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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김상욱의 과학공부" 리뷰: 과학을 몰라도 읽을 수 있는 과학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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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의 과학공부
21세기 과학기술의 발전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오랫동안 인문학 중심의 태도를 가져왔던 우리에겐 생소한 상황이다. 인공지능 관련 이슈, 생명 윤리의 문제, 환경 파괴에 대한 논란등 21세기를 살아가며 과학적 사고를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과학은 상식이 된 것이다. 『김상욱의 과학공부』은 과학 지식을 심층적으로 습득하기 위해 ‘공식들’과 ‘법칙들’을 외워야하는 것이 아닌 우리에게 필요한 과학이라는 ‘시스템’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 바로 ‘과학적 사고방식’을 이해하고자 한다. ‘과학적 사고방식’은 철학이고 인문학이다. 과학적 영감에서 철학적 통찰을 이끌어내고, 과학에서 삶의 해답을 찾는 것. 우리가 사는 세상과 맞닿아 있는 과학을 가까이하는 것. 과학과 인문학이 소통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의 인문학이자, 과학을 포함한 진정한 인문학이 될 것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 ‘과학으로 낯설게 하기’에서 세상을 낯설게 보고 다르게 보는 방법을 훈련하여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첫걸음을 내딛게 한다. 2장 ‘대한민국 방정식’에서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신화와 공포를 파헤치며 제3장 ‘나는 과학자다’에서 과학적 사고방식을 통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 살펴본다. 마지막 4장 ‘물리의 인문학’에서 저자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인류의 본질적 질문에 우주로 답한다.
저자
김상욱
출판
동아시아
출판일
2020.05.20

 

시작하며 : 과학을 포기하게 했던 선생님을 떠올리다

이 책을 읽고 느꼈던 첫 감정은 강렬한 아쉬움이었다. 

어린 시절, 과학은 나에게 멀고도 차가운 학문이었다. 선생님들은 칠판 가득 공식과 수식을 빠르게 적어 내려갔고, 외우라고 했다. 나는 그대로 필기하는 데 급급했다. 설명은 있었지만 애초에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무엇을 모르는지도 몰랐다. 과학에 대한 흥미는커녕, 이해조차 어려웠던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결국 문과를 택했고, 과학자의 꿈을 접었다.

나는 왜 이제야 이 책을 읽은 것일까? 김상욱 교수님 같은 선생님을 왜 나는 만나지 못했는가? 

김상욱 교수 본인도 학교 과학 수업보다는 서점에서 읽었던 과학 잡지를 통해 물리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나갔다고 한다. 나는 뒤늦은 나이에『김상욱의 과학공부』를 읽고 나서야 그때 포기했던 과학이 얼마나 흥미롭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였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제라도 이렇게 과학에 조금 가까워진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책 리뷰를 써보기로 한다. 

 

책표지
책표지 (출처 : yes24)

과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관점이다

김상욱 교수는 과학도 문학처럼 교양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는 "사람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르면 비난하지만, 양자역학을 모른다고 하면 당연하게 여긴다"는 말이다. 이 표현은 우리가 과학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우리 삶 어디에나 있는 것이 과학임에도, 우리는 그것을 외면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과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도 꼬집어 주었다. 사람들은 '과학'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당연히 이루어지는 것들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당연히 여기는 것들 조차 처음에는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것임을 상기시킨다. '재현 가능성'과 '반증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며, 타인에 의한 증명과 반박이 과학의 핵심 정신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과학은 우리의 일상과 멀리 떨어진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김 교수는 양자역학, 우주론 등 복잡한 과학 개념들을 철학적 사유와 연결하여 설명했다. 그 결과, 독자는 과학이 우리 삶과 세상에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교양을 넘어 세상을 보는 눈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과학이 쉬운 거였나?

 책을 읽다 보면 리차드 파인만을 떠오르게 한다. 문득 "과학이 이렇게 쉬운 거였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김상욱 교수는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 빅뱅 이론 등 우리가 흔히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적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양한 비유와 일상적인 예시를 통해 쉽고 명확하게 설명한다.

과학 이론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구성 하는 실력에 있어서는 단연코 국내 일인자라고 칭하고 싶다. 유튜브와 TV 프로그램에도 다수 출연하셔서 과학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 주고 계신다.

예를 들면  '시간은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가?'라든가, '빅뱅 이전엔 무엇이 있었는가?' 같은 과학으로도 아직 대답하기 어려운 사실들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한다.  (빅뱅 이전에는 동방신기가 있었다는 식의 아재 개그도 곁들인다.) 복잡한 수식이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터미네이터, 백투더퓨쳐 같은 영화, 혹은 자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통해 설명해 주었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 과학적 이론이 더 이상 추상적이고 머나먼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보다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비판의식을 드러내다

김상욱 교수는 이 책에서 단순히 과학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비판의식도 함께 드러낸다. 그는 영어로 물리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육 현실에 대해 비판하며, 한국어로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개념을 외국어로 가르치도록 요구하는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또한, 대학 총장 직선제 문제나 세월호 사건의 다이빙벨 논란 같은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냈다.

다만 감정적이지 않고,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차분하게 이야기하기에 설득력과 무게감이 있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카나리아가 죽었다"라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김상욱 교수가 단순한 과학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책임감을 지닌 지식인으로서도 충실하려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과학이 단순히 학문적 성과를 쌓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이슈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내 주었다.

마치며: 과학과 조금 친해진 기분이지만..

김상욱 교수는 과학을 단순히 지식으로 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때로는 철학적 질문과 연결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삶 속 문제들과 연결 지으며 풀어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과학이 결국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존재함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과학과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여전히 어두운 부분은 느껴진다. 이 책에서 설명한 과학적 개념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가 없다.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 또는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나는 아직도 그 구체적 논리는 전혀 모른다. 

그래도 무엇을 모르는지 정도는 알게 되었다면 큰 성과가 아닐까? 

이 책의 핵심은 물리 이론에 대한 이해도 아니고, 과학 상식을 암기하는 것도 아니다. 과학 자체를 단순히 나와 동떨어진 어려운 학문이 아닌, 우리가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중요한 관점이자 도구임을 알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과학 이론이나 지식을 본격적으로 공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교양' 수준의 이해라는 분명한 선을 긋고 저술된 책이다. 다만 과학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거나, 과학에 대한 호기심은 있으나 진입 장벽이 높아 엄두를 못 내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책이 아닐까 싶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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