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바이러스 이슈로 인하여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던 2020년 3월, "지금은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말하며 동학개미운동을 주도하셨던 분으로 알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그 상황에서 남들에게 공개적으로까지 매수를 권할 만큼의 확신이 있었을까? 아마도 30년 가까이 투자를 하면서 얻은 통찰력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통찰력이 부러웠고, 배우고 싶은 마음을 품은 채 투자의 본질이라는 책을 읽어나갔다.
먼저 생각 할 것 : 투자를 왜 해야 할까?
저자는 우리가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우리의 삶이 힘든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다. 첫째로는 인플레이션이다. 레이달리오는 자신의 책 <변화하는 세계질서>에서 역사적으로 모든 화폐는 그 가치가 0으로 수렴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은 쓰레기다"라는 말로 유명하다. 아무리 내 소득이 적어도, 물가가 상승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잘 먹고 잘 살 수 있고,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물가는 엄청나게 상승하는 데 비해, 우리의 자산과 소득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사교육비, 의료비, 통신비 등의 요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때문에 우리의 삶은 항상 힘들게 느껴진다.
두 번째 이유는 국부의 유출이다. 엄청난 경쟁력을 가진 구글, 애플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서, 혹은 저렴한 인건비와 생산능력을 가진 중국과 같은 기업들에 의하여 시장이 잠식되고 있다. 이로 인하여 국가와 국민의 부가 해외로 유출되기 때문에, 점점 먹고살기 어려워진다.
마지막 이유는 바로 금융 무지로 인한 부의 유출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어른들은 주식을 도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식 투자는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피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1998년 IMF이후 우리나라 역대 우량 기업의 대부분을 외국인들이 소유하고 있다. 금 모으기 운동 등 국민들의 노력으로 살려낸 기업들인데, 그 영업 과실은 정작 외국 자본이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위 세 가지 이유를 보면 우리의 삶이 힘든 이유 세 가지 모두가 투자와 직결되어 있다. 한편 투자의 선순환을 생각해야 한다. 사회에 신뢰라는 가치가 형성되면, 기업에 투자자금이 융통되고 이로 인하여 세계적 기업이 탄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그로 인하여 발전한 사회적 역량은 다시금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힘든 삶을 조금이나마 덜 힘들게 살기 위하여,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시장분석의 힘 : 시장의 역습을 대비하다
시장 분석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포스팅했던 홍춘욱의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2023.01.14 - [책 리뷰] - (책리뷰)홍춘욱의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돈을 벌려면 먼저 돈을 공부해라에서도 강조한 바 있다. "바람 불 때 연 날리고,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처럼, 시장이 뒷받침해 주면 큰 노력(연날리기 위해 뛰는 행위) 없이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저자는 주식 시장의 속성을 모르면서 주식을 사는 것은 '브레이크 사용법 모르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식시장의 속성을 안다면, 진정으로 사야 할 때와 사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감탄했던 대목은 1980년대 이후로 바이러스로 인한 약세장 이후에는 항상 상승랠리가 시작되었다는 부분에서였다.
이 사실을 알았다면 2020년 3월에 풀매수 했을 텐데...
경기침체로 주식시장이 저평가 국면에 있을 때 바이러스 이슈가 터지면 경기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감에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인 ‘더블딥’과 전반적 물가와 자산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는 ‘디플레이션’을 언급하게 된다. 이런 공포감에 마지막 투매가 나오게 되면 글로벌 투자 은행들은 풍부한 유동성을 이용하여 주식 바겐헌팅Bargain Hunting**에 나선다. 그렇게 주식시장은 실물경기 회복에 선행하며 먼저 유동성 랠리를 펼치게 되는 것이다.
바이러스로 인하여 생겼던 약세장마다 반복되었던 패턴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오랜 주식투자 경험에 의한 역사적 인식과 통찰력이 담겨있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골드만삭스에서 제공했던 약세장의 종류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구조적 약세장 : 닷컴 버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50프로 정도 빠지며, 회복까지 10년 정도 걸린다.
순환적 약세장: 금리 상승, 경기침체, 성장동력 둔화 등으로 인한 약세장) 30프로 정도 빠지며, 평균 4년 정도 걸린다. 2차 오일쇼크 당시를 예로 들 수 있다. 현재의 약세장도 이러한 순환적 약세장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이벤트 약세장 : 911 테러, 코로나바이러스, 전쟁 등에 의한 외부적 충격에 의해 발생하며, 평균 7개월 동안 26프로 정도 하락한다. 회복하는 데 까지는 11개월 정도가 걸린다.
