇌과학》리뷰 : 책으로 만난 세계 최고 뇌과학자의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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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 brain 전문가 중의 최고 brain의 가르침 기회를 얻다

나는 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단 뇌가 무척 중요한 것은 안다. 뇌를 다치면 말을 못 하게 되고,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된다. 생각과 추론을 하는 능력을 가진 것은 인간의 가장 큰 강점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기억과 지능, 기술과 역량도 뇌에 의해 결정된다. 결국 뇌의 기능에 따라서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에는 이런 막연한 지식이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 과학적 연구 결과에 의한 지식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의 수석 연구원이자 노스이스턴 대학 교수이며, 현역 의사이신 분이다. 이 말은,  뇌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인 것이다. 나는 망설임 없이 읽기 시작했다. 브레인을 다루는 과학자 중에서도 세계 최고 브레인의 책을 읽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덮으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곳곳에는 '뜻밖의 문장'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그 문장들은 기대하지 않았던 가르침을 주었다. 나는 뇌에 대해서 생각보다 많이 알지 못했으며, 그나마 알고 있던 것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책은 전체적으로 뇌와 관련된 뇌의 작용기전, 발달, 기능 등을 설명한다. 그렇게 읽다 보니 결국 뇌가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의 세상도 예측하여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뇌 과학적 관점에서 내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것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수확이었다. 제목처럼, 정말 '뜻밖의 뇌과학' 책이었다.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책 표지

뇌의 최대 존재 목적은 신체 유지이다(사고와 추론, 감정과 계산 등이 아님)

무엇이 우리를 우리답게 하는가? 사고하고, 추론하고, 감정을 느끼고, 의사소통하며, 협력하는 것. 그것이 우리 인간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과거 한동안의 뇌 연구들은 이러한 점에 집중되어 왔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뇌의 최대 존재 목적은 바로 '신체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신체를 운영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가용가능한 에너지 예산을 계산하고, 향후 생명 유지에 필요한 만큼 적당하게 에너지를 할당하는 프로세스이다. (알로스타시스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에 있어서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들의 뇌와 큰 차이가 없다.

정서와 의식은 뇌가 하는 일 중에서 그 비중이 적다. 또한 뇌는 쌓인 것이 아니라 재조직된 것이다. 파충류의 뇌, 유인원의 뇌 등으로 구분 짓는 것이 한동안 과학계에서 정설이었으나, 이러한 이론은 최근에 바뀌었다고 한다. 이 말은 감정만 전담하는 변연계, 혹은 '원시 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가 읽었던 많은 책들이 '파충류의 뇌', '삼위일체의 뇌' '변연계' 등의 뇌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던 기억이 난다. 저자는 이러한 이론이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올해 초, 읽는 데 3개월이 걸린 변태 같은 난이도의 벽돌책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박테리아로》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추론, 상상, 깊은 이해 등 우리가 정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위장과 대장, 혹은 근육의 신체활동과 다른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소 급진적인 이야기 같지만 그 책에서는 신체와 정신을 분리하여 인식하는 사고 체계인 '데카르트의 상처'를 지적하며, 신체활동과 정신작용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모두 뇌의  신경전달 작용일 뿐인데, 우리는 지나치게 정신작용에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거이다. 뇌의 신경 작용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생존이다. 그에 따르면 뇌는 최적화된 생존 기계이다. ("박테리아에서~" 책은 아마 수개월 후에나 리뷰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직 소화해내지 못한 것 같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체력을 기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공부하거나 기술을 연마하여도 정작 체력이 부족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체력이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새삼 떠올렸다. 이 책에 따르면 결국 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신체활동 유지와 에너지 할당이기 때문에, 신체 예산의 균형이 깨지면(체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다른 모든 활동도 당연히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뇌는 곧 연결망이며, 반복되는 자극을 통해 발달한다.

뇌는 내장과도 연결되어 있다. 또한 수많은 신경교세포들은 보다 더 많은 장내미생물과도 상호작용하며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인간의 뇌는 다른 인간의 뇌와도 연결되어 있다. 표정, 사상, 몸짓 등을 통하여 타인의 뇌와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수많은 뇌들 간의 의존과 자유의  충돌을 조화시키는 것이 곧 정치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뇌가 발달한다.

