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이번에 제가 선택한 책은 이즈미 마사토의 "부자의 그릇"입니다.
짧은 이야기 형식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노인과 주인공의 대화가 주제입니다.
착실한 은행원이었던 주인공은 문득 철저한 준비로 창업을 해서 월 1억을 벌다가, 빚 3억을 지고 망하게 됩니다.
그렇게 망연자실해 있다가 노인을 만나고, 노인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배우고, 다시 도전하게 된다는 이야깁니다.
사실 이런 노인(주로 멘토역할)과 주인공(실패했으나 결국 성공)의 대화 형식의 이야기책은 꽤 익숙합니다.
김종봉 님의 "부의 시나리오" 라든가, 유영만 님의 "용기",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 등이 떠오르네요.
이 책은 이들보다 더욱 내용이 짧고 단순했습니다.
몇 번을 읽어봐도 책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 지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다가... 글을 적어 봅니다.

책의 핵심 내용은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돈은 다른 사람이 주는 것이며, 나의 '신용' 크기에 따라 주는 것이고, 결국 큰돈을 갖고 싶으면 그릇을 먼저 키우라는 것.
저는 이 책을 3번 읽었고, 관련 유튜브 영상도 2번 봤습니다.
그런데도 부자의 그릇이 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저는 나름 책을 많이 읽습니다.
그런데도 혹시나 제가 또 빠뜨리고 읽었나 해서 다시 읽고 또 읽었습니다.
하지만 책에는 그 구체적 지침이나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결국 책 탓을 하게 됩니다.
"그릇을 먼저 키워라"라는 뭔가 일반적인 이야기를 해놓고, 알아서 주제를 찾아 읽으라는 건가!?..
창업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격하게 공감하면서 읽었을 수도 있겠네요.
결국 이 책은 저의 기존 경험 기억에 의존하여 읽어야 하는 책이었습니다.
진짜 독서는 책장을 덮고 나서부터다.
제가 좋아하는 독서 관련 유튜버가 한 말입니다. (너진똑)
책을 다 읽고 나서 혼자 생각하고, 기존의 경험과 기억을 떠올리고, 기존의 내 체계와 융합하는 과정이 독서의 핵심이라는 말이죠.
이 책은 그런 독서를 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어쩐지 내용이 짧더라니..)
하지만 저는 부자였던 적이 없고, 부모님도 그런 적이 없기에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결국 '부자가 될 뻔한' 경험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지요.
저는 부자가 될 뻔했었습니다. 주식투자를 시작했던 게 2020년이었으니 말입니다.
HMM이라는 종목을 7천 원에 풀매수해서 보유했던 사람입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상장 이후 계속 조금씩 사모아서 평단 2만 원 대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 종목 모두 수십 배 상승한 종목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HMM이 5만 원까지 가는 동안 저도 10% 정도 수익을 봤고,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손절했습니다.
저는 빠른 수익을 원했고,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제가 '부자의 그릇'을 가지고 있었다면 보유해서 그 큰 수익을 향유할 수 있었을까요?
더 큰 욕심으로 대출받은 돈으로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뭔가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손실-수익을 반복하면서 점점 4~500 정도는 돈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하루면 벌 수 있는 돈 같았습니다.
"한 번 어긋나기 시작하면 모든 게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지"라는 책의 대사처럼
한 두 번 엇박자를 타니 급격히 계좌가 녹기 시작하기 시작했고,
'조급함 - 불안감- 신경질적 반응'이 오버트레이딩으로 이어졌습니다.
자신의 그릇을 넘어선 돈을 만지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재앙이 되었던 것이죠.
그리고 점점 망해가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보여줬던 모습은 꼭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조급해하고, 처음의 원칙을 어기고, 스스로를 속이며 무리수를 뒀습니다.
마치 저를 보고 책을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 그대로 닮아 있어서 놀랐습니다.
문학의 위대함이 이런 것 아닐까요. 디테일이라는 예리한 칼날이 읽는 제 피부를 뚫고 들어옵니다.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 같지만, 사실 돈을 두려워한다.
이 책을 읽고 아픈 기억을 떠올려 보다가 많이 놀랐습니다.
죽을 것 같이 괴로웠던 그 기억들을 제 뇌와 몸이 어느새 잊어가고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살아야 하니 기억에서 지우고 있던 걸까요. 정말 신기한 일이죠.
꿈에 나올 정도로 생생하게 저를 괴롭히던 그 상황이, 지금은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겁니다.
그런 개잡주를 대체 왜 샀을까요!? 진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제 그릇에 넘치는 돈을 만지려니, 여유를 잃고 버티질 못했던 겁니다.
그렇다면 그릇을 어떻게 키워야 한단 말인가요?
이 책을 재독, 삼독 하면서 찾고 싶었던 답은 오직 이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몇 번을 읽어도 그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파트는 없었습니다.
책 속의 노인은 그저 "1억을 갖고 결정을 했던 경험이 남아 1억짜리 그릇이 된다"라고 설명했고,
결국 돈 관련 의사결정을 자주 하면서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는 정도만 알려줬습니다.
...
결국, 계좌가 커져야 그릇도 커지겠구나.
책 읽기나 공부 같은 거로는, 키우기 어렵겠구나.
라고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큰 손실을 입고 나서, 나는 출근도 하기 싫었습니다. 회사 일에 의욕이 없으니 선배가 절 부르더군요.
결국 당시 상황을 회사 선배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런 돈 써본 적도 만져본 적도 없는데.. 진짜 어떡하죠?"
선배의 대답은 아직도 잊히질 않습니다.
"누군 만져보고 투자하냐? 돈은 벌면 된다. 꼴랑 푼돈 갖고 징징대지 마라"
"돈은 벌어서 갚으면 되는 거야. 진짜 모든 거 잃기 전에 이제 도박은 그만해라."
사실, 저는 그 선배가 자기 일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 제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놈이었으니까요.
뒤늦게 그 선배가 저보다 더 큰돈을 투자했고, 더 큰 돈을 잃었던 경험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저보다는 큰 그릇을 가지고 있었던 거겠죠.
책 이야기를 한다는 게 그만 저의 투자 실패 이야기를 하고 말았네요.
벌써 3~4년이 지났습니다.
과연 내 그릇은 얼마나 커졌는가? 만약 같은 액수로 투자한다면, 과연 다른 결과가 나올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습니다.
이 책에서 말한 '그릇'이라는 것.. 키울 수는 있는 걸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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