위의 내용대로라면, 구조적 약세장과 순환적 약세장에서는 매수를 해도 그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이벤트 약세장에는 상대적으로 1년 이내에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매수해야 하는 상황인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2020년 코로나 폭락 당시를 2015~2018년 실적 장세 이후 이어지는 순환적 약세장 와중에 벌어진 이벤트성 약세장으로 해석했다. 구조적 약세장으로 이어질 전조 증상(외환시장 변동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식을 매수하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위아래로 30% 정도씩의 변동성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또한 그 범위를 초과하는 변동성을 일으키는 경우도 알고 있어야만 한다. 주식시장의 광기와 투매, 도박성과 조급함이 그것이다. 책에서는 내가 키우는 개의 본능을 알고, 이를 바탕으로 개의 행동을 예측해 내는 것이 훌륭한 개 조련사라고 비유하였다.
주식시장의 본능과 성질을 알고, 그 움직임(변동성)을 예측하고 있어야만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잘 와닿는 비유였다.
이 밖에도 vix 40 이상은 대박이라는 내용(극치이론), 강세장의 3단계(하워드막스 강세장 심리분석), 시장 충격 이후 주도주가 바뀌는 이유 등 유익한 내용들을 설명해 주고 있다.
시장을 이기기 위한 세 가지 도구들
저자는 효율적 시장 이론을 소개한다.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거의 대부분이 가격에 모두 반영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을 이기는 투자자가 되기는 예술의 영역이라고 할 만큼, 매우 어렵다. 포트폴리오 구성과 트레이딩, 자산배분의 세 가지 방법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우선 트레이딩으로 먹고 살 정도로 시장을 이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영역이라고 말한다. 사고파는 행위를 '예술'의 경지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로 숙련된 솜씨를 요한다. 게다가 오늘날 AI 알고리즘에 의한 프로그램 매매 등도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각자 먹고살기 바쁜 일반 투자자는 트레이딩이 더욱 힘들다. 때문에 이 책에서는 트레이딩에 관해서는 크게 다루고 있지는 않다. 다만 아래와 같이 잘못된 트레이딩 사례를 통하여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주고 있다.
잘못된 매매방법 사례
1. 현재가 밑에다가 주문을 걸어두는 행위 : 사지면 오히려 하락의 시작일 수 있다. 시장가로 매수해라
2. 현재가 위로 매도주문 걸어두는 행위 : 매도하는 것은 매수하는 것보다 더 그 기회가 적다. 위에 걸어둔 매도 물량이 판매되면, 오히려 공격적으로 매수한 것이므로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3. 수익 중인 종목을 팔아서 손실 중인 종목을 물 타기 하는 행위 : 꽃을 꺾고 잡초를 심는 행위이다.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4. 조급함에 수없이 많은 매매를 하는 행위 : 거래비용 상승으로 인한 손실이 어느새 손절 금액보다 많아질 수 있다.
한편 자산배분의 경우 주식, 채권, 원자재 현-선물 등, 일반 투자자가 다루기 더욱 어려운 영역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산배분에 관한 내용은 언급만 하고 있을 뿐, 깊게 다루지는 않고 있다.(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자산배분의 방법은 사실 우리 주변에 많다. 앞서 포스팅했던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책에서도 나왔던 달러 투자가 일단 아주 유용할 것이다. 또한 주식비중조절을 통한 현금자산과의 자산배분도 할 수 있다. 나아가 우리 모두가 사용하기도 하는 투자자산, 부동산 매수도 자산배분의 중요한 방법이다. (피터 린치는 부동산 먼저 확보하고 주식을 시작하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원자재 ETF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자산 배분에 관한 책을 찾아보아야겠다. 일단은 다시 이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보자.
기업가치의 변화를 기준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
주식투자의 본질에 대하여, 다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라고 쉽게 말하고는 한다. 중요한 것은 싼 주식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주식을 사려면 비싸게 사야 한다. 저자는 "주식시장의 IQ는 20000이다"라고 말하며 싼 회사를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강조한다. 때문에 단순히 기업가치 대비 가격이 싼 회사를 찾으려 애쓰기보다는 기업가치가 변화하는 것에 대하여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즉, 대중들이 아직 알지 못하거나 오판하고 있는 기업의 가치 변화를 먼저 눈치채는 싸움에 집중하는 것이다.
