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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어두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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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감정은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대하는 나와의 괴리에서 발생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인식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를 꿰뚫는 타인의 시각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에서 수시로 찾아오는 이 느낌은 나의 자아를 약화시킨다. 누군가 자아란 결국 '무'일 뿐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싯다르타의 생각대로라면, 이것은 결국 평소 나에 대한 자신감 부족과 수많은 실수들, 그리고 그 실수에 대한 나와 타인의 기억들의 조합으로 인해 만들어진 실체 없는 것이다. 감정은 그냥 '일어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에 휘둘리는 나란 존재는 얼마나 나약한가? 이 불쾌한 느낌은 나의 현재와 미래, 시간 뭉터기를 오염시킨다.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채 그저 허우적거린다. 온갖 잡념과 걱정과 착상들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정작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에서 이것들은 망상일 뿐이다. 망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행동의 기준으로 삼는 순간, 내 삶은 더욱 파국으로 치닫고는 했다. 서투른 방어기제가 오히려 나를 공격하는 칼이 되어 다시 날아든다. 그리고 나의 존재 자체가 흔들려 버린 충격의 끝에서 또 나의 존재를 발견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결국 나는 지금 그냥 흘려보내야만 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임을 안다. 그런데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신호를 무시하는 법을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결국 나는 또 모르는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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