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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페이융의 "반야심경 마음공부" 리뷰: 고통과 감정을 공부하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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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불안이다.

색즉시공(色卽是空)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는 임창정과 하지원이 출연한 영화 '색즉시공'을 떠올렸다.
색즉시공은 '모든 보이는 것은 비어있다'는 뜻인데, 아마 '색'이라는 동음을 이용한 제목이렷다.
현아의 매력을 두고 '패황색'이라고 했던 것과 비슷한 의도 같다.

어쨌든...

이 색즉시공이 바로 오늘 소개할 책과 관련된 '반야심경'에서 나온 말이다.

반야심경 마음공부 책 표지
책 표지 출처 : YES24

 

수능시험, 운전면허 시험, 중대장 훈련병, 자격증 시험, 취업 면접... 평생 나는 불안과 공포를 이겨내지 못했다.
'실전에 약한 사람'이 되어 평소 연습한 실력 이하의 결과를 내기만 했다.
내 삶에 있어서 평생 나를 따라 붙었고 또 중요한 순간마다 힘들게 한 것이 바로 '불안'이었다.
나이가 먹어서 괜찮아진 것처럼 보여도, 이 불안은 억눌려있다가 한 번에 터져 나오곤 했다.

특히 주식 투자를 할 때에는 불안과 흥분의 고빈도 매매를 하면서 치명적인 손실을 입기도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아직도 알지 못한다.

반야심경과의 나의 첫 만남은 군대 훈련소 종교 행사에 가서 우연히 받은 노란 표지의 얇은 책자였다.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른 채... 그저 마음을 안정시키는 주문 정도라고 생각했다.
밤새 야간 근무를 할 때면 품 속에 숨겨 가지고 가 읽었고, 밤하늘을 보며 소원을 빌고, 전역 후 생활을 다짐하고 했다.

어느덧 20여 년이 훌쩍 지나서, 반야심경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내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기 위해서라도 반야심경은 다시 한번 읽어봐야지!~

라는 마음으로 다시 읽어보았다.

 

반야심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저자의 지혜를 담은 책

반야심경이 뭘까? 정식 이름은 반야바라밀다심경이다. 불교 교리에 있어서 일종의 '요약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래의 불교의 가르침을 기록해 둔 '대반야경'이라는 불경이 있다.

그런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수백만 자, 수백 권에 이른다고 한다.
이 대반야경을 누군가가 핵심만을 추려 내서, 매우 짧은 A4용지 1쪽 분량으로 줄여놓은 것이 바로 반야심경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종목의 기업공시 보고서들을 1~2쪽 정도로 요약한 것이랄까.
그렇기 때문에 무척 압축된 내용인데, 그냥 흐름대로 읽으면 대체 뭔 말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색은 공이고 공은 색이니~ 무명도 없고 무명이 다함도 없다...." 뭐 이런 식이다.

이 책의 저자인 페이융은 위에서 대체 색이 뭔지, 무명이 뭔지, 한 단어 한 단어마다 해석을 해 주고, 배경 지식과 이론을 설명해 준다.
중국의 유명한 불경 연구가라고 하는데, 반야심경뿐 아니라 전해져 오는 다른 고사나 설화, 영화 대사, 프로이트, 헤르만 헤세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저자 자신만의 가르침을 전해 준다.

결국 책의 내용적 구성은 또 둘로 나눌 수 있는데, 
그것은 '반야심경' 자체에 대한 내용과 배경 설명하는 부분과, 저자가 생각하는 '마음공부'에 대한 부분이다.

모든 예측은 망상이고, 삶은 운의 결과다

반야심경의 특징이라면 위의 문장처럼, 좀 강력한 어그로를 끈다는 것이다. 
"색도 없고, 공도 없고, 무명도, 없고, 부처 말씀도 없다" 라며 모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이에 한술 더 떠서 페이융은 병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즉 무병장수를 비는 마음도 망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반야심경에서의 '부정'은 초월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모든 예측은 내가 만들어낸 미래의 모습일 뿐이기 때문이다.
진실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

태어난 모든 생명은 자라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 이것은 모두가 아는 것이고 진리다.
그런데 그 와중에 조금이나마 더 오래 건강하고, 더 오래 살고자 하는 마음이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시공의 족쇄에 갇힌 상태에서의 마음일 뿐이다.
진정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진다면, '고요한 지금'만이 존재한다. 과거도, 미래도 없다

따라서 굳이 무병 장수를 기원할 필요가 없다. 
삶은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다음을 기약'하려는 것도 헛된 태도다.

그럼 그냥 담배 피우고 술 마시면서 막살라는 말인가?

불교는 절대 그런 허무주의가 아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무병장수에 집착하는 대신, 묵묵히 건강한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제대로 된 생각이다.
이러한 말의 배경에는 '인연'(因缘)이 있다.
인이라 함은 인과응보, 즉 원인을 의미한다. 연이라 함은 우연, 즉 확률에 의해 결정됨을 의미한다.
결국 모든 만물은 인과율과 확률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아무리 내가 성공하기를 마음으로 바라고 기원해도,실제 행동이 없다면 그저 망상일 뿐이다.

