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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리소정, "카페에서 만난 동양 철학" 리뷰 : 출퇴근길, 잠깐씩 읽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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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대학교 3학년부터 본래 전공 수업보다 철학 수업을 더 많이 들었다. 철학만큼은 대학에서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으로 시작해 존 스튜어트 밀, 존 롤스까지, 배움의 행복에 빠져들곤 했다. 하지만 유독 동양 철학 시간만큼은 잠이 쏟아졌다. 한자어를 해석하느라 끝나버리는 수업, 받아들이기엔 비합리적이거나 비윤리적으로 보이는 내용들에 대한 거부감은 공부를 가로막는 장벽이었다.

현대인은 지루한 것을 힘들어한다. 유튜브는 숏츠로, 틱톡은 더 짧은 영상으로 변해간다. 이런 시대에 한자 공부까지 필요한 동양 철학과 고전을 읽는 건 더더욱 버겁다. 하지만 “카페에서 만난 동양철학”은 짧은 이야기식 구성과 저자의 해설로 그 어려움을 넘어선다. 하루 조금씩, 커피 한 잔 마실 때나 출퇴근길에 잠깐 읽기 좋게 만들어진 친절하고 유용한 책이다.

책 표지
책 표지

앞서 말했지만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바로 구성에 있다

한자어 중심의 동양 철학 내용을 오래 집중해서 읽기란 현대 사회에서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책은 유튜브 쇼츠처럼 짧고 압축적으로 쓰였다. 한 꼭지가 길어야 3~5분이면 읽을 수 있어, 커피를 기다리는 사이 한 편을 끝낼 정도다. 예를 들어, ‘효’에 실린 ‘회사후소(繪事後素)’ 이야기는 공자와 자하의 대화를 통해 바탕의 중요성을 몇 줄로 전한다. 이런 간결함 덕에 바쁜 현대인도 부담 없이 펼쳐볼 수 있고, 나 역시 아침 모닝커피와 함께 한 장씩 읽으며 하루를 차분히 시작했다. 몇 시간씩 읽겠다고 덤볐다면 과부하가 걸렸겠지만, 이 책은 근력 운동처럼 매일 조금씩 독서 근육을 키워준다.


실천 가능한 지혜의 전달

이 책은 이론 대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노력’ 장의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은 탕왕의 좌우명으로, 날마다 새로워지려는 성실함을 강조하며 꾸준히 나아가고 싶은 마음을 다잡게 한다. ‘발전’ 장의 여몽 이야기는 사흘 만에 학식이 깊어진 장수의 변화를 통해 독서의 가치를 보여준다. 또 ‘효’ 장의 노래자는 70세에도 부모를 기쁘게 하려 색동옷을 입고 춤춘 사례로,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픈 이들에게 작은 실천을 제안한다. ‘윤리’ 장의 채근담 “절의오청운 문장고백설(節義傲靑雲 文章高白雪)”은 덕성을 갖추지 않은 재능은 잔재주에 그친다고 경고하며, 화려함 대신 내면을 다지게 한다. 고사성어와 예화를 통해 동양 철학을 쉽게 풀어낸 점은 입문자에게 매력적이지만, 깊은 철학적 논의를 원하는 이들에겐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마음 근육을 키운다”는 부제처럼, 작은 실천으로 삶을 다듬고 싶은 이들에겐 따뜻한 길잡이다.


비판적 사고를 키워주는 독서

이야기 틈틈이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해 준다. ‘예양(豫讓)’은 춘추시대 진나라 충신으로, 주군 지백(智伯)이 조 씨(趙氏)에게 패해 죽자 복수를 다짐했다. 신분을 숨기기 위해 몸에 옻칠을 해 피부를 망가뜨리고, 목소리를 바꾸려 숯을 삼켰으나 첫 시도에서 발각되었다. 두 번째 시도에서도 잡혔지만, 조씨는 그의 충심을 높이 사 풀어주었다. 그러나 예양은 다시 시도했고, 결국 조씨의 옷을 베는 것으로 의리를 표하며 자결했다. 이는 ‘사생취의(捨生取義)’—죽음을 무릅쓰고 의리를 취한다는 사례로 꼽힌다.


복수를 위한 집념과 두 번의 시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용서해준 이에게 칼을 겨누고, 실패 후 옷을 베고 죽는 모습은 칭송할 만한가? 책은 이를 충의로 예찬하지만, 내게는 어리석음으로 보였다. 복수가 충의일까? 현대 사회에서 복수는 또 다른 범죄일 뿐이다.  이처럼 고전을 현대에 적용해 보는 시도를 하면서 춘추시대의 맥락과 오늘의 차이를 생각하게 되며,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받아들이는 과정은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훈련이 됐다.


마치며: 동양 고전을 찍먹해보는 경험을 원한다면, 강추

“카페에서 만난 동양철학”은 동양 고전을 처음 접하거나 하루 10분으로 마음을 다지고 싶은 이들에게 작은 선물 같은 책이다. 간결한 형식으로 논어와 채근담의 지혜를 전하며, 효, 윤리, 노력 같은 주제를 통해 내면을 채워준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더해져 마음에 담기는 경우가 많았고, 고전의 가치를 오늘의 맥락에서 재해석해보며 사색의 여백을 남긴 점이 또 하나의 매력이다. 다만, 한국인 감성에 맞지 않는 부분이 눈에 띄고, 평생 써본 적 없는 표현을 말하면서 ‘우리가 흔히 쓴다’고 하는 경우가 있던 점은 의아했다. 제목은 ‘동양 철학’을 내세웠지만 내용은 ‘동양 고사성어’에 가까워 철학적 깊이를 기대한 이들에겐 갈증이 남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바쁜 삶 틈틈이 고전의 여운을 곱씹고, 일상 속 실천 가능한 지혜를 찾고 싶은 분들께는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카페에서 만난 동양철학
이 책은… 도서출판 힘찬북스가 야심 차게 내놓은 “카페에서 읽는”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리더와 팔로워의 차이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리더의 자질과 바탕 △세상을 대하는 리더의 자세 △수련과 성찰을 통한 자기 계발 등 세 항목으로 나누어 동양 고전에서 뽑아낸 만고불변 선각의 가르침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
리소정
출판
힘찬북스
출판일
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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