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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오종태, 《복잡계 세상에서의 투자》리뷰 : 알고 있지만 중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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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세상에서의 투자
지금 우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계는 우리가 지금까지 진리와 상식으로 믿어왔던 투자 공식을 파괴하며 혼돈을 키우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시간의 가치가 감소하며, 다양한 요소들의 합으로 불확실성과 우연이 일상화가 되는 사회를 복잡계라고 한다. 앞으로 미래에는 하나의 현상에 하나의 원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리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타이거자산운용 오종태 투자전략 이사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기존의 방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경제와 투자 세계를 바라보며 복잡계에 대해 연구했고, 이를 투자에 접목시켜 큰 수익을 창출했다. 업계에서는 투자의 숨은 고수로 불렸지만 방송 출연은 전무했다. 하지만 2021년 4월 「삼프로TV」에서 복잡계 투자를 소개하며 단 1회 방송만으로 ‘레전드 강의’라는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고, 방송에서는 말하지 못했던 복잡계 이론을 한 권의 책에 압축해 담았다. 지금의 복잡계의 흐름을 과학, 정치, 경제의 사건으로 짚어보며, 복잡계가 바꾸고 있는 투자의 미래, 그리고 복잡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투자 지침까지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알고 있던 투자의 공식을 바꾸고 새로운 투자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오종태
출판
페이지2북스
출판일
2021.08.27

시작하며

유튜브에서 엄청난 반향을 이끌었고, 결국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의 저자는 타이거자산운용이라는 곳에서 투자전략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 투자 쪽으로는 가장 머리가 좋은 분 중에 하나라고 보면 된다. 사실 그래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었다.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세계를 어떻게 읽어내고 적응할 것인가에 대한 큰 관점을 제시해 주는 책이었다. 저자는 '단순계'인 과거와 오늘날의 '복잡계'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격변의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한 지혜와 통찰을 배울 수 있었다.

book cover
책 표지

1. 변화의 속도와 유형이 급격히 증가한 세상, 복잡계

책 제목에서 말하듯이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복잡계 세상'과 '투자'이다. 복잡계란 변동적이고 불확실하며, 모호한 세상을 말한다. 질서가 존재하면서 무질서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변동성'과 '다양성', 그리고 '예측 불가능성'의 특징을 갖는다.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지고 변화하는 세상이다. 우리는 점점 알아야 할 것도 많아지고, 배워야 할 것도 많아지고 있다. 우리가 풀어야 하는 문제들은 무엇이 정답인지 명확하게 단정 짓기 힘들다. 저자는 단순계와 대조되는 측면으로서의 복잡계를 강조한다. 단순계 세상은 분석적이고, 원자적이며, 법칙과 예측, 질서 등이 핵심 키워드였다. 하지만 복잡계 세상에서는 통합적 사고, 개방성, 적응성이 핵심 역량이 된다.

단순계의 원칙과 규칙만 고수하다가는 복잡계 세상에서는 생존 자체가 어려워 질 수 있다. 이는 <회복력 시대>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이 그 동안 지나친 효율성 추구로 인하여 오히려 생존의 위협이 증대했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단순계에서는 가시적 목표와 그것을 달성하는 속도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상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우리는 모두 도태될 수 있다. 동시에 세상의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시한다.  우리는 이 변화에 적응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과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삶의 방식과 사고 구조의 대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사고방식이 필요한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의 핵심 주제가 될 것이다.

2. 다양한 변수와 관점을 반영하고, 개방적 태도를 가질 것

세상이 복잡해졌다면, 그 복잡한 요인들을 모두 변수로 고려하여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종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에 대하여 이 책에서는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 주지만, 모든 내용은 결국 위의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세상의 변동성과 복잡함으로 인하여 우리는 인지적 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색과 경계가 분명한 것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주의해야 한다. 분명한 정보와 의견을 따르다가 특정 세력에게 유리한 주장 및 가짜 정보에 이용당할 위험이 증가한다.  차라리 모호한 상태가 오히려 더 생존에 유리하다. 다시 말해 다각도 측면에서의 사고감각을 가져야 한다.  저자는 두 가지를 100% 아는 것보다, 다섯 가지를 80%씩만 이해하고 있는 것이 복잡계에서 더 유리하다고 말한다.