저자는 기업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성장기업, 쇠퇴기업, 사이클기업이 그것이다. 성장기업이란, 기업가치의 성장이 예상되는 종목을 말한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대될 것이라 예상되는 기업을 말한다. 쇠퇴기업은 반대이다. 산업이 쇠퇴하건거나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는 등의 이유로 인하여, 기업가치가 하락하리라 예상되는 기업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싸이클 기업은 조선, 반도체 등과 같이, 일정한 순환주기를 통하여 기업의 이익이 변화하는 기업을 말한다.
주식 보유 포트폴리오를 성장기업과 사이클기업으로 채우고, 쇠퇴기업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성장기업은 성장이 끝날 때까지 보유하고, 쇠퇴기업은 즉시 과감히 매도하며, 싸이클 기업은 상승국면의 초입에 매수하여 하락국면의 초입에 매도하는 방법을 통하여 포트폴리오 구성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표현 속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내용이 담긴 말이다. 일단, 고성장 기업을 발굴하는 것은 어려우나, 끝까지 보유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고 말한다. 때문에 기업의 성장이 완전히 끝났는지를 매일매일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록 고점 대비 30%의 가격하락이 있었다 하더라도, 기업가치가 여전히 성장 중이라면, 매우 좋은 매수 시점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성장기업을 너무 빠르게 파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사이클 기업 또한 지나치게 빨리 사거나 빨리 파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 자산가격 대비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매수하면서 저평가된 기업을 매수했다고 기뻐하는 사례를 소개해 준다. 하지만 그 하락 사이클이 끝나지 않는다면, 투자수익률은 끝없이 하락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쇠퇴 기업을 반등 시 팔려고 하는 심리 또한 경계해야 한다. 기업 가치가 아닌 가격 변동이 기준한 투자는 그 변동성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고, 특히 단기 변동성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하락 중인 기업을 매도할 기회는 매수할 기회보다 훨씬 적고, 점점 팔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실수들은 모두 주가의 바닥을 잡고 고점에 팔고자 하는 심리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주식을 굳이 바닥에 사지 않아도, 그리고 굳이 고점에 팔지 않아도 수익은 충분히 낼 수 있다고 말한다. 5분 늦은 시계 전략이라고 말하며, 고점이 아닌 어깨에서 파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급함을 버리고 느긋함을 가져야 한다.
그 밖의 유용한 노하우들
주식시장의 고점을 판단하는 방법(주도섹터 내 꼴찌주 50프로 상승 or소형주 10배 = 고점)
투자가 잘 안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멈추어라. 남 탓 말고 반성해라. 인내해라)
최고의 기업은 최고의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 성장주 투자의 핵심 지표(PEG)
시장 주도주를 찾는 방법(52주 신고가, 주봉 20선, 월봉 5선 보기 등)
장기투자 vs 단기투자 (상승장엔 장기투자, 하락장엔 단기투자 또는 휴식)
월간 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 보고서
좋은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내용을 여기에 써 버린 것 같아서, 상도덕에 어긋나기 때문에 여기까지..
마치며
비유하자면 이 책은 라면 끓이기의 본질을 설명하면서 '라면은 물 조절이 핵심'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물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고, 어떤 맛을 내려면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등의 정보를 원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성장기업과 사이클기업, 쇠퇴기업을 나누는 정확한 기준이 없는 데에 아쉬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정말 좋은 책이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 조절하는 법은 없지만 면을 언제 넣어야 하는지, 불은 언제 꺼야 하는지 등등... 다양한 가르침이 실려있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장에서는 금융인으로서 박세익이 어떤 사람인 지를 나타내주는 내용들이 많아서 느껴지는 바가 많았다.
저자에 따르면 투자란 우리가 꼭 해야 하는 것이며, 그 본질은 기업가치에 대한 판단(성장)과 리스크 관리(시장에 따른 대응)이다.
기업가치를 판단함에 있어서 실제 숫자와 허수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10번 이기고 한번 실패로 다 잃으면 그 전의 성공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기업가치에 대한 판단력을 기르고 시장의 변동성에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다.
지난번 홍춘욱 작가님의 책에 이어서 이 책을 읽으며 0시장분석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나는 종목 재무제표 분석, 수급 분석 등에 대해서는 꽤 많이 해 보았지만 아직 시장분석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제대로 해보지 않은 것 같다. 소위 매크로 분석 부분이 나에게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티스토리 블로그 이웃 중에 시장 분석과 해외 증시 소식등을 상세히 다루고 있는 이웃분들이 많다는 것은 내게는 행운일 수 있다. 덧붙여 포스팅이나 글쓰기 실력도 많이 배우고 있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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