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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모사재인(謀事在人)성사재천(成事在天) : 좌절하지 말고, 주도적인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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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의 순간에 품었던 나의 좌우명

이 말은 한 때 나를 좌절감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게 지켜주었던 인생의 제2 좌우명이다. 한자를 그대로 해석하자면, 꾸미는 것은 사람이되, 이루는 것은 하늘이다라는 말이 된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삼국지"에서 처음 접했던 말이다. 작중에서 제갈량은 사마의를 잡기 위한 계책을 세웠고, 거의 성공 직전에 이르렀으나, 뜻하지 않게 소나기가 쏟아져 불이 꺼지게 되고, 그로 인하여 제갈량의 책략은 실패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열심히 정성을 다해 무엇인가를 시도해도,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 즉 운(확률)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지난 2월의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아마 김작가님의 책 "럭키" 리뷰였던 것 같다)  2023.02.11 - [책 리뷰] - (책리뷰)《럭키》by 김도윤 : 흐름을 잡는 일곱가지 중요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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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운명론, 숙명론적인 말로 들릴 수 있어서 부정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어쩌다 필자의 좌우명으로 삼게 된 것일까? 실제로 내 인생에서 가장 바닥에 가까운, 부정적인 상황에서 가슴속에 간직했던 말이긴 하다.

나를 두 번 속였던 그 사람을 유튜브에서 만나다

취업 안 되는 학과 출신으로, 군 전역 후  소위 '스펙' 관리라던가 '어학연수' 경험, '인턴'의 단계를 밟으며 취업준비를 해야 했다. 필자는 전문적인 커리어를 갖고 싶었고, 나름 공부에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전문자격증 수험생활, 하지만 생각보다 수험생활이 길어졌고, 결국 나이의 앞 숫자가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내 인생의 20대는 군대와 고시원과  독서실, 그리고 주말 알바의 기억밖에는 남지 않았다.

아니, 공부했던 기억 말고 다른 기억들도 있긴 하다. 

눈치 많이 보는 수험생에게는 책 값도 부담이 되었다. 시험을 자꾸 떨어지니 책도 매년 바뀌어서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가 새 책을 그냥 질렀다. 나보다 더 오래 공부하고 있던 다른 형님이 책을 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권당 4~5만 원의 책 두 권을 빌려주었지만, 그 형님은 며칠 뒤 독서실에 나오지 않았다. 결국 책은 받지 못하고, 필자는 중고서점에서 다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신림동 고시촌 중고책 서점에 필자의 책이 있는 것이었다.(필자만의 표식이 책에 있었다)

 "합격했어?"  6개월 정도가 지나 갑자기 형님이 연락이 왔다. 금전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고 미안했다고. 사과의 의미로 고액 과외 알바를 소개해 주었다. 월 70만 원, 한 번에 2시간 과외 치고는 엄청난 페이였다. 게다가 학생의 집이 필자의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였다. 모 건축회사 사장님 아드님을 가르치는 일이었고, 게다가 하루는 그냥 같이 농구, 축구를 하며 놀아주면 되는 일이었다. 그 형님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빌린 내 책을 팔아먹었을까. 그리고 이런 과외까지 소개해주다니, 너무 고마웠다. 나는 수험시간을 쪼개 과외 수업준비를 하고, 1달간 학생을 가르쳤다. 

 

알고 보니 첫 선불 월급을 그 형님이 먼저 받아간 것을 알게 된 것은 두 달째 선불 과외비를 주시는 학생 아버님의 입을 통해서였다.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고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빌려준 책을 갖고 잠수 탄 뒤에, 그것을 헌책방에 팔아먹었을 때, 그때 개 x랄을 떨거나, 그냥 손절했어야 했다. 나는 어설프게 관대했고, 결국 같은 사람에게 두 번 속았다. 나는 너무 물렀고, 소심했고, 순진했다. 결국 30대가 되어, 나는 시험을 포기했다. 독하지 못한 나로서는 어쩌면 꽤 많이 버틴 셈이다. 장남으로서 더 이상 책만 볼순 없다며, 취직을 하겠다며,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길을 가게 된다.

참고로 그 형님은 대한민국 7대 전문자격증의 대표 강사가 되어있다. 설마 유튜브에서 형님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우연히 발견했다. 10년 넘게 공부해서 결국 합격한 모양이다. 대단한 사람이다. 오랜 수험생활의 축적된 지식을 활용해 전문 강사 생활을 하고 있구나. 20대 때부터 벗겨지고 있던 머리는 잘 심으셨다. 전문직이 돈을 많이 벌긴 하나보다. 그런데도 부족했던 것일까? 학원강사로서 투잡을 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에, 나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하는 마음과, 패배감과, 좌절감, 씁쓸함 등,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온다. 그래서 이 뻘글을 쓰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모사재인, 성사재천을 떠올리다

당시 내 좌우명이었던 '모사재인 성사재천'을 떠올린다. 이 말은 나에게는 최선을 다했으면 미련 갖지 말자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다. 평생을 걸고 9년간 도박을 했고, 나는 실패했다. 좌절과 분노에서 나를 구하기 위해서, 결국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이고, 관운이고, 확률이다라는 말로 나를 위로했다. 