 또한 복잡계 세상에서의 변화무쌍함은 '오늘의 적이 내일의 친구가 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복잡계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모든 사람과 협력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오늘날 세계 패권질서에 있어서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은 어느 편도 들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는 이들의 태도가 복잡계 세상의 사고방식에 걸맞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요청에 응하면서도 러시아와 큰 척을 지지는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었다. 상황은 어떻게 급변할지 모른다. '니편 아니면 내편' 같은 질서 논리에 따라 중국 및 러시아와 지나치게 척을 지는 것은 복잡계 사고에 따르면 피해야 하는 행동이다. 

3. 경제의 시대에서 과학의 시대로

과거에는 경제, 정치, 역사 등의 영향이 컸다. 특히 경제의 영향력이 매우 강했던 시기였다. 1970년대 이후로 전세계의 흐름은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시대였다. 자유무역주의와 시장주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시장 논리는 영역을 뛰어넘어서 정치, 법, 생물학, 과학 등 모든 영역에 준거 틀로 적용되어 왔다. 하지만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장 논리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 

반면 점점 과학 기술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책에서 사례로 든 것이 비트코인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먼저 발명됐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비트코인 자산 투자가 유행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화폐에 있어서 탈중앙화가 가속될 수도 있다. 역사를 보면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항상 세상을 변화시켜 왔다. 최근의 스마트폰과 인터넷에서부터, 멀리는 증기 기관, 항해술 등이 그렇다. 복잡계 세상에서는 이러한 기술의 영향력이 점점 커 지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또 새로운 혁명을 이끌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많다. 또한 양자역학 이론에 의해서 세상을 인식하는 사고 틀 조차도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 다음에는 로봇, 로봇 다음에는 핵융합 등, 세상을 바꿀 기술들이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과학 기술이 세상의 변화를 이끌고, 사람들 삶의 기준이 되어갈 것이다.

4. 투자는 지력싸움이다. 틀리지 않는 것을 경계하라.

저자에 따르면 주식시장은 곧 '지력 경쟁의 무대'이다. 한국 투자전략의 꼭대기에 계신 분의 표현답다고 생각했다. 복잡계에 이르러 지력에 대한 기준마저도 바뀌었다. 단순계 세상이었던 과거에는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가치평가' 능력과 '위험 측정' 능력이 지력의 주된 요소였다. 하지만 복잡계 세상에서는 그것만으로 부족해졌다. 이제는 위의 능력에 더해서 이제는 다양한 요인들 간의 '연관성 감지능력'이 중요해졌다.

저자는 데이터와 정보, 지식과 지혜, 그리고 직관과 통찰로 이어지는 여섯가지 정보처리의 단계에 대해 설명한다. 단순계 세상에서는 정보와 지식이 충분하면 되었다. 정답을 찾고 오답을 피하면 되는 시기였다. 하지만 복잡계에서는 정답이 하나가 아닌 경우도 있고, 아예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따라서 지식을 넘어서 지혜, 그리고 직관과 통찰의 단계의 지력이 요구된다.

주식 투자는 지력싸움이라는 표현에 꽂혀버렸다. 싸늘하게 나의 가슴을 찔러왔다. 그동안 나는 지식은커녕 정보에,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정보(재료, 공시 등)에 매달리는 투자를 해 왔다. 그런데, 나의 경쟁 상대방들은 지혜와 직관, 통찰의 영역에 다다른 지력을 갖춘 사람들 었다면, 승패는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복잡계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는 나만의 정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자신의 실수가 가장 소중한 교보재이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성공에 더 가까워 질 수 있다. 틀리지 않으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5. 펀더멘털, 그리고

저자는 투자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것으로 가장 먼저 펀더멘털을 언급하고 있다. 아무리 복잡계 세상이라고 해도 펀더멘털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과거에 비해서 그 비중은 많이 줄어들었다. 단순계 세상에서의 투자에서는 '가치투자'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대적으로 다른 요인들의 중요성이 커 졌다. 저자에 따르면 복잡계 세상에서 가치투자는 많은 필요조건 중에 하나가 되어버렸다. 펀더멘털만 우직하게 보고 가는 투자보다는, 유동성, 시장심리, 생태 요인, 지정학적 요인, 정치적 구도 등, 다양한 변수와 이들의 관계를 반영하는 투자를 해야 한다. 