인간에 있어서, 외로움은 생명을 단축시킨다. 인간은 사회적 종이기 때문이다. 혼자라는 것 자체만으로, 만성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이 스트레스를 처리하느라 신체 에너지 예산을 낭비된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라는 말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되는 순간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한정된 신체예산을 예금하거나 인출하면서, 상호조정하게 된다.

한편 엄청난 숫자의 네트워크의 조합인 뇌는 일종의 허브로서 기능한다. 이 허브는 모든 신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의 기점으로 작용한다. 뇌에서 모든 신체에 대한 정보를 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약점도 존재하는데, 뇌가 손상되면 다른 신체작용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 뇌의 발달에는 평균적으로 대략 25년이 걸린다. 그 발달은 부모 및 주변 환경의 자극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인간은 양육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외부 자극에 의한 발달은 위험성도 존재하지만, 선대들의 특성과 정보를 비유전적으로 물려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인간의 '문화유전'이 오늘날의 문명의 창발을 가져올 수 있었다. 

기억은 저장이 아니다. 매번 재구성되는 어떤 조합이다. 세부조정(자주 쓰는 회로를 강화하는 것)과 가지치기(쓰지 않는 회로들을 약화하는 것)의 작업을 반복하면서 화학적 신호를 쏘아대는 '패턴'을 매번 새롭게 재생한다. 세부조정(tuning)&가지치기(pruning)를 통해 자주 쓰는 회로를 강화하고, 쓰지 않는 회로를 제거하게 된다. 그래서 학습에 있어서는 '반복'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뇌는 당신이 뭘 할지 이미 모두 알고 있다.(모든 것을 예측하고, 준비시킨다)

예측과 시뮬레이션 및 준비, 그것이 뇌의 활동의 핵심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바꾸면, 움직일 만한 가치가 있는지 결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위에서 말했던 뇌의 핵심 활동, '신체예산 할당'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예측과 준비를 위해서는 과거의 기억 데이터를 사용한다.  기억은 저장이 아니다. 매번 재구성되는 어떤 조합이다. 우리의 뇌는 세부조정(자주 쓰는 회로를 강화하는 것)과 가지치기(쓰지 않는 회로들을 약화하는 것)의 작업을 반복하면서 화학적 신호를 쏘아대는 '패턴'을 매번 새롭게 재생한다.

그런데 이러한 패턴은 실제 감각이 아닌, 뇌가 만든 환각일 뿐이다. 실제 현실이 아닌, 뇌가 위협이라고 '믿는 것'이 실제로 받아들여지면서 우리의 신체 반응을 가져온다. 우리가 우리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뇌가 관여하는 영역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뇌는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동안에도, 엄청난 신경 네트워크를 통해 계산하고, 예측하며, 반응을 준비시킨다. 이러한 예측은 우리의 감각과 인지 경험에 의해 사실로 확인될 뿐이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예로 들어보자. 저자는 PTSD가 단기적으로는 뇌의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PTSD는 뇌가 외상 경험을 예측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며, 외상경험을 학습하지 못했을 때에 유지된다. 이게 무슨 말일까? 뇌가 자신의 신체 상태와 환경에 대한 정확한 모델을 가지고 있지 못하거나, 외상 경험과 일치하지 않는 모델을 가지고 있을 때, 뇌는 예측 오류를 발생시킨다. 오류는 뇌에게 위협적인 신호로 작용하며, 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거나 기존의 모델을 수정하려고 한다. 그런데 뇌가 외상 경험과 관련된 자극이나 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일반화하거나, 외상 경험과 관련된 기억이나 감정을 회복할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없을 때, 뇌는 예측 오류를 반복적으로 발생시킨다. 이 예측 오류는 뇌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고통을 유발하며, 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치료나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리가 겪는 수많은 어려움, '감정적 문제'와 '기분의 문제'를 다루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우리가 배고플 때 무엇인가를 먹으면서 그 느낌에 반응하듯이, 그러한 감정적 문제와 스트레스를 겪을 때에도 똑같이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측과 준비, 그것이 뇌의 최대 활동이다. 정서와 감정, 사고는 그러한 예측과 준비활동의 좀 더 복잡한 버전일 뿐이다. 이 복잡성이 뇌에 있어서 강력한 힘이다. 엄청난 수의 다양한 신경패턴들로 스스로를 구성해 내는 능력이 곧 뇌의 능력이다. 유연한 행동, 추상적 사고, 상상력, 창의력, 혁신 등이 가능하게 된다.