원인이 되는 실제 행동에 집중하되, 그 조차도 운(확률)이 따라주지 않으면 거기까지만이다.
확률의 영역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최대한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태도를 갖는다.
제갈공명이 말했다는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는 표현과도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모사재인 성사재천은 필자의 좌우명이다.)

2023.04.12 - [잡담] - 모사재인(謀事在人)성사재천(成事在天) : 좌절하지 말고, 주도적인 사람이 되자.

어쨌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집착하고 고통스러워하고, 또는 기뻐하는 것은 모두 망상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행동이나 생각 없이 그저 무병장수하기만을 바라고 기도하는 것은, 망상이자 미신이라는 것이다.

건강뿐 아니라 연애, 사업, 투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에 마음을 쏟고 있는지, 그래서 고통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봐야 할 것 같다.

 

차분함을 잃지 않고 지속하는 절제의 우위

반야란 집착을 끊고 원인과 결과를 분명히 아는 것이다. '비범한 깨달음', 지혜를 의미한다.
이런 지혜를 수행하는 방식이 6 바라밀인데,6 바라밀은 보시, 지계, 인용, 정진, 선정, 반야바라밀을 뜻한다.

인생은 고통이라고 말하는 것이 불교의 이야기다. 이 책에서는 고통을 구름이라고 말한다.
바람에 따라서 없어지기도 하고 나타나기도 하는, 그런 공허한 것이 고통이다.

삶이라는 바람이 어떻게 불어오는지에 따라 시시 때때로 변하는 것이 고통이고, 감정이고, 생각인 것이다.

아무리 운이 없는 사람도 성공할 때가 있다. 어떤 일을 이루었을 때 기뻐하는 것은 정상적이다.
하지만 그 행복감에 도취되어 방종한다면, 성과가 곧 실패의 씨앗이 되고, 행복감이 슬픔의 시작이 된다.

돈을 많이 벌면 당연히 기쁘다. 하지만 그것도 그저 살면서 겪는 한 가지 경험이다.
자신이 가야 하는 목적지가 어딘지 알고 있어야만 한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프러포즈를 해서 성공하면 당연히 기쁘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시작일 뿐이며, 열정이 지나간 뒤에 현실적인 생활이 이어짐을 알아야 한다.

한 가지를 이루었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알아야 한다. 한 가지 일을 이루고 나서 그것이 삶에서 겪는 여러 경험 중 하나임을 안다면,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둬도 이성을 잃고 방종할 정도로 기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이 과거에 뿌린 씨앗이 현재에 와서 나타난 것이다. 과거에 뿌린 씨앗은 이제 종결되었고 새로운 씨앗은 지금 뿌리고 있다. 이 순간과 미래는 이 순간의 마음과 행동이 결정한다. 그러므로 차분함을 잃지 않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

 

마치며: 나는 아직 공을 보지 못해 떠나지 못하네

이 책의 모든 내용에 공감할 수 없었다. 대략 절반 정도는 거를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중국인 저자가 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중국의 문화적, 정치적 배경이 묻어 나왔는데 그게 나와는 나와 안 맞았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정부에게 억울하게 사형을 당하면 그건 내 업보라는 식의 내용이 쓰여 있다.
저자는 불교가 수동적이고 회피적이지 않은 적극적인 사상이라고 주장하면서 놓고 저런 말을 하니, 더욱 와닿지 않는다.

또한 반야심경의 마지막 내용도 신뢰도가 떨어졌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라는 문장인데 책에서는 영적인 존재들끼리의 언어, 즉 '신성한 주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저 말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애초에 아제아제도 인도어를 소리난대로 음차 한 것일 텐데?
뭔 뜻인지 찾아보니 '가자 가자 멀리 가자 저 너머 세계로 앗! 간다~' 뭐 이런 뜻이다.

흠..

애초에 모든 책이 이렇다. 저자가 하는 말을 모두 진리고 사실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동의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내가 배울 점을 찾아 그 지혜만을 배우면 그만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의 지혜는 무엇일까?
그 지혜란 결국 적극적으로 선업을 행하며 담담히 나아가는 삶을 제시하는 불교의 가르침이다.
요약하자면 짧은 삶을 최대한 행복하려 노력하되, 행복만 있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반야심경의 '부정'은 초월을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눈에 보이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충실함과 평온함을 느끼는 삶을 살도록 권유한다.
모든 것이 '없음'을 인식하면 결국 '무한대'를 깨닫게 된다고 하는데, 아직 나는 '없음'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아직 피안의 세계로는 가지 못하겠다. 그래도, 이제 구름에 놀라 헤매지는 않고자 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야심경 마음공부
싶은 바람은 모두 인생의 고통이 된다.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종교, 심리학, 의학, 경제학에서 답을 찾기도 하지만, 녹록치 않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반야심경이 내놓은 해답은 “해답은 없다”는 것이다. 고로 있지도 않은 답을 찾기 위해 고통받지 말고, 생각을 바꾸라고 한다. 오직 자기 자신에게 집중함으로써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라고 말이다. 존재의 진정한 모습을 바라볼 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고, 인생과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이 책
저자
페이융
출판
유노북스
출판일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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