방법론적으로 시장 전체와 개별 종목을 모두 봐야 하며, 전 세계적인 흐름을 분석하는 동시에 내부적 요인에 대한 더욱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투자를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협력을 중시하는 비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해야 한다. 과거 단순히 위험 회피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당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가운데에서 투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따라서 더욱 철저하게 분산 투자를 행하고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6. 파동 vs 임계점

그동안 경기변동, 경기순환은 경제 정책과 투자에 있어서 커다란 하나의 기준이었다. 특히 투자에 있어서는 하워드 막스, 코스톨라니 등의 단순하면서도 지혜를 담은 '사이클 국면 투자'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

복잡계 세상은 그러한 기준에 근거한 전략조차도 흔들고 있다. 저자는 경기변동 및 순환이 발생하는 이유가 기업의 재고물량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린공정'으로 대표되는 오늘날 생산과정에서의 효율성이  재고관리능력과 생산관리능력을 높였다. 그 결과로 과거처럼 상승-과열-하강-침체의 4가지 국면만으로 시장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파동이 아니면 무엇이 중요해 졌을까? 저자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임계점을 제시한다. 임계점이란, 작은 변화만으로도 시스템 전체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지점을 뜻한다. 예를 들면 물이 70도인 경우, 20도가 상승해도 물은 끓지 않는다. 하지만 99도에서는 단 1도 상승만으로 물이 펄펄 끓게 된다.

저자는 이 임계점을 기다릴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계점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그 기다리는 기간을 버틸 수 있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또한 임계점은 성질상 파동의 극단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이 버블에 도달하여 임계점 근처인 경우, 작은 악재에도 큰 폭락이 나온다. 최근의 이슈가 되고 있는 몇몇 폭락 종목들의 경우가 생각났다.

책에서는 일본의 부동산 버블, 닷컴버블, 서브프라임 위기 등을 예로 들었다. 투자와는 관계가 없지만, 이 부분을 읽으며 '기후위기'가 떠오른 것은 왜일까. 바다의 이산화탄소농도가 임계점에 다다르면 플랑크톤 등의 미세조류의 멸종을 시작으로 전 생태계가 멸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떠올랐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작고 다양한 여러가지 변수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누적되어 어느 지점에 이르면, 작은 변수에도 급격하고 거대한 변화가 이루어진다.

임계점에서의 예측불가능함과 통제불가능성을 투자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마치며

세상에 대한 관점과 시각을 넓혀주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대학 교수님께 설명을 듣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복잡계 세상이라는 말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호함이 그렇다.  

세상 변화의 복잡함과 그 빠른 속도는 오늘날 뿐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항상 사람들이 했던 말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 후기의 사회 변화라던가, 세계적으로는 산업혁명 이후 100년간 세상은 과거 농업사회와 비교해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복잡함'은 시대가 변하는 시기에는 언제나 존재했고, 우리 문명은 새로운 복잡함을 창조하면서 진화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과거와 현대를 구분 짓는 '복잡성'개념에 집중하면서도, 명확한 구분 기준을 제시해 주지는 못했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도,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비중 상 말을 아끼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마 현역으로 업계에서 투자전략을 담당하는 사람이기에, 자기 회사의 투자전략을 대놓고 노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원론적이고 큰 전략적인 관점에서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이제는 더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투자하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인데, 이 말은 " 건강을 위해  음식을 더 골고루 먹어라"라는 말처럼 들린다. 맞는 말이고 옳은 말인데, 이미 아는 말이다.

아마도 나는 실제로 복잡계 투자에서 어떻게 행동에 적용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원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복잡계 투자를 위해 항상 확인해야 할 핵심 정보, 그리고 그것들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지 등 좀 더 실용적인 내용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로 인해 나의 갈증이 더  강해졌다. 나심 탈레브, 토마스 쿤 등, '복잡계' 관련 책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투자 관련 책도 더 찾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내가 찾던 것을 얻지는 못했지만, 내가 찾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었고, 찾아서 공부하고 싶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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