방향을 바꾸어 계속해서 '모사'를 시도했으나, 안타깝게도 이후 영업사원 실패, 공무원 면접 탈락, 주식 투자 실패 등, 좌절과 고통은 삶과 함께 계속된다. 삶이 있는 한 고통은 끝이 없는 건가? 점 집을 찾아가 사주를 보니 '공망살'이 있다고 나온다. 노력하고 정성을 다하지만 원하는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아 허망한 운세라니, 이런 x 같은 운세가 또 있을까 싶다.

역시 모사재인 성사재천인 것인가? 아, 슬프도다! 자신의 생명과 모든 것을 걸고 뜻을 이루고자 했던 제갈공명 형님의 마음도 이러했으리라. 어쩌면 정말 슬픈 좌우명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터미네이터가 말했듯, 생존을 위해서는 "절망보다는 분노가 낫다". 나는 항상 운명론에 빠지지 말자고, 내 삶의 행복을 선택하자고 다짐한다.

행복 = 주도성(통제가능성) + 좌절의 준비(실패가능성)

내 스승님이신 스티븐 코비 박사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첫 번째 습관, '삶을 주도하라'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영향력의 원'과 '관심의 원'을 구분하고, 그중 '영향력의 원'에 집중하라고.

2022.12.22 - [책 리뷰] - 스티븐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습관[책리뷰]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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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은 관심 밖에 두고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는 원칙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개인은 외부 환경에 무력하고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기보다는 보다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게 된다.

박사님께서 이것을 7가지 습관 중 첫 번째에 두었다는 것은 그만큼 가장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주도성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선택'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스티븐코비의 1원칙은 필자의 좌우명과도 상통하는 바가 있다. 

모사재인(謀事在人), 즉  꾸미고 시도하는 것은 영향력의 원의 일에 속하는 일이다. 그리고 성사재천(成事在天), 즉 그 일이 의도한 대로 완성되는 것은 관심의 원에 있는 일이다. 따라서 일을 꾸미고 시도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 결과에 대한 불안감, 좌절감을 갖는 것에는 집중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야 한다. 슬퍼하고, 좌절하고 기도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나의 태도를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방법을 바꿔 다시 시도하는 사람이 되자.

 

댄 히스와 칩 히스는 또한 "후회 없음"이라는 책에서 4가지 원칙, WRAP를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 위한, 선택장애자들을 위한 책이었다. (우유부단, 오판, 편향 등을 극복해 내는 방법을 제시하며 아주 좋은 책 중에 하나이다. 차후에 시간이 날 때 리뷰할 예정이다)  WRAP 원칙 중에 마지막 원칙, "Prepare to be wrong"은 틀릴 준비를 하라는 원칙이다. 이는 결국 '모사재인 성사재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태도이기에, 책을 읽으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일이 틀어질 경우를 미리 준비하는 태도인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위한 소중한 지혜인 것이다. 그저 잘 안 되는 것에 좌절하고, 슬퍼하고, 발을 동동 구르기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국제 정세를 보면 수 싸움이 대단해 보인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 간 세계의 공급망을 장악했다. 그리고 이후 탈 석유사회를 위한 핵심 길목인 태양광, 배터리 사업을 장악했다. 이제는 반도체까지도 넘보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미국은 '일을 꾸미고'있다. 왜 미국은 이제야 칼을 빼 든 것일까? 아마도 중국의 '도광양회' 전략이 제대로 먹힌 것이리라. 결국 삶을,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성공적인 '모사꾼'들이다.

세계 지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 삶을 내가 지배하고 책임지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모사꾼'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에 최대한 집중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는 의미이지, 무슨 전략을 짜고, 남을 속이고, 일을 꾸미자는 말은 아니다. 그저 버릴 것을 버리고( 지난 아픈 기억, 배신과 좌절의 경험, 슬픈 숙명론, 잘 나가는 미운 사람들, 내가 갖지 못한 종목의 상승들까지...) 집중할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모사꾼'이라는 표현이 갖는 나쁜 어감이 있지만, 적어도 나의 역량을 통제한다는 점에 있어서 우리들은 '모사꾼'이 돼야 한다.(모사재인) 그리고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모든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며, 확률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예상과 다른 상황과 결과를 각오하고 , 준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성사재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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