당신의 감정에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당신이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뇌가소성'과 '배선'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우리의 뇌는 정해져 있지 않으며, 자극 입력에 의해 강화되거나 퇴화되면서 재생성된다. 이것이 뇌가소성이다. 한편 배선이란, 뇌의 예측 모델의 회로가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 배선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또한 내 배선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무슨 일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은 곧 자유와도 연결된다. 자유의지의 한 형태가 바로 반복 연습에서 발견된다.

우리는 자동행동을 제어해야 한다. 내가 한 권이 아닌 두 권을 사저 소장한 책이 딱 두 권 있다. 그중 한 권의 저자, 모티머 j. 애들러는 《독서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잊기 위해서 익힌다". 이 말은 주의 깊게 제어된, 반복된 연습을 강조하는 말이다.  리사 펠드먼 배럿은 그 이유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해 준다.

반복된 연습은 자동 행동으로 연결된다. 반복되는 경험이 제어됨으로써, 뇌의 예측이 제어된다. 뇌의 예측을 제어한다는 것은, 곧 나의 자동 행동을 제어하는 것이 된다. 뇌는 과거에 도움이 되었던 신경 회로들을 불러내어 다시 활용하게 된다. 그리고 활용을 자주 할수록, 그 회로들의 연결망은 강해진다. 결과적으로 생각하지도 않고 자동적으로(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특정한 행동을 해내는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한편 저자는 자신의 자동 행동(대표적으로, 감정)에 대해서 매일 5분간 동의하지 않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을 제안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자유의지를 위해서이다.

오늘도 스티븐 코비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삶을 주도적으로 살지 않는 것은 태만과 무책임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를 이 책에서 또 찾았다. 그것은 '당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지 않은 채, 자기 삶의 주도권을 자격이 없는 타인에게 위임하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마치며 : 이토록, 뜻밖의 가르침을 얻을 줄이야 

이 포스팅을 작성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읽을 때는 쉬웠는데, 그것을 글로 다시 적어보려니 무척이나 어려웠다.

일단 내가 잘 몰랐던 분야였기 때문에, 책을 그대로 옮겨 적는 수준의 글 밖에는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여기에서 스스로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AI로 작성되는 수많은 글들이 많이 보인다. 내 글은 그러한 인공지능의 글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았어야 했다. 하지만 써 놓고 읽어보면, 내 글은 AI보다도 내용 전달력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인간만의 깊이 있는 통찰이나 이해도 담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몇 번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뇌는 아직도 수수께끼 같은 곳이다. 인간은 뇌를 다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그 뇌를 다 사용하면 엄청난 능력이 될 것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몇 년 후에, 그것이 또 잘못 알려진 것이라는 이야기가 유행했다. 이처럼,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뇌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곳이 많다. 

이 책은 다양한 실험결과가 주는 신기한 이야기가 많았다. 뇌과학뿐만 아니라, 진화생물학에 대한 지식도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은 뇌와 관련한 지식들을 담았지만, 그 지식을 전수받으며 내가 얻은 것은 삶에 대한 지혜였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행동하는 것이 어떻게 창조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 과정을 알았기에, 나는 더 좋은 생각과 더 좋은 행동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갖게 된다.

새로운 인식을 준다는 것. 과학 도서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대대로 전해져 왔고, 또한 나 역시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이야기들이 결국은 사실이었음이 밝혀지는 순간, 여기에 과학도서를 읽는 쾌감이 있다. 다만 내가 이 책을 100% 이해했냐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포스팅을 작성하는데 더 어려웠던 것은 아닐까? 지금으로써는 이 정도의 글이 내 능력에서는 최선인 것 같다. 아마 다시 읽고, 많이 수정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품어본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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