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급히 산책을 나왔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눈물이 나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순순이를 떠나보내고 감정이 예민해진 것일까요. 일단은 이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밤하늘에는 달과 별 몇 개가 보입니다. 별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인공위성일지도요. 하늘을 보면 저는 가족이 떠오릅니다.
20분 남짓, 홀린 듯 하늘만 보며 걸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달과 별은 저를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저를 따라오는 달과 별을 보면서, 제 삶은 결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나 이렇게 게을러도 되는 걸까?
이정도 행복이 내게 정말 허용되는 것일까?
가끔씩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저를 찾아옵니다. 나는 더 잘할 수 있는 놈인데, 왜 이정도밖에 못하고 있는걸까 하고요. 저는 저를 위해 헌신하신 분이 참고 넘겨준 삶의 몫만큼 더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제가 가진 잠재력을 모두 발휘해야만 합니다.
인생의 가장 힘든 순간마다 밤하늘을 보면 언제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저를 낳고 키워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심지어 삶의 끔찍한 위기의 순간마다 저를 기어이 버텨야만 하게, 그리고 버틸수 있게 하셨습니다.
책을 읽은지 꽤나 시간이 지나도 멈추지 않는 울림에 저는 당황했습니다. 그만큼 저자인 김병규 교수님의 진심이, 그의 삶이 통째로 제게 스며든 모양입니다.
원래 시간 관리를 배우기 위해서 펼친 책이지만..
하지만 이 책에서 시간을 관리하는 기술이나 요령은 다루지 않습니다.
24년 간 병마와 싸우는 친형. 그 친형을 간병하다 혈액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 그리고 이제 나이드셔서 지쳐가는 어머니. 그런 암울한 상황에서 강연을 할 때만큼은 환히 빛나고자 하는 저자의 모습. 언제 자신의 시간도 멈출지 모른다는 절망적인 불안감 속에서, 그는 틈틈이 자신의 생각을 기록했습니다. 저는 이 책의 그의 유서이자 생존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는 행복하고 싶어하고 있었습니다.
항상 웃고 밝은 대학 교수로 살았지만, 아픈 형의 동생이자, 그 형을 간호하는 부모님의 유일한 희망으로 살아왔습니다. 두 자아로 살아오느라 다른 것에는 집중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두 자아를 일치시키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책에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앞으로 삶에 대한 다짐, 갑자기 아픈 어머니 소식에 병원에 달려와 한숨을 돌리고 들었던 생각의 조각까지 담담히, 솔직하게 전합니다.
제가 놀랐던 것은 원망의 말은 단 한마디도 없다는 점입니다. 아픈 가족을 돌보는 삶이 얼마나 오히려 그는 자신의 운명을 ‘일부러 흐릿하게 보아서’ 멀리 있는 것처럼 거리를 두려 애씁니다. 동시에 아주 작은 기쁨과 행복의 디테일에는 최대한 집중하며, 스스로를 지켜냅니다.

하루라는 시간에 몰입하기
책의 에필로그를 보면 김병규 교수님은 약 100일 동안 이 책을 저술하신 걸로 나옵니다. 100일의 시간은 책 한 권 쓰기에는 짧은 시간입니다. 엄청난 집중력으로 쓰신 것이죠. 하지만 그가 글을 쓸 수 있게 허락된 시간들은 그의 삶에서 간신히 주어진, 하루 속에서 건진 값진 시간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짧은 순간도 아주 긴 시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찰나의 순간이 영원 같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어도, 순간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영원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때때로 저의 하루는 지루함과 무료함, 지겨움으로 가득했습니다. 저는 뭔가에 몰입해야만 했습니다. 그 공허를 메우기 위해 게임에 몰두했고, 허황된 도박성 투자에 소중한 시간을 쏟아부었습니다. ‘오늘’은 그저 견뎌내야 할 무의미한 시간의 연속일 뿐이었습니다. 저자가 벼랑 끝에서 붙잡으려 했던 바로 그 ‘하루’를, 저는 쓰레기처럼 버리고 있었던 겁니다.
"시간이 주어진 사람들은 반드시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살아가야 한다… 설령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오늘 하루뿐일지라도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 이것이 시간이 주어진 사람들에게 주어진 의미와 책임이다."저는 시간을 죽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는 짧게나마 주어진 행복한 시간에 영원을 새기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습니다. 제가 흩뿌려 버린 무수한 순간들이, 그에게는 하나의 우주를 담을 수 있는 찰나의 영원이었던 것입니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어느덧 병원에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입원 중인 형의 간병을 위해 글쓰기를 멈춰야 한다. 삶은 슬프지만 내 마음은 슬프지 않다. 내 시간은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마음을 품고 지금 형을 만나러 간다. (끝).. p.222.
책의 마지막 장에서 교수는 말합니다. 입원 중인 형을 간병하러 가야 하기에 글쓰기를 멈춘다고..

마치며
저 역시 삶의 고통과 한계를 마주하면 글을 써보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아주 가끔씩은 제 생명을 녹인 듯한 글귀가 써지기도 했지만, 이 책에서 나타난 김병규 교수님의 절실함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이 책은 행복하고 소중한 삶을 위한 다짐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삶은 슬프지만 내 마음은 슬프지 않다. 내 시간은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다시 또 제 하루를 생각해 봅니다. 한국 명문대학의 교수까지 되었음에도 저토록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저의 하루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내졌을까요? 그동안 제가 흘려온 시간들과, 그리고 지금 내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을 생각해 봤습니다.
역시나,
더 지독하게, 더 성실하게 하루를 보내야만 합니다. 무엇보다 더 행복해야 합니다. 제게는 빚이 있습니다. 제가 진 빚을 갚는 유일한 길이며, 이 삶에 주어진 나의 숙명임을 생각합니다.
가족의 아픔과 그로 인한 책임감, 그리고 스스로 짊어진 죄책감까지… 그 길이 얼마나 외롭고 힘드셨을지 감히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작은 순간에서 기쁨을 발견하며 행복하시기를, 저자의 하루를 멀리서 응원하고 싶습니다.
물론, 제 하루도,
이 글을 읽으신 당신의 하루도 응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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